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테마 탄 카드사들...'소셜본드' 발행액 2020년에만 1兆 넘어
입력 2021.01.07 07:00|수정 2021.01.11 09:08
    신한 필두로 카드사들 소셜본드 잇단 발행
    대출금 청구 유예·결제대금 조기 지급 목적
    "신용등급이 중요" vs "투자수요 있나 의문"
    • 코로나19 사태가 카드사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채권 발행 유인이 됐다. 그 중 비중이 컸던 것은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가맹점주들을 지원하기 위한 사회적 문제 해결 목적의 사회적채권(Social Bond·이하 소셜본드)이었다. 피해를 입은 사업자를 대상으로 대출금 청구를 유예해주거나 신용판매대금을 조기에 지급해주는 것이 그 내용이다.

      다만 채권 수요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ESG채권에 관심이 많은 해외의 경우, S(Social) 부문은 노동, 소득 등이 중요한 이슈인데 사회적 소외계층 지원 목적으로 국내 카드사들이 발행한 소셜본드에 투자 수요가 있겠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서다. 그럼에도 채권 발행사들의 신용등급이 우량하고 금리가 괜찮다면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대거 투자할 유인이 크기 때문에 수요에 있어서는 문제가 없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2020년 한해 외화채를 제외한 국내 카드사들의 ESG채권 발행 규모는 1조2500억원에 달한다. ESG채권은 환경, 사회 지배구조 개선 등 사회적 책임투자를 목적으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사용처가 매우 제한된다. ESG채권을 통할 경우 낮은 금리로 필요한 필요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기업으로의 포지셔닝(Positioning)도 가능해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 특히 소셜본드의 비중이 컸다. 지난 9월 환경 개선,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등 친환경 사업 투자 목적의 녹색채권(Green Bond·이하 그린본드) 발행에 나섰던 현대카드를 제외, 나머지 카드사들은 소셜본드를 발행했다. 지난해 5월 신한카드의 1000억원 규모의 소셜본드를 필두로 카드사들이 해당 채권을 통해 코로나19 피해 사업자 지원 사격에 나섰던 셈이다.

      그 방법은 대출금 청구를 유예해주거나 신용판매대금을 조기 지급해주는 것이었다. 정부는 지난해 4월 코로나19 사태로 빚을 갚기 어려워진 개인 채무자들로 하여금 대출을 받은 금융사에게 빚을 늦게 갚겠다고 신청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바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1월 조달한 1000억을 기반으로 운수업종 중 영세사업자 원금상환 유예에 393억원을, 개인사업자 및 중소기업 대상 원리금 상환 유예에 636억원을 지원했다.

      다만 소셜본드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기업들이 인력 구조조정을 행하는 등 S(Social) 부문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상황인데도 기업들은 노동 문제보단 사회적 소외계층 지원을 통해 사회적 기업이란 이미지만 얻으려는 이유에서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11월 리포트를 통해 ESG 투자에 관심이 더 많은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경우 S를 노동과 소득 이슈를 중요하게 봐야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최초로 ESG 평가 시스템을 활용해 투자하고 있는 한화자산운용의 한 관계자도 "S 부문이 가장 문제인 이유가 광범위해서인데, 소비자와의 관계, 제품의 안전, 회사와 노동자 간의 관계, 산재 등 모든 이슈가 사회에 해당한다"라며 "S 부문 점수가 높으면 신용등급이 높은지도 알 수 없는 이유가, 돈이 많고 우량한 기업일수록 S를 잘 관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 오히려 좋은 인재를 관리해 회사의 가치를 제고하는 게 더 효율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일 듯하다"라고 말했다.

      영세상인의 대출금 상환 유예 및 지원에 초점을 맞춘 카드사들의 S는 이와 꽤 거리가 먼 모습이란 평가다. 카드사의 소셜본드에 대한 투자 수요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까닭이기도 하다. 그린본드의 경우 제조업 기반의 민간 대기업들이 발행에 나서고 있는만큼 해당 채권에 대한 투자 수요가 충분할 수 있지만 카드사가 발행한 소외계층 지원 목적의 소셜본드는 수요가 적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부문에서도 사회소외계층 지원을 위한 채권을 발행한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 수요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라며 "결국 정부에서 쥐어짜놓은 자금 밖엔 들어올 돈이 없게 되는 것이기에 금융사들이 사회지원 명목으로 채권을 찍는 건 아무래도 수요가 적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조달자금 사용처보단 발행사의 신용등급과 채권의 금리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의 회사채(선순위) 신용등급은 AA+, 하나카드와 롯데카드의 그것은 각각 AA0, AA-로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우량등급에 속한다. 또한 ESG 채권에 전문으로 투자하는 기관투자자의 경우 같은 조건이라면 일반 채권보다 ESG채권을 택할 확률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카드사같은 경우 신용등급이 우량하고 금리가 괜찮으면 투자수요가 있을 순 있다"라며 "올해는 금리가 떨어져 크레딧물 수요가 많았던 편이었음에도 신용도가 좋지 않은 기업들은 수요가 낮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