2021 뉴딜 펀드, 투자처 차별성 없고 유인책도 미미…‘보여주기’ 사업 우려
입력 2021.01.05 07:00|수정 2021.01.07 08:59
    정책형 뉴딜펀드 사업자 선정 공고
    2021년 총 2조2000억 규모 펀드 조성 목표
    40개 분야, 200개 항목 주목적 투자
    게임, OTT, 케이팝, 바이오 등 기존 사업과 차별성?
    운용사 인센티브도 미미…지난해 출자사업과 유사
    •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과제인 정책형 뉴딜 펀드 출자 사업이 시작됐다. 산업은행과 한국성장금융의 주도로 향후 5년간 총 20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뉴딜’이란 핵심 단어에 맞춰 출자 사업이 진행되고는 있지만 투자 분야는 대기업군을 제외한 40개 부문, 세부 품목만 200개에 달한다. 이미 블라인드펀드를 운용하는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수년전부터 성장성에 주목하고 대대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분야들이 대부분이다. 미래차, 신재생에너지, 바이오, 게임과 케이팝 등 그닥 신선할 것 없는 투자처에 ‘뉴딜’이란 이름표가 붙었다.

      그간 정부가 ‘뉴딜’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를 비롯해 각종 지원 의지를 비친 점을 고려할 때 투자자들은 리스크를 짋어지는 투자를 대신해 비교적 화끈한(?) 인센티브를 기대했다. 그러나 이번 출자 사업을 통해 제시된 조건들은 정작 기존보다 못하다는 평가마저 받는다. 기존 출자 사업과 차별성이 없을 뿐더러 투자자들에 대한 유인책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벌써부터 ‘보여주기식’ 출자 사업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낳는다.

      산업은행과 한국성장금융은 12월29일에 새해 사모펀드(PEF) 운용사 출자사업(정책형 뉴딜펀드) 공고를 내고 투자자 모집에 돌입했다. 정책 출자기관의 위탁운용금액은 약 7450억원, 블라인드펀드(2조원)와 프로젝트펀드(2000억원)를 포함한 총 펀드 조성 목표 금액은 2조2000억원이다. 산업은행은 1월6일 투자설명회를 연다. 제안서 접수는 같은달 26일까지이다. 선정할 운용사 수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과거에는 연초(2월)에 모집공고를 내고 투자자를 모집했는데 이번에는 운용사들을 대상으로 투자자 모집 기한을 늘려달라는 민원을 수용해 공고 일정을 다소 앞당긴 것으로 전해진다. 위탁운용사로 선정된 운용사들이 민간 자본을 유치해 펀드 결성을 완료하는 기간도 당초 선정 후 5개월에서 선정 후 8개월로 늘렸다.

      이번 출자사업은 정책형 뉴딜펀드 운용사 모집인 만큼 투자분야는 뉴딜투자 가이드라인에 명시된 40개 분야 200개 세부품목으로 한정했다. 제안서를 제출하는 운용사들은 ▲DNA ▲미래차·그린모빌리티 ▲친환경·녹색산업 ▲뉴딜서비스 ▲SOC·물류디저털화 ▲스마트제조·스마트팜 등 6개 핵심산업 분야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거나 뉴딜 투자 가이드라인 내 40개 분야 가운데 18개 이내의 분야를 선택해 제시해야 한다. 정책 출자자의 출자 비율은 약 25~40%로 정책 출자비율이 높을수록 주목적 투자대상에 대한 투자 비율도 높아지게 된다.

      표면적으로는 투자분야를 한정해 특정 산업분야에 자금이 흘러들어가게끔 하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한 것으로 비쳐진다. 정부가 지정한 특정 분야에 투자비율이 높을 수록 일정수준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그러나 실제로 40개 분야 및 200개 세부품목, 투자제한형 펀드에 한정된 6대 핵심 뉴딜산업 분야를 살펴보면 ‘뉴딜’이란 이름이 무색하게 신선하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 미래차, 친환경, 디지털물류, 핀테크, 인공지능(AI), 로봇 등의 분야는 물론이고 방송컨텐츠, 온라인·가상현실 게임과 웹툰과 케이팝(K-POP) 분야까지 기존 전통 제조업을 제외하곤 신산업으로 분류되는 모든분야가 사실상 투자 분야에 포함돼 있다.

      사모펀드(PEF) 업계 한 관계자는 “주목적 투자를 해야하는 분야들을 살펴보면 기존에 운용사들이 이미 투자를 활발히 검토했거나 이미 상당수 투자를 하고 있는 분야들이다”며 “사실상 기존 중소중견 기업이 주목적투자대상이던 펀드에 껍데기만 바꼈을 뿐 큰 차별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연말 PEF 운용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며 이미 투자 분야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는데 이번 출자 공고 역시 당시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번 사업은 뉴딜이란 정책적 방향성에 민간 자본을 활용하겠다는 의도이기 때문에 GP들 입장에선 상당한 인센티브를 기대하기도 했다. 현 정부가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지만 그 ▲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고 ▲실체가 모호한 투자처에 수조원대의 자금이 흘러들어가게끔 하는 구조에 대한 일정 수준의 보상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산업은행이 ‘민간출자자 참여를 촉진하겠다’며 제시한 조건은 ▲후순위 보강 ▲초과수익 이전 ▲콜옵션 부여 등이다. 그러나 제시된 해당 조건들은 과거에 비해 더 낫다는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후순위 출자비율의 증가는 즉 펀드의 손실이 발생하면 정부 재정이 손실을 부담하는 비율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번 사업에선 민간 출자액의 10% 이내에서 정부가 손실을 부담하는 구조다. 지난해 성장지원펀드(1.5~5.5%)와 비교해 다소 늘었다. 그러나 지난해 초 정부가 급하게 추진한 소부장 펀드의 후순위 출자비율(최대 20%)에 비하면 절반에 그친 수치다. 물론 펀드 규모가 다소 차이가 난다.

      후순위 출자비율의 많고 적음을 떠나 ‘정부의 펀드 손실 보전 의지’가 과연 펀드레이징과 운용에 도움이 되는가는 별개로 생각해봐야 한다. 정책금융기관이 출자해 결성한 블라인드펀드의 통상적인 기준 수익률(IRR 기준) 7~8%이다. 펀드와 운용사 별로 차이는 있지만 손실 구간에 접어드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PEF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손실 보전 비율을 늘려준다는 것은 그만큼 리스크가 큰 투자임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에 민간 기관에서 출자하는데 있어 긍정적인 조건으로 보지만은 않는다”며 “출자기관들은 손실을 줄이려고 출자하는게 아니고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자금을 내어주는 것인데 민간 매칭 활성화를 위해 이 같은 조건을 제시한다는 것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 그렇다면 성과보수, 즉 성과를 낸 만큼 운용사 및 출자자(LP)들에게 돌아가는 비율을 늘리면 되지만 실제론 그렇지 못했다.

      이번 사업의 성과보수 조건은 ▲IRR(7%이상) 초과수익의 20%이내 또는 ▲제시한 IRR(7%이상)에 2%포인트(p)를 가산한 수익률을 넘어선 수익의 20%, 캐치업(Catch-up) 40%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이는 지난해 성장지원펀드의 IRR 구간별 20%이내(7~15%), 30%이내(15%이상)과 유사하거나 나소 줄었다. 캐치업 조항은 동일하다. IRR 기준이 5%였던 소부장펀드와 비교해선 다소 박해진 조건이다.

      산업은행이 밝힌 초과수익 이전 조건도 마찬가지다. 펀드수익률이 기준수익률을 초과할 경우 정책적출자자에게 돌아가는 ‘초과수익’가운데 일정부분을 민간LP에 지급하겠다는 조건이다. 즉 산업은행, 한국성장금융, 정부에게 돌아가는 몫을 떼내 민간출자자에게 일부 돌려주면서 좀 더 활발한 출자를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정책형 뉴딜펀드의 초과수익 이전 비율은 10%로, 지난해 성장지원펀드 20%, 소부장펀드 20% 보다 오히려 줄었다.

      일단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뉴딜 펀드 결성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연기금, 공제회 등의 출자사업에서도 뉴딜이란 단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를 비롯한 각 정부부처는 혁신기업들을 꾸준히 선정해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목표는 2022년까지 1000곳을 선정하겠다는 것이고, 이번 출자사업에서도 해당 기업 투자실적에 대한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특정분야, 특정기업에 대한 투자 부작용이 발생할 여지도 충분하기 때문에 보다 정교하고 투명한 사업 구조가 마련되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