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로 불붙은 모빌리티-빅테크 협업…배터리 제외한 삼성·SK·LG 접점은
입력 2021.01.15 07:00|수정 2021.01.19 08:43
    테슬라 독주에 발등에 불떨어진 빅테크 업계
    모빌리티 기반 데이터 사업서 현대차 재평가
    삼성·SK·LG 등 전장사업 확대 등 속도 내지만
    하드웨어 강점 외 확장성에서 평가 나뉠 전망
    • 애플이 자율주행 기반 전기차 출시를 예고하면서 글로벌 빅테크와 글로벌 제조업체 간의 협업 가능성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테슬라 독주를 막기 위해 애플은 물론 구글, 아마존 등도 모빌리티 기반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기 위해 여러 제조업체들에 손을 내밀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 제조업체 중에선 독일 폭스바겐(VW)과 미국 GM에 이어 현대자동차그룹이 적합한 파트너 후보로 부상했다. 현대차를 제외하면 삼성, SK, LG 등 국내 주요그룹들은 존재감을 드러내는 배터리 사업을 제외한 전장사업 부문에선 그룹 별로 주목도가 나뉘고 있다는 평가다.

      전기차 업계에서는 빅테크의 완성차 기업에 대한 러브콜은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최초의 도미노는 테슬라의 데이터 비즈니스 모델이다. 지난 한 해 테슬라는 완성차 업체가 아닌 IT기기 업체로 바라봐야 한다는 평가가 증가했다.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구현할 수 있는 전기차를 기반으로 판매량이 늘어날수록 자율주행 완성도를 높이고 관련 데이터를 독점적으로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구글 웨이모와 아마존 죽스 등 빅테크 역시 자율주행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추가적인 데이터 확보 과정에서 전기차라는 미끼 상품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테슬라 자율주행과의 기술 격차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올해 모델Y가 합세한 테슬라의 판매량이 100만대까지 거론되는 만큼 직접 설계한 전기차 없이는 격차가 누적으로 벌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내연기관 완성차 시장에서 글로벌 5위 메이커인 현대차그룹의 재평가가 급격하게 진행 중이다. 현대차그룹의 강점은 OTA 시스템과 이를 구현 가능한 집중형 아키텍쳐(시스템 구성) 기반으로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갖췄다는 점이다. 각각 MEB 플랫폼과 얼티엄 플랫폼을 발표한 폭스바겐, GM과 함께 빅테크가 반(反)테슬라 진영을 구축하는 데 주력 파트너로 부상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빅테크와 협업을 통해 독자적인 데이터 비즈니스 모델을 전개할 경우 빅테크와 마찬가지로 PSR(주가매출액비율)이 적용되며 기업가치가 폭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테슬라를 바퀴 달린 컴퓨터 회사로 바라보는 측에서는 테슬라의 기업가치를 빅테크와 동일한 PSR로 평가하고 있다.

      테슬라는 이미 전기차를 기반으로 데이터 비즈니스를 전개하기 위한 수직계열화를 이룬 상태다. 완전자율주행 상용화 시점이 앞당겨질수록 테슬라의 판매 성장은 구글, 아마존, 애플 등 빅테크의 데이터 사업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애플이 지지부진하던 타이탄 프로젝트(자율주행차 사업)를 직접 자율주행 전기차를 만드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증권사 자동차 담당 한 연구원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스마트폰 중심으로 10년간 플랫폼 생태계 구축이 이뤄진 것과 마찬가지로 향후 모빌리티 기반 플랫폼 구축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애플과의 협력이 현실화할지 여부와는 무관하게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의 위상은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과 SK, LG 등 국내 주요그룹도 전장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 시장 성장성이 높은 만큼 전장사업에서 차별화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LG그룹의 경우 LG전자가 글로벌 전기차 부품사 마그나와 합작법인(JV)을 설립하고 전장부품에서 혁신을 예고했다. 일각에서는 핵심인 전기차 배터리에서 강점이 있는 만큼 LG이노텍의 카메라모듈과 LG전자의 인포테인먼트 및 파워트레인 사업부 등을 조명하며 직접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이번에 조명을 받은 파워트레인 등 대부분 전장사업을 대체할 수 있는 기업이 많아 독점적 지위를 구축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평이 나뉘는 편이다.

      삼성전자 역시 비메모리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정 경쟁력을 앞세워 전장사업 계열사인 하만과 함께 차량용 반도체 사업을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자율주행 기반 전기차에 탑재되는 반도체가 대폭 늘어날 예정인 데 반해 공급부족이 지속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최근 하만의 경영진을 교체하는 등 추가 인수합병(M&A)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SK텔레콤은 물적분할을 통해 모빌리티 신설법인을 만들었다. 자율수행 사업자회사를 보유한 우버와 협력 관계를 갖춘 것도 전장사업 확대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현지 인프라와 빅데이터 활용이 필수적인 만큼 V2X(차량·사물 간 통신)와 정밀지도 등 인프라 구축에 권역별 파트너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반면 이들이 진출한 전장사업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갖출지 확언하기는 어렵다. 현대차가 모빌리티 기반 플랫폼 구축에 필요한 유력 플레이어로 거론되는 것과 달리 현재 삼성과 LG, SK그룹의 사업은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세 그룹 모두 앞으로 전개될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핵심이 되는 전기차 배터리에서 글로벌 기준 5위 내 사업을 갖추고 있다. 3사 모두 현대차와 직간접적으로 전기차에서 협업도 지속될 예정이다. 그러나 핵심인 데이터 사업으로의 확장성까지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평이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데이터 사업에서 독자적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느냐는 측면에서 이제 막 현대차에 기회가 열린 상황"이라며 "국내 주요그룹 역시 현대차와 비슷하게 하드웨어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지만 데이터 사업으로 확장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따라서 구도가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