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나고, 매각설 빈번해도…프로야구단 수익성 매번 그 자리
입력 2021.01.26 07:00|수정 2021.01.27 10:10
    코로나 사태, 관중 감소에 수익 저하 심각
    모기업 지원에 의존하는 수익구조 고질적인 문제
    해외는 외부 투자유치 및 IPO 적극적
    국내도 새로운 수익 모델 창출 필요
    • 두산베어스가 모그룹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지난해 매각설에 시달린 바 있다. 하지만 투자금융(IB) 시장에선 내놔도 팔리기 힘든 매물이란 평가가 많았다. 국내 프로스포츠단의 비즈니스 모델로는 수익을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프로야구가 출범한지 40년이 되어가지만 여전히 모그룹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 여파로 사정은 더 안 좋아졌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에 따르면 국내 4대 프로스포츠가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코로나로 입은 피해액이 2547억원으로 추정된다. 프로야구만 1727억원이 예상된다. 코로나로 상황이 더욱 심각해지긴 했지만, 이전에도 프로스포츠는 수익성이 나는 사업은 아니었다. 프로농구단인 인천 전자랜드가 딜로이트안진을 주관사로 선정해 새로운 주인을 찾고 있고, 지난해 하나은행이 대전시티즌을 인수하는 등 경영난에 시달리는 프로스포츠단 M&A가 일어나고 있다.

      프로스포츠는 1963년 프로골프 출범과 함께 시작했다. 본격적인 프로스포츠 시작은 군사정권 시절 프로야구가 출범하면서다. 군사정권 주도하에 6개 기업인 MBC, 롯데, 삼성, OB, 해태, 삼미가 프로야구단으로 출범했다. 그 다음해에 신동아, 유공, 포항제철, 대우, 국민은행으로 이뤄진 프로축구가 출범했으며, 프로농구는 뒤늦게 1996년 시작됐다.

      군사정권시절 정부 눈치에 시작된 사업이다 보니 애당초 수익모델에 대한 고민은 크지 않았다. 그나마 프로스포츠단 유지의 정당성은 모기업 홍보 수단에서 찾는 정도였다. 프로야구 출범 40년이 되어가지만 이런 비즈니스 모델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

      2019년 기준 프로야구 구단별 모기업 매출 의존도를 살펴보면 50%가 넘는 구단이 상당수다. 딜로이트안진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KT(매출 모기업 의존도 60%), 기아(54%), 롯데(45%), LG(44%), NC(43%), SK(42%), 삼성(38%), 한화(30%), 두산(28%), 키움(24%) 순이다. LG트윈스를 살펴보면 10년간 누적지원금이 2144억원에 이르고, 10년간 누적 당기순손실이 195억원이다.

    •  

    • 왜 이렇게 적자가 나는 걸까. 비용은 빠르게 느는데 수익은 이를 못 따라오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10개 구단을 살펴보면 프로야구는 경기당 평균 관중수는 2010년이후 1만명 수준에서 큰 변화는 없다. 하지만 선수단의 연봉은 같은기간 359억원에서 770억원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

      수익구조가 모기업지원금 의존도가 높은 탓도 크다. 이는 국내와 해외를 비교해보면 명확하다. 한 국내 프로야구 팀의 수익구조는 방송 11%, 광고 29%, 입장권 수익 17%, 모기업 지원 43%로 구성됐다. 하지만 영국의 프리미어리그 상위권 구단은 방송 46%, 광고 38%, 입장권 16%다. 즉 국내는 절반가까운 돈을 모기업 지원으로 받아서 운영한다면 해외는 철저하게 수익사업을 통해서 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두산베어스 매각 이야기가 나왔을때도 이런 점이 매각에 걸림돌로 거론됐다. 자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확고하지 않은 상황에서 ‘웃돈’을 주고 이를 사갈 곳은 없을 것이란게 시장의 평가였다.

      물론 국내에서도 아무런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프로축구를 중심으로 시민구단이 도입되었으며, 프로야구단인 현대유니콘스 해체 후 민간투자를 통한 히어로즈가 창단되기도 했다. SK그룹은 SK스포엔터테인먼트를 통해서 팬 중심의 마케팅을 시도하기도 했으며, 삼성그룹은 삼성 스포츠를 제일기획으로 이관하고 본격적인 스포츠 마케팅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프로스포츠는 모기업의 지원 없이는 운영될 수 없는 구조적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최근에는 스포츠구단의 거버넌스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모기업이 100%를 갖는 기존의 거버넌스 구조를 바꿔서 외부 투자자를 유치하고, 필요하다면 공모(IPO) 시장의 문을 두들길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영국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탈리아 유벤투스, 독일의 도르트문트 등 명문 축구구단이 증시에 상장되어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시가총액이 3조74121억원, 유벤투스는 1조6367억원에 이른다. 국내에서도 구단 수익성과 사업성에 대한 철저한 개런티가 이뤄진다면 충분히 IPO도 가능하다는 견해다.

      리그 자체를 활성화는 것도 하나의 방안으로 거론된다.

      NBA의 경우 모든 구단은 전체 매출의 50%를 공유 풀로 모아 수익이 낮은 구단에게 재분배해주고 있다. 이를 통해 특정 스포츠구단에 자본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는다. 이는 리그 전체적인 실력이 상향 평준화함으로써 지속적으로 팬이 유입되는 구조를 만든다. 국내는 아직까지 리그보다는 구단의 힘이 막강하다 보니 이런 시스템이 도입되진 못하고 있다.

      딜로이트안진 스포츠비즈니스 그룹의 관계자는 “스포츠구단 비즈니스 모델 변화를 통해 해외처럼 수익이 나는 사업으로 바꿀 수 있다”라며 “IPO를 가정할 경우 수익성뿐만 아니라 해당 스포츠구단에 대한 팬심까지 더해진 밸류에이션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