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군' 쿠팡·GS와 경쟁 불가피한 ㈜한진…경영 시험대 오른 '부사장' 조현민
입력 2021.01.13 07:00|수정 2021.01.14 08:54
    ㈜한진, 조현민 부사장 승진으로 3인 체제
    매출 비중 50%인 택배사업 성장이 필수
    주요고객 쿠팡·GS홈쇼핑 자체 물류 확대는 부담
    경영권 분쟁 속 사업 성과 입증해야
    • 조현민 부사장의 그룹 내 직책은 ㈜한진과 정석기업에만 남았다. 투자자들의 예상대로 ㈜한진의 올해 정기 승진인사에 포함된 조현민 부사장은 오너일가 일원으로서 경영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한진의 택배 사업은 코로나라는 예상 밖 호재를 만나 양호한 실적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쿠팡과 GS홈쇼핑 등 든든한 우군이던 고객사들이 자체 물류사업 확대 움직임을 보이면서 경영 시험대에 오른 조현민 부사장의 부담도 상당히 커질 수 있단 평가를 받는다.

      한진그룹은 산업은행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을 지원받았고 반대로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들을 수용했다. 이를테면 조현민 부사장과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등 조원태 회장을 제외한 오너일가가 항공 사업과 관련한 직책에서 모두 물러나는 등의 조건이다. 실제로 조현민 부사장은 정석기업과 ㈜한진을 제외한 모든 직책을 내려놨다. 첨예한 경영권 다툼 속에서도 조원태 회장 편에 서며 화려한 경영복귀를 꿈꿨던 조현민 부사장이 경영성과를 입증할 무대는 ㈜한진만 남았다.

      ㈜한진의 택배 사업은 전체 매출의 약 40~50%를 차지하는 핵심이다. 한진그룹이 심각한 경영위기에 시달릴 당시만 해도 택배 사업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조현민 부사장의 치적을 만들어낼 유일한 사업부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매각 실현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는 평가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한진그룹이 산업은행의 지원을 받기 전에는 한진택배를 비롯한 우량 사업부들 상당수가 매물로 거론됐을 정도로 계열사 별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려웠다”며 “지배구조가 어느 정도 자리 잡히고 재무적으로도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현재 매각을 진행중인 자산 외에는 당장 정리할 사업은 없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 현재 국내 택배시장은 CJ대한통운(약 50%)과 한진택배(14%), 롯데로지스틱스(14%) 등이 과점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로젠택배와 우체국택배 등은 유의미한 경쟁상대가 아니다.

      한진그룹이 2019년 발표한 ‘비전 2023’에 따르면 ㈜한진은 2023년까지 점유율 20% 이상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부삼 범일동 부지(약 3000억원)와 한진렌터카(약 600억원) 경영권을 각각 매각했고,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행했다.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향후 이커머스, 홈쇼핑 등 주요 전략고객을 대상으로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자동화 투자 확대를 통해 사업 효율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전략도 세웠다. 오는 2023년까지 투자목표액은 약 4000억원이다. 현재 이커머스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인한 물동량 증가는 사업적으로 상당히 긍정적인 상황임에는 분명하다.

      한진의 핵심 고객은 농협과 쿠팡, GS홈쇼핑 등이다. 이 같은 고객을 기반으로 매출은 물론, 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다. 문제는 쿠팡과 GS홈쇼핑 등이 자체 물류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로켓배송을 앞세운 쿠팡은 정부로부터 택배사업자 인가를 눈앞에 뒀다. 쿠팡이 택배사업자로 인가를 받게 되면 자체 물량 외에 다른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의 물량 배송까지 가능해진다. 회사는 이르면 올해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는데,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추가 투자 여력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국내 거점별 물류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거점별 물류센터를 확보해 현재의 로켓배송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기도 하다. 쿠팡은 이미 물류총괄대행(풀필먼트) 서비스를 오픈마켓 판매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택배업 라이선스가 없었기 때문에 판매자로부터 물품을 선매입 후 자체 배송망으로 전달하는 방식이었는데, 택배 사업자 라이선스를 취득한 이후부턴 선매입 과정이 필요없게 된다. 그만큼 외주 업체와 손잡을 필요성이 줄어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GS홈쇼핑은 한진그룹의 가장 든든한 우군이었다. GS홈쇼핑은 설립 초기부터 한진과 꾸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 왔다. 2019년엔 고(故) 조양호 회장의 보유 지분을 직접 인수했을 정도로 상당히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현재 GS홈쇼핑의 택배물량 가운데 절반 이상을 한진택배가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GS홈쇼핑은 GS리테일과 합병을 발표했고 물류 사업의 대대적인 진출이 예상되고 있는 것은 변수다. 택배 및 배달 대행 등 물류 사업에서 합병 회사의 과감한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투자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GS그룹은 GS네트웍스가 보유한 물류창고 외에도 전국 약 1만5000여개에 달하는 편의점을 인프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의 택배업 진출, GS홈쇼핑과 GS리테일 합병에 따른 물류사업 확대 움직임 등은 기존 택배 사업자들에는 경쟁 강도가 높아지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한진택배의 경우 쿠팡, GS 등과 일정 기간 동안 운송 계약이 맺어져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장기적으론 핵심 고객을 유지하지가 쉽지 않아 고객군의 확대 및 신사업 추진 등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진은 현재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남아있다. 섬유업체 경방이 지분 10%를 보유한 2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말엔 주주가치제고를 위한 주주제안을 했고, 정기 주주총회에서 표결을 통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2명의 대표이사와 함께 핵심 경영진에 오른 조현민 부사장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 선임을 노릴 가능성이 높다. 추후 계열분리까지 고려한다면 경영자로서 안정적으로 자리 매김해 성과를 입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