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M&A·배당 늘린다" 모범답안에 투자 방향성은 '신중'
입력 2021.01.28 13:07|수정 2021.01.28 13:31
    실적발표서 3년간 배당·M&A·투자 확대 예고
    주주가치·준법경영·친환경 등 ESG 전반 의지
    구체적 반도체 투자 방향성은 원론적 답변만
    • 삼성전자가 실적발표회를 통해 향후 3년간 배당과 인수합병(M&A)를 확대해 현금 증가 리스크를 해소하고 주주가치를 높이겠다고 예고했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 이후 수년 동안 유의미한 M&A가 없다는 문제가 지속 거론됐다. 이재용 부회장 부재 상황에서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이례적으로 직접적인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글로벌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는 올해 반도체 투자계획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준법경영과 지속가능한 성장, 주주와 사회구성원에 대한 책임에 있어서는 모범답안을 준비해왔지만 투자 계획에 대해서는 여전히 쪽대본을 쓰는 모습이었다.

      28일 삼성전자는 실적발표회를 열고 지난 3년 동안의 주주환원 잔여재원과 4분기 특별배당액에 대해 설명하고 다음 3년 동안의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 발표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배당하는 주주환원책은 이어가지만 연간 정규배당액은 기존 9조6000억원에서 9조8000억원으로 2000억원을 상향하겠다는 계획이다.

      가장 크게 변화한 점은 배당 잔여재원에 대한 환원 방식이다.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CFO)은 "다음 3년 동안 FCF 50% 환원 정책을 유지하되 매년 연간 FCF 실적을 공유하고 잔여재원을 명확히 해서 조기환원 검토를 정례화하는 등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정규배당 증액과 함께 매년 잔여재원 발생 시 특별배당을 통해 털고 가겠다는 전략으로 변화를 의미한다.

      이어 M&A를 통해 보유현금이 지속 증가하는 등 사업 리스크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업계 재편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새로운 성장기회 포착을 위해 유의미한 규모 M&A를 실현하고 연구개발(R&D) 투자와 파운드리 등 시설투자 규모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고했다.

      FCF의 50%를 환원하는 배당정책을 유지하는 데 대해서는 잉여현금의 절반이 누적되며 현금이 쌓이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M&A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재확인시켰다.

      최 실장은 "지난 정책 기간에 M&A를 제대로 실행하지 못해 보유현금이 증가하고 회사 경영에 부담이 간 것이 사실"이라며 "지난 수년간 다양한 대상을 신중히 검토하고 많은 준비가 돼 있다. 현금증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 다시 한 번 약속드린다"라고 답변했다.

      두 시간여 진행된 실적발표회 전반에 걸쳐 삼성전자의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의지와 ESG 등 환경·사회·지배구조 문제와 준법경영에 대한 다짐이 드러났다. 이 부회장 구속 이후 경영 불확실성이 증가한 만큼 투자자의 우려를 해소하려는 의지로 보인다.

      그러나 사업부 전반 실적발표 시간 이후 이어진 투자자 질의응답 시간은 비교적 속 시원한 답변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난 열흘 동안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미국 인텔과 대만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실적발표에서 제품 경쟁력과 투자방향 등 다양한 전략이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삼성전자 실적발표회 직전에는 외신을 중심으로 삼성전자의 올해 반도체 투자전략에 대한 보도도 이어졌다. 이 때문에 이번 실적발표회에서 차기 주주환원책보다 반도체 투자전략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았던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투자 전략에 대해선 원론적 답변을 유지했다. 반도체(DS) 사업부 담당 임원은 "투자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데 있어 시장의 수급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거기에 투자를 조정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라며 "기존에 강조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중장기 펀더멘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인프라 투자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시황에 따른 설비투자를 탄력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현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설비투자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선단공정 리더십 선도 및 차별화한 솔루션을 제공해 증가하는 수요에 적극 대응한다는 이야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 현지 투자나 신규 공장 건설에 대해선 결정된 내용이 없다"라며 "고객 수요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설비 확충 여부 검토는 늘 상시적으로 해왔다. 기흥, 화성, 평택, 오스틴까지 파운드리 설비를 최적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실적발표에 참석한 한 투자자는 "올해 메모리반도체 시황 개선세가 예상된다. 투자 전략에 있어 수익성 위주로 갈 것인지 등 의견이 분분하다"라고 물었다. 이어 다른 투자자 역시 "올해 수요회복 대비 공급 증가가 제한적이라 2017년과 2018년을 상회하는 빅사이클 기대가 가능할 것 같다"는 질문을 던졌다.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 시장점유율과 올해 시황 전망을 감안하면 투자를 소극적으로 할 수록 가격이 급등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질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래수요에 대비할 수 있는 수익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과거 급격한 수급과 가격 변동이 IT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경험을 바탕으로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원칙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반도체 사업에서 구체적 투자 계획은 당분간 확인하기 어려울 거란 관측이 제기된다. 그러나 현재 삼성전자가 처한 반도체 시장의 경쟁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투자 확대에 대한 투자자 요구는 없다는 평이다. 삼성전자가 투자 확대에 이어 이례적으로 대규모 M&A를 예고한 만큼 시장의 관심은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