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왓패드 인수, '웹소설·글로벌·콘텐츠 IP' 세가지 노린다
입력 2021.01.25 07:00|수정 2021.01.26 10:46
    콘텐츠 사업 강화, '제작'보단 '플랫폼' 전략
    글로벌 IP 확보 위한 투자 본격적으로 시동
    자금 수요 늘어날 듯...공모채 발행 검토도
    • 네이버가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인 ‘왓패드’ 인수를 깜짝 발표했다. 왓패드 인수로 네이버가 지금까지 웹툰에 비해 입지가 약했던 웹소설 부문을 강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번 투자를 계기로 네이버가 본격적으로 콘텐츠 강화를 위한 글로벌 IP(지적 재산권) 확장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네이버는 왓패드 지분 100%를 6억달러(6532억여원)에 인수하기로 하고 상반기 중 절차를 완료할 예정이다. 이번 딜은 네이버의 역대 최대 외부 법인 투자 규모다. 왓패드의 스토리텔링 IP 활용 가치가 높은 것이 '통 큰 투자' 결정의 핵심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네이버의 콘텐츠 전략은 직접 ‘제작’ 보다는 콘텐츠의 원천 소스가 되는 만화, 소설 등을 확보하는 방향이다. 지금까지 네이버는 웹툰을 중심으로 콘텐츠 수익 모델을 다져왔고, 웹소설도 웹툰과 같은 수익 모델로 발전시키려는 계획이다.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왓패드를 통해 한층 더 다양한 스토리 콘텐츠를 확보하게 됐다"며 "이미 네이버웹툰을 통해 우리나라 작가들이 글로벌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처럼  웹소설 작가들의 해외 진출이 더 활발해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왓패드는 북미지역에서 가장 많은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어 글로벌로 콘텐츠 영역을 넓히려는 네이버의 전략과도 맞아 떨어진다. 사용자가 전세계 9000만명 이상인 왓패드는 500만여명의 작가가 쓴 10억편 이상의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아마추어 작가 및 소비자가 직접 콘텐츠 생산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웹소설은 OSMU(원 소스 멀티 유즈)로 드라마, 영화, 게임 등 다양한 포맷으로의 확장성 또한 높다. 왓패드 연재 소설 ‘키싱부스’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시리즈로도 제작돼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네이버는 글로벌 콘텐츠 사업 확장을 위해 지속적으로 인수할 만한 플랫폼 회사들을 물색해 왔다. 다만 글로벌 콘텐츠 회사들이 규모가 작은 곳이 많다보니 후보군이 일부 중국계 업체들 말고는 마땅히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8월 왓패드와 매각 얘기가 진행됐고, 이후 네이버가 IB 자문사를 따로 포함하지 않고 딜의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소화하면서 조심스럽게 진행됐다. 인수 과정에서 틱톡, 스포티파이, 아마존프라임, 넷플릭스 등 쟁쟁한 글로벌 회사들이 뛰어들며 몸값이 크게 올랐다고 전해진다. 전 세계적으로 IP 쟁탈전이 치열한 만큼 북미 시장에서 콘텐츠 회사들의 몸값은 ‘부르는 게 값'이라는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왓패드를 시작으로 네이버가 플랫폼 M&A(인수합병)를 늘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하고 있다. 네이버의 재무 여력은 양호한 상태다. 지난해 3분기 말 연결기준 네이버의 자본총계는 약 7조4117억원 규모다.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만 약 1조5000억원에 달한다다. 차입이 많은 곳도 아니기 때문에 여력도 남아있다. 지난해 3분기 말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약 1465억원이고 순차입금은 (-)1조618억원 수준이다.

      향후 확장 기조를 강화하면서 자금 조달 필요성이 생길 수는 있다.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AA)는 다음달 공모채 발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발행 계획이 확정된다면 네이버는 2016년 이후 약 5년 만에 공모채 시장을 찾게 된다.

      한 증권사 IT 담당 연구원은 “콘텐츠 IP는 크게 웹툰, 웹소설 부문이 있는데 웹소설이 수익성이 좋아서 카카오도 웹소설 부문에서 수익을 많이 내고 확장해왔다. 네이버가 웹툰에 비해 웹소설이 약했기 때문에 이번 인수로 웹소설을 강화하고 ‘글로벌 콘텐츠 창작 플랫폼’을 만드려고 하는 것”이라며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결국은 다 목표가 아마존 모델이니까 핵심인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릴거고, 플랫폼 욕심이 확실한 네이버가 앞으로 M&A를 늘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