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시장까지 몰아닥친 ESG 바람...'탈(脫) 거버넌스' 과제
입력 2021.02.02 07:00|수정 2021.02.03 10:03
    기관투자자‧한국거래소 심사 등에 ESG ‘찬스’ 활용 가능
    이사회 구성 및 친환경 사업 강조 등이 IPO 시 트렌드 될 수도
    • 전 세계적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이하 ESG) 트렌드가 강화되자 증권사들도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ESG를 마케팅 포인트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IPO에 큰 역할을 하는 기관투자자들이 기업들을 대상으로 ESG 강조에 나서고 있어 이에 발맞추려는 것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거버넌스 위주의 걸음마 단계다. 비상장사의 편법적인 지배구조를 합법적 구조로 바꿔주는 업무는 이전부터 하던 일로, 'ESG' 강조는 간판 바꿔달기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지배구조 환경(Environment)이나 소셜(Social) 등 사업체질을 바꾸는 데까지 영역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주요 국내 증권사 IPO 부서들은 'ESG 스터디'에 한창이다. IPO를 진행 중인 기업들을 상대로 여성 이사회 멤버 선임, 규정보다 더 상세한 경영 견제장치 등 ESG 요소를 크게 장려하려는 모양새다. 한국거래소 예비심사나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한다는 이유에서다. 그야말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길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최근 일부 주요 국내 기관들은 ESG 등급에 따라 공모주 청약 규모를 차등화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아무리 대어(大魚)급이라 하더라도, ESG 등급이 낮으면 청약 규모를 제한하려는 것이다. 공모의 50~60%를 차지하는 기관 수요는 공모 흥행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한 증권사의 IPO 담당 관계자는 “국내가 글로벌 유행에 매우 민감한 시장인 데다 기관투자자들도 ESG 테마를 강조하고 있다”라며 “IPO 시장에서도 기관투자자의 의중을 반영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뚜렷하지 않은 상태다. 이사회 구성원 또는 임직원 중 여성 비율을 높이거나, 사외이사 구성원으로 친환경 분야에서 업력을 쌓은 인물을 추천하는 등의 아이디어가 오가는 정도다.

      올해 들어 ESG는 자본시장을 가로지르는 핵심 테마로 급부상했다. 채권시장이 먼저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올해 초부터 롯데글로벌로지스, 현대제철 등이 추진한 ESG 채권 발행이 예정금액을 초과하는 등 잇따른 흥행을 기록했다. 국내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잇따라 ESG를 강조하고 나서며, 투자 유치와 자금 모집을 위해 발행사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런 흐름은 주식시장(ECM)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지난 26일 ‘깜짝’ 기업공개를 알리며 친환경 등 ESG를 강조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수소나 암모니아 등을 연료로 사용하는 친환경 선박을 개발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ESG 경영 기반도 마련하기로 했다.

      이는 글로벌 시장의 ESG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평가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고객들이 적어도 한 명의 이사회 임원이 ‘다양성’이라는 테마를 충족하도록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당장 올해 7월부터 시행하고, 내년부터는 두 명의 임원에 대해 다양성이라는 요건을 성립하도록 할 계획이다. 다양성은 주로 성별에 해당하는 것으로, 필요할 경우 이사회 멤버 중 적합한 여성 인재를 찾도록 돕기로 했다.

      이는 블랙록이나 스테이트스트리트 등의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강조하는 ESG에 발맞추려는 움직임이다. 해당 기관들은 최근 다양성 관련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는 기업들에 한해 특정 이사회 멤버 추천 시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발표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배구조 컨설팅은 IPO 부서에서 상장 주관 과정에서 이전부터 해오던 작업인만큼 새로운 테마는 아니다”라며 “ESG가 주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만큼 IPO 과정에서 환경과 소셜의 중요도도 점점 더 높아질 것인 만큼, 이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