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증권사'들 일부러 뺀 LG에너지솔루션 IPO 전략…시장은 '우려'
이재영ㆍ이지은 기자 | leejy@chosun.com | 2021.01.14 07:00
Edited by 현상경 취재본부장 | h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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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ㆍ한투ㆍ삼성 등 후보군 제외...이해상충 의식한 듯
최대 30조 거래인데 KBㆍ신한ㆍ대신 조단위 거래 경험 無
주관사 선정 과정서 참고할 만한 전략 등도 검토 못하게 돼
"주식시장에 개방적이지 않은 LG그룹 문화 작용한 듯"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이 조심스럽게 기업공개(IPO) 준비 절차에 착수했다. 다만 지나치게 이해상충과 여론 등을 의식한 탓인지 스스로 보폭을 묶어버렸다는 우려가 나온다. 역사적인 규모의 초대형 거래임에도 불구, 트랙레코드가 제한된 '마이너리그' 증권사만 참여시키는 상황이 발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2일 오후 늦게 국내외 증권사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배포했다. 이달 중 제안서 제출과 경쟁 프리젠테이션(PT) 등을 거쳐 주관사단을 구성한 후, 2월부터 본격적인 실사 작업에 착수할 전망이다. 연내 코스피 입성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이 과정에서 RFP 배포 대상을 극히 제한시켰다는 점이 증권가에서 화제가 됐다. 지난해 IPO부문 리그테이블 주관 1위 한국투자증권, 또 자기자본 기준 국내 1위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 '빅5' 중 최근 IPO에 가장 많은 인적 투자를 하고 있는 삼성증권이 아예 후보군에서 제외됐다. 이른바 증권업계 톱티어들이 초청장도 받지 못했다.

반면 KB증권ㆍ대신증권ㆍ신한금융투자 등 IPO 시장에서는 세컨티어에 속하는 증권사들이 주관사 후보군으로 대거 부상했다. 이들은 RFP 수령을 전후로 전사적인 규모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제안서 작성 준비에 착수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대외적인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RFP 배포와 관련해 "확인해줄 수 없으며 공식적인 입장 역시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증권업계에서는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s)에 대한 우려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

업계 1, 2위를 다투는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 경쟁사인 SK IET의 상장 주관사를 맡고 있다. LG는 관련 기술을 두고 SK와 수년째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사실상 두 그룹간 '자존심' 경쟁으로도 비춰지는 상황이다. 또 삼성증권은 전기차 배터리 업계 경쟁사인 삼성SDI의 계열 금융회사다.

결국 주관사단 선정 과정에서 '보안'에 대한 우려를 철저히 하다보니 1등 증권사들은 다 빠지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증권사들에게 보낸 RFP에서도 이해상충에 대한 해소방안을 제안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KBㆍ신한ㆍ대신 등의 증권사들이 역대 최대 규모 거래를 좌우할 경험과 역량을 갖추었는지에 대한 우려다.

이번 LG에너지솔루션 IPO는 기존 공모거래 기록 대부분을 갈아치울 것으로 전망된다. 규모만 따져봐도 최소 10조원, 최대 20조~30조원에 달하는 거래에 달한다. 이는 직전 국내 최대 규모 공모 거래를 기록한 삼성생명(4조8880억원)의 적게는 2배, 많게는 4~6배에 달한다. 시장과 투자자들의 관심도 엄청나다. 이러다보니 트랙레코드와 IPO경험이 많은 증권사의 '리드'도 필요할 상황이다.

그러나 주관사단 후보에 들어간 증권사들의 과거 5년간 트랙레코드는 극히 미약하다. 조 단위는커녕 1000억 단위의 거래도 찾아보기 힘들다.

KB증권은 채권(DCM) 부문에서는 국내 최대 강자로 꼽히지만, IPO를 비롯한 주식(ECM)부문 경험이나 레코드는 높지 않다. 2017년 4200억원 규모 제일홀딩스(현 하림지주)가 대표주관을 맡았던 가장 큰 거래였다.

대신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2016년 공동대표주관한 2800억원 규모 한국자산신탁이 이전 최대 규모 거래고, 리그테이블 상위권에서 벗어나 있는 회사들이다. 이로 인해 RFP를 수령한 증권사 일각에서조차 '이 거래를 우리가 컨트롤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사실 매각자-인수자가 뚜렷이 나뉜 M&A거래가 아닌, 일반공모가 중요한 IPO 거래에서 이해상충 우려로 업계 1위권 증권사를 RFP 배포 대상에서조차 제외하는 건 최근에는 드문 사례로 꼽힌다.

RFP를 배포한 후 받게 될 증권사들의 제안서에는 해당 하우스의 시각과 분석, 전망이 담긴다. 그러니 향후 주관사로 선정하지 않더라도 발행사 입장에서 차용할만한 전략이 있다.

쉽게 말해 IPO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회사라면 주관사로 뽑든, 안뽑든 대형 증권사들에게 "일단 한 번 제안서를 내봐라"로 요청한다. 그리고 이들이 제시한 여러 전략을 참고한다. 증권업계에서도 이는 '프로'들끼리 통용되는 기본 전략에 해당된다.

앞서 주관사를 선정한 카카오뱅크 등 주요 대형 발행사들이 이해상충 요소에도 불구, 대형 증권사들에 빠짐없이 제안 기회를 준 건 이런 까닭이다. 하지만 LG는 이런 제안도 받아보지 않은 셈이다.

이렇게 조심스럽고 엄밀하게 LG가 접근하는 데는 LG화학 분사 과정에서 겪은 여론의 지대한 관심이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누가봐도 합리적인 분할 방식을 제시했음에도 불구,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 분사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원성을 사고 곤욕을 치렀다. 이런 아픈 경험 때문에 IPO과정에서도 최대한 리스크를 줄이고 조금이라도 문제가 될 소지들은 미리 없애려는 것 아니겠냐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불구, 증권가에서는 주관사 선정 단계에서부터 보여준 과도한 '조심성'이 되레 IPO 성공을 막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사실 IPO는 대중 마케팅이 핵심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주요 단계마다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 정석이다. 그만큼 공격적으로 나설 필요도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그간 IPO 시장에서 경쟁사를 의식, 폐쇄적인 정책을 고수해서 좋은 결과가 나온 적이 없다는 걸 참고할만하다는 평도 내놓고 있다.

2010년 대한생명(현 한화생명)이 대표적인 반면교사로 꼽힌다. 당시 대한생명은 삼성생명을 의식해 주관사단에 '생보사 주관 중복금지 약정'을 걸고, 상장 예비심사 청구 사실조차 극비에 부쳤다. 반드시 이런 이유 탓만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당시 대한생명은 공모 흥행몰이에 성공하지 못했다.

한 자산운용사 공모주 담당자는 "IPO는 시장에서 기업의 영업적 가치와 사회적 평판을 확인하는 작업이라 지나치게 엄숙주의나 신비주의를 유지하려 하면 역효과가 난다"며 "LG그룹이 너무 오랜만에 에쿼티(equity;주식) 거래를 진행하기도 하는데다, 그룹 자체의 문화도 주식시장에 그리 개방적이지 않다는 점이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1월 13일 16:47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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