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벤처투자조합 출자 본격화…펀드 규약 자문도 분주
입력 2021.01.05 07:00|수정 2021.01.07 08:58
    기업들 내부 투자팀 정리, 벤처투자조합 신규 결성
    트랙 레코드 본격화 및 LP 유치로 리스크 분산 의도
    내년 상반기 목표로 펀드 결성 작업 진행 중
    자문사 선정해 펀드 규약 설정에도 분주
    • 기업들이 내부 투자조직을 정리하고 벤처투자조합을 신규 결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본격적인 투자 활동에 앞서 펀드 결성 전 규약 설정에도 분주한 모습이다.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수 기업들이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펀드 결성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내부 투자전담 조직을 별도로 꾸려 벤처투자를 이어왔지만 별도로 벤처투자조합을 결성해 출자하는 방식에도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벤처투자에 정통한 한 대형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그동안 자기자본을 통해 직접 투자해왔던 대기업들이 이젠 투자조합을 결성해 펀드에 출자하는 식으로 투자 방식을 바꾸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내년 초를 목표로 투자 대상을 물색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기업 입장에선 자기 자본만으로 투자하는 것보단 펀드를 결성해 기관투자자(LP)들로부터 자금을 추가로 유치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단독 투자 대신 벤처캐피탈(VC)들과 공동으로 투자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을 더는 요소다.

      상대적으로 내부 투자팀의 결속력은 약해지고 있다. 최근 한 기업의 벤처투자팀은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았다.

      한 VC업체 투자심사 총괄은 "대기업들이 투자팀 힘은 빼면서 대신 펀드 출자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한 기업 투자팀의 와해 소식도 업계에선 뜨거운 감자였다. 투자기업 내재화에 대한 기업들 고민이 느껴진다"고 전했다.

      기업들이 투자조합 결성은 생소하다 보니 펀드 결성 전 필요한 규약 설정 자문에도 분주하다. 펀드 규약은 일종의 회사 정관으로 운용역, 목표수익률, 인센티브 분배, 투자대상 등을 합의한 내용이다.

      다른 대형로펌 소속 변호사는 "최근 펀드 결성에 필요한 규약 자문 수요가 늘었다. 전통 산업 기반 대기업뿐 아니라 IT 기업들도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벤촉법)' 시행과도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벤촉법 시행으로 창업투자회사나 벤처펀드들에 대한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기업 입장에서 직접 투자보다 수월한 투자 환경이 조성됐다. 엑셀러레이터는 원래 개인투자조합만 결성할 수 있었지만 법 시행 이후 벤처투자조합으로도 결성 가능해지면서 법인 출자자 모집이 쉬워졌다.

      내년 초를 기점으로 투자조합을 결성해 본격적으로 투자 트랙레코드를 쌓으려는 기업들이 다수 나올 전망이다. 현재까지는 신세계그룹과 한화그룹, 포스코그룹이 대표적이다.

      7월 설립된 신세계그룹 CVC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지난 10일 500억원 규모의 '스마트 신세계 시그나이트 투자조합'을 결성했다. 한국모태펀드가 LP로 참여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9월말 56억원 규모 '한화소재부품장비제1호투자조합'을 신규 결성했다. 최근 국내외 VC업체 13곳이 참여한 차이코퍼레이션 시리즈B 투자를 주도했다. 포스코그룹도 9월 벤처투자조합을 등록 신청, 51억원 규모로 'IMP 1호 펀드'를 결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