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넘보는 LG화학…전기차 낙관론이 지배하는 연초 증시
입력 2021.01.07 17:37|수정 2021.01.07 17:37
    LG화학 8% 급등해 96만원…100만원 코앞
    테슬라·E-GMP 호재로 전기차 낙관론 확대
    전기차·2차전지 붙으면 무조건 오르는 주가
    실적 없는 무분별한 랠리는 결국 부담으로
    • 전기차 시장 낙관론이 연초 국내 증시를 주도하고 있다.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대장주를 필두로 2차전지 소재 및 전기차 부품사까지 전방위 랠리가 펼쳐지고 있다. 연초 2차 전지 산업 전반 주가 강세를 점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지금의 과열된 주가는 기존 예상을 넘어선다는 평가다.

      LG화학의 경우 주가가 배터리 부문 분사 결정 당시 대비 50% 이상 상승한 100만원에 육박하면서, 분사에 대한 비판 여론조차 사그라든 상태다. 비이성적인 주가 급등에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7일 LG화학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8.09% 급등한 96만2000원에 마감했다. 지난해 증권가에서 내놓은 목표 주가 최대치인 100만원을 코앞에 둔 상황이다. 연초 들어 코스피 지수가 3000포인트를 넘어서는 등 국내 증시가 활황을 펼치고 있지만 국내 증시 시가총액 기준 3위(약 68조원)라는 몸집을 고려하면 상승 폭이 눈에 띄게 가파르다.

      SK이노베이션과 삼성SDI의 상승세는 더 거침없다. SK이노베이션과 삼성SDI는 지난 29일 이후 7거래일 동안 각각 48%, 25% 이상 상승했다. 같은 기간 LG화학의 상승폭은 18%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일주일만에 지난해 지속된 저평가 우려를 한 번에 털어냈다.

    • 전기차 시장에 대한 낙관론이 연초 관련 산업에 전방위로 불을 지피고 있다는 분석이다.

      테슬라가 4분기 18만대 이상을 인도하며 지난해 제시한 판매목표 50만대를 거의 달성한 것이 강한 인상을 남겼다는 평가다. 테슬라 사업에 대한 부정적 평가나 주가 우려가 지속 제기된 만큼 이를 불식시킨 데 대한 반향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부터 본격화할 테슬라의 중형 SUV 전기차인 모델Y 효과를 고려하면 연간 100만대 판매 등 기대감까지 관측된다. 전기차의 완성차 시장 침투율이 가속화할 것이란 이야기다.

      국내 1위, 글로벌 기준 2~3위인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적용한 신차가 출시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전기차 라인업을 현재 8개 차종에서 23개 차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은 물론 삼성SDI 배터리까지 골고루 탑재할 가능성이 높아 낙관론에 힘을 싣고 있다.

      이 때문에 2차전지 대장주 3인방의 주가 랠리는 2차전지 소재기업이나 전기차와 부품제조사까지 번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LG전자와 마그나의 합작법인(JV)인 LG마그나e파워트레인 설립 결정 이후 주가 폭등이다. LG전자 주가는 JV 설립을 결정한 날 상한가 기록을 기점으로 62% 상승했다. LG마그나e파워트레인은 전기차 구동모터와 인버터 등 전장부품 생산을 담당한다. 현대차그룹의 전장부품을 담당하는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 역시 최근 급등한 바 있다.

      글로벌 증시 역시 분위기는 다르지 않다. 전일 미국 증시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의 미국 의사당 습격으로 주춤했지만 모건스탠리의 테슬라 목표가 상향조정 등으로 기술주와 신재생에너지 섹터는 상승세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LG에너지솔루션의 최대 경쟁사인 중국 CATL의 시가총액은 158조원으로 생산설비 규모나 실적을 고려하면 LG화학보다 훨씬 고평가되고 있다.

      이 때문에 배터리주 과열 우려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유사기업에 비해선 과도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대형주를 제외할 경우 2차전지나 전기차 관련 사업을 확대한다는 이유만으로 무분별하게 주가가 오르는 상황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증권사 2차전지 담당 한 연구원은 "2차전지와 전기차가 만들어내는 부가가치가 기존 시장의 인식 이상일 수 있다. 그러나 개별 기업으로 보면 높아진 주가를 실적이 뒷받침하지 못할 경우 고평가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