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는 모호, 합치니 넷플릭스 대항마?…상장 전 콘텐츠 합치는 카카오
입력 2021.01.27 07:00|수정 2021.01.27 10:02
    카카오페이지-카카오M 합병, '카카오엔터' 출범
    개별상장 대신 통합법인 상장 택해...'덩치 키우기' 전략
    내부선 확장성 프리미엄으로 최대 10조 몸값 기대감
    • 카카오가 기업공개(IPO)가 예정돼 있던 콘텐츠 자회사들을 개별 상장하는 대신 통합법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는, 자회사 간 대규모 합병을 단행했다. 각자도생보다 합병으로 경쟁력을 갖춰 상장 전 가치를 끌어올린다는 전망과 함께 통합법인이 추가로 콘텐츠 자회사를 합칠 가능성도 거론된다.

      카카오페이지는 카카오 금융계열사인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 다음가는 상장 후보군이었다. 주관사 선정까지 마치고 본격적인 상장 준비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카카오M도 자금조달을 위해서라도 상장이 불가피하다는 예상이 많았다. 오리지널 디지털 콘텐츠 제작에 2023년까지 3000억원 투입이 예정돼 있다.

      상장 가능성이 높거나 이미 작업에 착수한 상태지만 내부적으로는 그간 이들 기업의 개별 상장 전략이 모호하다는 고민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페이지는 거래액이 비약적으로 성장 중이나 웹툰과 웹소설 지식재산권(IP)만으로는 플랫폼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영상 콘텐츠가 부재해 향후 성장성에 대한 시장의 의문은 해결해야 할 숙제였다.

      카카오M은 매출 규모에 비해 대규모 투자 등 영업비용 규모가 커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고민이 있다. 카카오TV 내 모바일 숏폼 콘텐츠가 주임을 감안하면 연평균 1000억원의 투자계획은 꽤 공격적인 수준이다. 성장세는 빠르지만 독립법인으로 분할된 지 오래 되지 않아 확장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란 의견이 많다. 단기 내 상장이 어려워 다른 계열사들에 비해 상장 시기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카카오를 담당하는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이 가진 각각의 고민은 결합 시 서로 상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웹툰과 웹소설 IP를 보유한 카카오페이지는 카카오M을 통해 영상 콘텐츠 제작을 실현화, 종합 콘텐츠 플랫폼으로서 상장 스토리를 그려볼 수 있다. 자금 투입이 시급하지만 상장 우선순위에선 밀려나 있는 카카오M도 덩치를 키워 함께 상장 가능하다. 콘텐츠 기업 투자 의지가 있는 투자자들의 분산을 막아 주목도도 높인다는 이점도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합병법인이 어느 정도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로 옮겨가고 있다. 현재로선 이들의 기업가치를 단순 합산한 7조원 수준이 거론된다. 카카오페이지는 상장 추진 당시 5조원의 기업가치를 기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M은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면서 1조7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단순합산 기업가치는 경쟁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시가총액(7조25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카카오 내부적으론 플랫폼 확장성 프리미엄 3조원을 더해 최대 10조원 이상까지도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페이지의 웹툰 및 웹소설을 카카오M에서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하고, 이를 카카오의 OTT 플랫폼인 카카오TV에도 접목하면 그 시너지가 막대할 것이란 설명이다.

      카카오의 일본 웹툰 플랫폼인 '픽코마'가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글로벌 영역 확장에 자신감이 붙은 영향도 있다는 평이다. 픽코마는 현재 세계 최대 만화 시장인 일본 내 1위 사업자로, 2016년 서비스 출시 이후 매년 두 배 이상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경쟁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의 높아진 위상을 고려하면 밸류에이션 궤를 같이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는 후문이다.

      최근 주식시장이 호황을 이어가고 있어 10조원 밸류에이션도 크게 무리는 없을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통합 콘텐츠 모델을 목표하는 사업자가 국내외 상당수 포진해 있다는 점에서 높은 경쟁 강도가 예상된다는 점은 우려 요인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이미 대형 사업자가 많아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해외 확장성을 감안해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을 수 있는 넷플릭스 모델로 갈 수밖에 없다고 본다"며 "얼마만큼 실현화할 수 있는지에 따라 밸류에이션도 크게 달라질 것"이라 전했다.

      해외 증권시장 상장 가능성은 변수가 되고 있다. 관련업계에선 카카오가 다른 IP 보유사들을 모두 통합해 덩치를 키우고 일본 등 해외에서 상장하는 안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외국계 IB로부터 추가 투자를 유치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