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사업 속도내는 SK E&S…대대적인 사업전환 신호탄?
입력 2021.01.11 07:00|수정 2021.01.13 09:12
    추 사장 주도하에 미국 수소 에너지기업 지분 투자
    향후 아시아에 JV설립 추진
    신규사업·세대교체 선봉 나설 듯
    다만 기존 임원들 어떻게 끌고갈지는 미지수
    • 지난 연말인사에서 깜짝 승진한 추형욱 SK E&S 사장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사장 취임 한달 만에 대형 M&A 거래를 성사시켰다. SK E&S의 대대적인 사업전환의 선봉에 섰다는 점에서 앞으로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4일 유정준·추형욱 SK E&S 공동대표는 신년사를 통해 “수소와 재생에너지, 에너지 솔루션 사업까지 아우르는 그린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전력·LNG·도시가스 등 기존 사업모델의 과감한 혁신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신년사 발표 직후 SK㈜와  SK E&S는 1조6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 소식을 알렸다. SK그룹은 미국 수소 에너지기업인 플러그파워(Plug Power)에 1조6000억원을 투자해 지분 9.9%를 확보할 계획이다. SK㈜와 SK E&S가 각각 8000억원씩 공동 투자하는 구조로 주당 29.29달러의 가격으로 약 5140만주를 취득한다. SK그룹의 투자자문을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맡았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과거 SK E&S의 LNG사업 진출에도 자문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

      해당 건은 단순 지분투자에 그치지만 않을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아시아지역에 타깃으로 하는 조인트벤처(JV) 설립에도 나선다는 구상이다. 중국, 동남아시장을 겨냥한다는 목표다. LNG사업과 마찬가지로 수소에너지의 공급과 유통체인을 연결하는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거래는 추 사장이 ㈜SK의 투자 1센터장으로 있을 때부터 시작됐다. 작년 여름부터 해당 거래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으며, 추 사장이 SK E&S로 자리를 옮기고 나서 해당 거래를 마무리 지었다.

      깜짝 승진 이후 조 단위 거래를 성사시키면서 그에 대한 관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추 사장은 1974년생으로 SK그룹의 주요 계열사 사장 중 최연소 사장이다. 인하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6년 SK E&S 전략기획팀에서 가스 파워 사업전략담당 업무를 맡았으며, 2010년부터 SK㈜로 자리를 옮겨 사업지원실, 자율책임경영지원단 및 재무실, SK㈜ 포트폴리오 4실장, 투자 1센터장을 맡다가 지난해 연말인사에서 파격적으로 SK E&S 사장에 올랐다.

      그의 발탁이 지니는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1970년생 사장을 전면에 포진함으로써 조직 전반에 변화를 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추 사장이 최연소 사장이라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SK E&S로 컴백했지만 내부에서 얼마나 손발을 맞출지는 지켜봐야 한다. 그가 세대교체 단행에 대한 상징으로 비춰지다보니 사업 추진에 있어서 기존 임원들의 의견수용 과정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게다가 SK E&S의 임원들 대다수가 1960년대생이고 일부는 추 사장이 SK E&S에서 근무하던 시절 직장상사뻘 선배들이기도 하다. 추 사장은 이들과 함께 사업 포트폴리오 전반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유 부회장의 존재감도 크다. 공동 대표이긴 하나 연륜과 무게감에서 두 사람을 동시에 놓고 비교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현재 임원들 대다수도 유 부회장과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춘 사람들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SK E&S에서 얼마나 자기 색깔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불구, 그룹 안팎에서는 공동대표 체제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에 대한 관심도 크다.

      젊은 사장과 오랜 경륜의 부회장이 공동대표로 회사를 이끈다는 구조 자체가 파격적이다. 아울러 이번 인사가 세대교체의 신호탄이 될지 아니면 기존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지도 미지수다. 이번 인사의 결과에 따라 SK그룹 뿐만 아니라 재계에 던지는 메시지가 클 것이란 평가다. 한 재계 관계자는 “70년대생 사장을 앉힌 것 자체가 큰 실험이다”라며 “공동대표 체제가 시너지를 내면서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로 이어질지 아니면 내부 갈등이 야기될 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