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웨이브·티빙에 쿠팡·디즈니까지…막 오른 韓 OTT 전쟁
입력 2021.01.22 07:00|수정 2021.01.25 10:03
    국내외 OTT들 연초부터 '드라이브'
    지속적인 '킬러 콘텐츠' 공급이 핵심
    콘텐츠 확보 둘러싼 셈법 복잡해져
    • 연초부터 국내 OTT(온라인 영상콘텐츠 제공 서비스) 업체들이 각각 진영을 갖추고 공격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달 초 티빙은 CJ·JTBC·네이버의 3자연합을 구축했고, SK텔레콤의 웨이브는 SBS와 손잡고 콘텐츠 경쟁력을 보강했다.

      이는 국내외에서 경쟁사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존재감이 공고한 가운데 출시설만 돌던 디즈니가 올해 중으로 서비스 시작을 공식화했고 애플플러스, HBO맥스 등도 국내 상륙 준비 움직임이 포착된다. 아마존 모델을 꿈꾸는 쿠팡은 멤버십 고객들을 위해 쿠팡플레이를 출시했다.

      더불어 경쟁의 핵심인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를 위해 업체간 셈법도 복잡해졌다. 이에 콘텐츠 제작사를 보유한 OTT들은 '합종연횡'도 서슴지 않는다. 시장에서는 올해가 국내 OTT 시장 경쟁구도가 재정립되는 원년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춘추전국시대 같은 OTT 시장에서 몇몇의 경쟁사업자로 추려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난해 기준 국내 OTT시장 점유율은 넷플릭스가 40%으로 압도적 1위다. 웨이브와 티빙은 각각 21%, 14% 수준이다. 현 점유율이 큰 의미가 없다는 평도 있다. OTT는 구독이 쉬운 만큼 해지도 쉽고, 갈아타기도 빈번하다. 우위를 선점해도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디즈니플러스의 행보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이유이기도 하다.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등 압도적인 콘텐츠 경쟁력을 가진 디즈니플러스가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면 마블 영화 독점 공개 등 유인책으로 충성 고객들을 빠르게 낚아채 갈 가능성이 크다. 디즈니플러스는 2019년 11월 서비스를 시작해 지난해 12월 초까지 글로벌 구독자 8690만명을 확보했는데, 당초 목표인 '2024년까지 구독자 6000만명 이상'을 조기 달성했다.

      선두주자인 넷플릭스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국내에서 최소한의 활동으로 폐쇄적인 전략을 취해 온 넷플릭스는 최근 국내 콘텐츠 창작자들과 교류하고 애니메이션·더빙 등 세부 산업에서 프로덕션 라인을 구축해 업계와 접촉점을 늘리고 있다.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 생태계에 직접 파고드는 건 장기적인 오리지널 K콘텐츠 제작 환경을 조성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신규 이용자를 끌어들이고, 기존 이용자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킬러 콘텐츠를 생산해 해당 서비스를 ‘반드시’ 구독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결국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역량이 장기전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이란 분석이다.

    • 콘텐츠 확보엔 내편 네편 없다?…복잡해진 셈법

      콘텐츠 전쟁이 치열해질수록 각자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CJ-네이버는 지난해 대규모 주식교환으로 ‘혈맹’을 맺고 OTT에서도 힘을 합치면서 향후 네이버의 티빙 지분 투자가 예상된다. 다만 네이버 입장에서는 자체 동영상 플랫폼인 네이버TV를 티빙에 흡수시킬지는 고민으로 남는다. 광고수익이 중요하기에 네이버TV를 포기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평이다.

      IP(지적재산권)를 둘러싼 변수도 다양하다. CJ ENM이 네이버와 손을 잡은 건 네이버 웹툰 등 콘텐츠 IP 확보 차원이 크다. 최근 글로벌 인기를 얻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위트홈'은 네이버 웹툰이 원작이다. 네이버가 티빙에 본격 합류하면 웹툰 등 보유 IP를 어디에 제공할 지는 새로운 문제로 부상할 수 있다.

      자체 콘텐츠 제작 능력의 핵심인 제작사, 스튜디오 확보 전쟁도 예고된다. 예로 '스위트홈'은 CJ ENM의 자회사인 스튜디오드래곤에서 제작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지난해 '나홀로 그대'까지 넷플릭스 오리지널을 연달아 제작 공급했다. CJ 입장에서는 자체 OTT 콘텐츠가 필요한 상황에서 경쟁사  OTT의 독점 콘텐츠도 제작하는 셈이다.

      콘텐츠 제작이 본업이 아닌 곳들은 제작 역량 확보가 바빠졌다. 웨이브는 SBS의 드라마 제작사와 더불어 지난해 넷플릭스의 대표작인 '킹덤' 시리즈를 제작한 에이스토리와도 MOU를 맺었다. 선택지가 많아지면 제작사들은 콘텐츠 독점 계약을 맺을지, 여러 곳에 제공할지가 고민이 될 수 있다. 넷플릭스도 최근 국내 콘텐츠 스튜디오 두 곳과 장기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

      대기업, 제작사, 방송국, 글로벌 기업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히면서 누가 주도권을 쥘지도 관전 포인트다. 과거 OTT 통합을 두고 CJ와 SKT가 협업을 시도했지만,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한 사례가 있다. JTBC는 CJ ENM과 2019년 9월 합작 법인 출범을 위한 MOU를 체결한 후 1년이 넘게 진통을 겪고 비로소 이달 공식 합류했다.

      가격 차가 줄면서 구독 유인 전략도 다양해지고 있다. 쿠팡은 자사 쇼핑 멤버십에 OTT를 제공하고, 티빙은 쇼핑·웹툰 혜택이 있는 네이버멤버십(월 4,900원)에 이용권을 추가할 예정이다. 웨이브는 지난해 연말 11번가와 결부한 멤버십이 종료되면서 새로운 멤버십 서비스를 공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웨이브는 요금 혜택이 SKT의 일부 서비스(음악앱 플로, 고액 요금제 등)에 한정되면서 대기업의 제 식구 챙기기같은 한계를 보인다는 지적을 받아온 바 있다.

      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토종 OTT 각각의 장점이 드러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가 필수인데, 아직 투자 예산이 공격적인 수준은 아니다”라며 “OTT가 본업인 회사와, 부업인 회사가 각각 얻고자 하는 이득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시장이 형성될 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버틸 놈’만 남는다…M&A 등 OTT發 거래 늘어날 듯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K콘텐츠 영향력이 큰 만큼 한국이 아시아 시장의 전진 기지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3분기 넷플릭스의 신규 유료 가입자 중 46%가 아시아에서 발생했다. 글로벌 플레이어도, 국내 OTT도 한국 시장에서 승기를 잡아야 하는 이유다.

      정부도 정책지원에 나섰다. 이달 방송통신위원회는 콘텐츠 제작비용 세제지원 등 국내 OTT 오리지널 콘텐츠 지원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국내 OTT의 해외진출을 돕고 업계 숙원인 저작권 문제도 부처 협의에 나설 방침이다.

      수요가 늘면서 업계 내 크고 작은 딜(Deal)도 늘어날 전망이다. 자금력 있는 곳들은 빨리 몸집을 키워 경쟁력을 키우려고 할 것이고, 작은 곳들끼리는 서로 뭉칠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고밸류 논란'도 일찌감치 나오고 있다. 지난달 JTBC스튜디오가 사모펀드와 텐센트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할 당시, "해외 대형 OTT와 계약을 앞두고 있어 1조원 이상의 몸값을 원했다"고 알려진 바 있다.

      IB(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제작사들이 지금 시장에 나와도 지금은 워낙 비싸서 부담스러운 상황이라 시장 정리가 되면 팔거나 사고 싶은 곳들이 많아질 것”이라며 “성장성을 생각하면 결국 OTT랑 콘텐츠도 해외 확장이 필수라 머니게임으로 가면 버틸 체력이 되는 몇몇 업체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