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兆 베팅한 개인, 장중 5.4% 출렁인 코스피지수...'역사적 변동성' 나왔다
입력 2021.01.11 17:09|수정 2021.01.11 17:09
    개인 순매수, 기관 순매도 모두 사상 최고치
    개인 '패닉 바잉'에 삼성전자ㆍ현대차 급등
    달러 강세 전환 등 거시 환경 지난달과 달라
    "개인들, 코스닥 손 떼고 코스피에 쏠림 뚜렷"
    • 코스피가 '유동성 광기'의 역사를 새로 썼다. 장 중 3260선을 돌파하며 사상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개인투자자가 4조5000억원을 순매수하며 이전 기록의 두 배 가까운 순매수 신기록을 세웠다. 변동성도 폭발했다. 코스피지수 장중 최고치와 최저치의 격차는 170포인트로, 전일 종가 대비 5.4%나 움직였다.

      11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73포인트, 0.12% 떨어진 3148.45로 거래를 마감했다. 종가만 보면 무난한 약보합 장세였지만, 장중 움직임은 그렇지 않았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거래가 시작되자마자 시가총액 상위 종목으로 매수세가 몰리며 오전 한 때 전 거래일 대비 3.6% 상승한 3266.23까지 치솟았다. 장 초반부터 개인투자자들이 코스피 주요 종목을 집중매수하며 마디지수대인 3300을 금방 돌파할 수도 있을 것 같은 기세를 보였다.

      오후 들어 기관 및 외국인의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코스피는 하락 전환했다. 오후 2시를 앞두곤 3096.19까지 밀리며 한때 3100선을 내주기도 했다. 이날 기관투자가는 3조7300억여원을, 외국인은 7100억여원을 순매도했다. 기관 순매도 규모 역시 코스피 개장 이래 사상 최대 규모였다.

      선물옵션 만기일이 아닌데도 상하 5%넘는 변동성이 폭발하며 선물지수 역시 요동쳤다. 코스피200선물지수는 434.45에 거래를 시작해 장중 448.10까지 치솟았다가, 오후 들어 423.55까지 급락했다. 오전 장중 일부 콜옵션 상품은 전일 대비 1300배가 넘는 '대박'이 터졌고, 오후 들어선 일부 풋옵션 상품에서 20배가 넘는 수익이 났다.

      최근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반도체ㆍ전기차 테마의 대형주 매수에 집중하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는 장중 한 때 전 거래일 대비 9% 이상 오른 9만6800에 거래됐다. 오후 들어 상승폭을 반납하고도 9만1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9만원대에 안착했다. 현대자동차 역시 전 거래일 대비 8.7% 오른 26만7500원으로 거래를 마무리했다. 장중 28만9000원까지 치솟으며 9년만에 신고가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의 '소외에 대한 공포'(FOMO)가 연일 증시를 달구는 원동력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불과 2개월만에 39% 급등하며 자산 가치가 급등하자,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관망 자금들이 일시에 증시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투자자예탁금은 67조원으로 여전히 사상 최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8일 기준 신용융자잔액은 20조3200억여원으로 하루만에 2000억원 늘어나며 사상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부풀어오른 유동성이 급등장과 마주하며 '패닉 바잉'(Panic buying;무질서한 매수)을 부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개인투자자 패닉 바잉의 원천이 된 거시 환경이 지난달과는 또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코스피 강세의 핵심 축이었던 원화 강세는 주춤하고 있다. 달러인덱스는 90선을 회복했고, 원달러환율 역시 저점인 1080원을 두 차례 시험한 뒤 상승으로 방향을 틀었다. 달러당 6.5위안까지 위안화 강세(달러 약세)를 용인했던 중국은 더 이상의 강세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시장에 내비친 상태다.

      미국 금융가 일각에서는 조심스럽게 올해 연말 테이퍼링(Tapering;유동성 회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사상 최대 규모로 시장에 풀어놓은 유동성이 경기 회복보다는 자산 투기에 몰리는 경향을 보이며 '하이퍼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개를 든 까닭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유동성 회수에 나서면 달러는 다시 강세 추세를 탈 수 있고, 이 경우 코스피 같은 신흥국 증시에서 자금이 가장 먼저 회수되는 경향이 있다.

      유동성 장세의 바로미터이자 선행지수 역할을 하고 있는 비트코인 가격은 11일 한때 20% 가까이(최근 24시간 기준) 급락하기도 했다. 지난주 1코인 당 4만1140달러까지 치솟았던 비트코인 가격(코인데스크 기준)은 이날 오후 4시 기준 3만2700달러에 거래됐다. 차익실현 매물과 더불어 달러화 강세 전환에 대한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증권사 트레이더는 "이날 코스닥은 장중 2% 가까이 밀렸고 -1.1%로 거래를 마감했는데, 코스닥 작은 종목을 주로 손 대던 개인들이 코스피 대형주로 옮겨온 탓으로 보인다"며 "정부 여당이 보궐선거를 앞두고 올 3월 만료 예정인 공매도 금지 조치를 추가 연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개인들의 광기에 일조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