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H는 요기요 몸값 2조원을 받을 수 있을까
입력 2021.01.13 07:00|수정 2021.01.15 10:07
    배민 점유율 절반인 요기요…예상가 2조원 거론
    GMV 급증…배민보다 낮은 배수 적용해도 가능
    미래 가치 불투명…경쟁 심화에 노동 문제 우려도
    인수 후보군 부담 요소 많아…인수 열기 불투명
    • 배달앱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는 올해 M&A 최대어 중 하나로 꼽힌다. 예상 매각가로 2조원이 거론되고 있다. 배달앱 2위의 시장 지위에 ‘이익을 내기 시작한 플랫폼’이라는 점, 배달의민족 M&A에 적용된 거래 배수 등을 감안하면 허황된 숫자는 아니란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는 현재까지 이룬 성과에 대한 것이다. 플랫폼 기업 투자는 미래 성장성이 담보돼야 하는데, 지금까지의 장점이 앞으로도 유효할 지는 의문이다. 인수자로선 업계 경쟁 심화, 수수료와 배달 노동자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인수 경쟁이 미지근하면 가격 하락은 불가피하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우아한형제들 주식 88%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공정위는 DH에 DHK 지분 100%를 매각하도록 하는 구조적 조치를 부과했고, DH는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DH는 배달앱 1위 자리를 얻는 대신 2위 사업자를 내주게 됐다. 늦어도 연내 매각을 완료해야 한다.

      2019년 배달앱 점유율은 배달의민족이 약 78%, 요기요가 약 20%였는데 격차는 좁혀지는 모습이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클릭에 따르면 작년 9월 점유율은 배달의민족이 약 60%, 요기요가 약 30%다. DH가 2019년말 배달의민족을 평가한 가치가 40억달러(당시 약 4조8000억원)였으니, 점유율이 절반인 요기요의 몸값은 2조원 안팎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 DH는 배달의민족 가치를 2019년 연간거래액(GMV) 대비 0.6배로 평가했다. 2위 사업자에도 동일한 거래배수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느냐는 지적이 있는데, DH가 공정위의 결정을 기다리는 1년간 사업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

      배달앱 시장은 매년 급성장세다. 2017년 2조4760억원이던 거래액은 2018년 4조9890억원, 2019년 9조2950억원으로 늘었다. 작년엔 10조원 중반대 시장으로 성장했을 것으로 보인다. DHK가 속한 DH의 아시아 시장 실적만 봐도 성장세가 가파르다. 작년 상반기에 이미 전년의 주문수와 거래액을 따라잡았다. DHK의 GMV가 1년 사이 두배로 늘었다고 가정하면 배달의민족보다 조금 낮은 GMV 배수를 적용하더라도 2조원 수준의 몸값이 가능해진다.

      요기요는 업계 최고 수준의 중개 수수료를 받고 있다. DH는 지난달 '요기요 익스프레스' 중개 수수료를 기존 7%+1000원에서 12.5%+2900원으로 인상했다. 중개수수료 자체는 배민라이더스의 B타입(15%)보다 낮지만 배달대행이용료 2900원이 추가로 붙었다. 요기요 이용업체 입장에선 부담인데 인수 후보자들이 보기엔 매력적이다.

      공정위는 DHK 지분 매각 외에 현상유지 명령도 내렸다. 요기요와 다른 배달앱을 분리·독립 운영하고, 음식점에 적용하는 실질 수수료율 변경을 금지했다. 매월 전년 같은 달 이상의 프로모션 금액을 사용하고, 요기요 배달원의 근무조건을 불리하게 바꾸지 말라고 했다. 물론 일부 인수 후보자들은 ‘껍데기만 비싸게 사게 될 것’이라며 우려하기도 한다. 단 DH는 요기요 매각 시 계약서도 공정위에 알려야 하기 때문에 드러내놓고 가치를 훼손하긴 어렵다.

    • 2019년 DHK는 약 600억원(4391만유로)의 순손실을 냈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 DHK는 매년 매출 중 10% 가까운 금액을 관리수수료 비슷한 명목으로 본사에 지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엔 다른 사업자들과 경쟁 과정에서 발생한 일회성 비용 등도 특히 많았다. 이를 감안해 조정하면 2019년에도 소폭 이익을 낸 것으로 봐야 한다는 평가다. 작년엔 거래금액이 급증했으니 이익 규모도 더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일찌감치 ‘이익을 실현한 플랫폼’ 반열에 들었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높은 수수료율과 몇 해 전부터 이익을 내고 있다는 점 등을 보면 요기요가 배달의민족보다 나은 면도 있다”며 “작년 GMV와 이익 규모가 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2조원의 몸값도 타당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의 성과만 보면 후한 값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인데, 성장기업의 몸값은 결국 미래의 기대 가치가 더 크게 반영된다. 요기요가 지금까지의 장점을 앞으로도 이어갈지는 불투명하다.

      시장의 파이가 급격히 커진 만큼 경쟁도 빠르게 심화하고 있다. 쿠팡, 위메프오 등 다른 사업자들이 점유율을 잠식해가는 상황이다. 요기요는 나중엔 외려 DH의 공세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DH는 최근 대규모 증자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은 마이너스 현금창출력을 보이더라도 적극적인 확장 전략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에 맞서러면 앞으로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 증권사 유통담당 연구원은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시장점유율을 다 가지고 있던 2019년과 쿠팡이 뛰어든 지 1년도 되지 않은 지금 상황은 천지차이”라며 “최근 요기요 익스프레스 서비스 확장 정책을 보면 비용 부담도 커졌을 텐데 2조원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원매자간 경쟁이 얼마나 치열하게 벌어질 지도 의문이다. 요기요는 현금흐름이 난다는 점에선 사모펀드(PEF)도 관심을 보일 만하지만, PEF로부터 대규모 신규 투자금까지 기대하긴 쉽지 않다. 배달앱 특성 상 수수료 체계 변경에 따른 평판 위험이 상존하고, 배달 노동자들과의 갈등도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테크기업이나 기존 유통 대기업 모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경쟁사들이 나서자니 다시 공정위 문턱을 넘어야 한다.

      한 유통사 관계자는 “배달앱들은 장기적으로 클라우드 라이더 모델로 가겠지만 적어도 5~6년은 기존의 오토바이 배달 노동자들과 일을 해야 한다”며 “대기업 입장에선 라이더 노동 문제가 사회 이슈로 커질 위험을 안고 배달앱에 1조원 이상 쓰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