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IPO 주관사 선정 키워드는 "사랑해요 LG"?
입력 2021.01.18 07:00|수정 2021.01.19 08:45
    21일 전후로 자문사 선정 PT 진행
    LG그룹에 대한 로열티 보이는 것 핵심
    삼성·SK그룹 일 많이 했던 IB들 고심 깊어
    • 국내 IPO 역사상 최대 대어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 IPO 주관사단 선정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에겐 절대로 놓칠 수 없는 거래란 점에서 다들 혈안이다.

      주관사단에 뽑히기 위해선 실력도 실력이지만 LG에 대한 ‘사랑’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LG그룹을 등한시했던 글로벌 IB들은 경영진 프리젠테이션에서 ‘옛사랑’의 흔적을 지우는 데 부단히 애를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후 기업가치 100조원, 공모거래 최대 20조~30조원이 기대된다. 국내 IPO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증시에 상장되긴 하지만 사실상 글로벌 딜인 셈이다. 국내계는 KB증권·대신증권·신한금융투자가 경쟁하고 있는데 대형 거래 경험이 없어서 외국계 대표주관사에 좀 더 무게가 실릴거란 전망이 많다

      이번 거래에 자문을 맡기 위해 글로벌 IB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지난해 LG화학에서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분할하는 과정부터 사실상 경쟁이 시작됐다. 물적분할 자문 등 IB들은 LG그룹에 다양한 루트로 접촉하면서 주관사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분기점이 된 것은 SK IET 상장 주관사 선정이었다.

      SK그룹은 LG그룹에 앞서 SK IET 주관사 선정에 나섰다. 배터리 사업을 놓고 양사가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상황이다 보니 주관사단 선정에도 양 그룹간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이를 잘 인지하고 있는 IB들도 확실하게 줄을 서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IB들은 전략적 계산 하에 SK와 LG 사이를 저울질 했다. 그 결과 SK IET 상장주관사 자리는 JP모건과 크레디트스위스에 돌아갔다.

      이를 잘 인지하고 있는 LG그룹도 확실한 내 편이 되어줄 자문사를 찾아 나섰다. 글로벌 IB들에 전달한 RFP에도 ‘이해상충’ 조건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못 받으며, 이번 거래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강조했다.

      그러다 보니 결국 SK IET 주관사단을 제외한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한다.

    • 무엇보다 LG그룹에 대한 ‘로열티’를 보여주는 게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LG그룹은 자본시장에선 그닥 주목받는 그룹사는 아니었다. LG CNS 지분매각, 서브원 지분매각, LG전자 수처리 매각, LG화학 LCD편광판 매각, LG유플러스 PG사업부 매각 등 지난 2년 동안 사업 정리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하고, LG전자의 ZKW인수, 마그나와의 JV 설립 등 신사업에 대한 움직임도 있었다. 하지만 딜 사이즈가 SK그룹 등이 추진한 딜과 비교해 작다 보니 IB들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전통적으로 LG그룹이 M&A 소극적이었던 영향도 있었다.

      자연스레 제한적인 인원을 가지고 성과를 내야 하는 IB들은 다른 그룹에 좀 더 심혈을 기울일 수 박에 없었다. 이런 부분들이 이번 주관사 선정 작업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삼성그룹 딜에서 활약했다. 삼성생명 상장뿐만 아니라 삼성SDS 상장,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및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과의 경영권 분쟁에 자문업무를 담당했다. IB들 중에서 삼성그룹과 가장 돈독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곳으로 통한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의 경우 최근 SK그룹 딜에서 두각을 보였다. 국내 최대 거래 M&A인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자문을 비롯해, SK E&S의 미국 수소업체 플러그파워 인수, SK바이오팜 상장 주관 등 SK그룹의 굵직한 거래의 자문을 맡았다. SK그룹과 손발을 맞춰 좋은 결과를 낸 점이 지속적인 자문 업무로 이어졌다.

      모건스탠리는 상대적으로 이번 주관사 선정에 앞서 있다는 평가다. KKR의 동박사업부 매각 주관을 맡는 등 배터리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데다, LG그룹과 SK그룹의 배터리 사업 신경전에서도 전략적으로 LG그룹에 포커스 한 부분도 있다. 크래프톤 IPO에서 주관사 자리를 놓친 것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주관사 자리를 꿰차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듯 이번 주관사 선정에선 ‘정성평가’가 무엇보다 중요한 거래다 보니, 21일 전후로 예정된 경영진 프리젠테이션(PT)에서 LG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어떻게 보여줄지에 관심이 쏠린다.

      한 IB 관계자는 “SK IET를 놓친 IB들은 LG에너지솔루션 상장주관 업무를 무조건 맡아야 할 정도로 부담이 큰 딜이다”라며 “LG그룹도 이번 상장을 기회로 IB들에게 존재감을 확인시키려고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