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 Column]
혁신 외치며 미국으로 간 쿠팡, 법률가 CEO가 어울릴까
이도현 기업금융부 차장 | dohyun.lee@chosun.com | 2021.02.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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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NYSE 증권신고서에 '기술'·'혁신' 강조
3년새 CEO 수는 1→3→4→2로 잦은 변경
변호사 출신 강한승 대표는 경영관리총괄
"투자 유치 발목잡을 국내 이슈 대응에 초점"

쿠팡에 대한 관심은 한국보다 오히려 미국에서 더 뜨겁다. 2014년 중국 알리바바그룹 이후 가장 큰 외국 회사의 기업공개(IPO)가 될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 블룸버그는 쿠팡이 미국 증시에 상장할 경우 기업 가치가 최소 300억달러에서 최대 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일각에선 1000억달러까지도 얘기한다.

쿠팡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S-1)에서 끊임없이 '기술'과 '혁신'을 강조했다.

"쿠팡은 고객 경험을 혁신합니다"
"쿠팡의 혁신은 쿠팡이 개척한 고유한 기술과 인프라를 통해 구현됐습니다"
"기술은 쿠팡이 하는 모든 일의 중심에 있습니다"

장기간의 투자로 로켓배송 등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해왔으며, 당장의 돈벌이보다 고객 만족을 높이기 위해 혁신을 이어가겠다고 말한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현재 쿠팡의 CEO(최고경영자) 라인업이 '혁신'과 얼마나 맞닿아 있냐는 것이다.

쿠팡은 김범석 창업주 단독 대표체제에서 2019년 4월 김범석·고명주·정보람 3인 체제로 바뀐다. 그해말 핀테크 사업을 주도했던 정보람 대표가 물러나고 신사업 부문 대표로 박대준 대표를 영입하면서 3인 체제를 유지했다.(박 대표는 LG전자, 네이버를 거쳐, 2012년 쿠팡에 입사해 정책담당 부사장을 역임했다)

김범석(창립자)·고명주(인사총괄)·박대준(신사업 부문)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돼 온 쿠팡은 2020년 11월 강한승 전 김앤장 변호사를 경영관리총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하면서 4인 대표체제로 변경됐다. 그런데 한 달만인 12월에 강한승·박대준 2인 대표체제로 바뀌었다. 김범석 대표는 대표자리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으로서 "전략 수립과 혁신에 집중할 것"이라고, 고명주 대표는 "개인적 사유"로 물러나게 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쿠팡은 이제 기업가치만 55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뉴욕 증시 상장을 앞두고 있는 이커머스 공룡이지만 CEO 라인업은 그에 걸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이 상장 과정에서 혁신 기술기업임을 강조하고 있는데 박대준 신사업 부문 대표는 차치하더라도 변호사 출신의 강한승 경영관리총괄 대표는 그것과는 거리가 좀 멀어보이는 게 사실이다. 강 대표는 앞서 CEO 경험은 물론 유통·IT 등 산업의 이력도 전혀 없다.

강한승 대표는 서울고법 판사, 울산지법 부장판사,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 등을 거쳤다. 2011년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거쳐, 2013년부터는 김앤장에서 근무했다. 청와대 근무 당시 대통령 근정포장을 받기도 했다. 강 사장의 부친은 법률가 출신 국회의원인 강신옥 변호사다.

업계에선 강한승 대표가 쿠팡 전체의 경영관리를 맡게 된 게 현재 한국 시장에서 맞닥뜨린 여러 '이슈'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쿠팡의 덩치가 커진만큼 노동자 처우 문제, 협력사 대상 갑질 논란, 짝퉁 판매 문제 등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쿠팡이 뉴욕증시에 상장을 하고 또 거기서 살아남으려면 대규모 투자와 자금 조달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국내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면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쿠팡은 작년부터 적극적으로 노무, 컴플라이언스 법률 전문가를 끌어들였다. 대형 법무법인으로부터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강 대표가 몸담은 김앤장이 특히 자문 특수를 누렸는데, 강 대표는 아예 쿠팡으로 옮겨 산적한 불안 요소를 관리하게 됐다. 강 대표는 대형 택배사들이 쿠팡을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으로 고소하자 쿠팡을 대리해 2017년 승소를 이끌어낸 연이 있다.

벤처업계에선 애초에 김범석 의장이 대표 자리를 물러난 것이 이런 리스크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라는 의견들을 내놓는다. 김 의장이 노동 이슈로 국정감사 등에 불려나와 정치적 문제로 커지게 되면 회사 전체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상장 과정에서 회사 간판 역할은 미국에 본사가 있는 쿠팡LCC의 이사회가 맡고 있다. 재미교포 1.5세인 김범석 의장을 비롯해 우버 시스템을 만든 투안 팸 최고기술책임자(CTO), 아마존 출신 고라브 아난드 최고재무책임자(CFO), 밀리콤 부사장 출신 해롤드 로저스 최고행정책임자(CAO) 등이다. 미국 투자자들은 이들의 이름값을 보고 투자를 하거나 자금을 빌려주려고 한다.

반면 쿠팡 한국 본사 CEO들에 대한 관심 또는 기대감은 보이지 않는다. 한국 본사는 사실상 '관리'에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쿠팡이 대내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기자 출신의 홍보전문가인 김영태 총괄 부사장, 백수하 부사장을 영입한 것도 무관하지 않다. 미국 현지에선 상장을 앞두고 축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쿠팡 홈페이지 뉴스룸에선 산업재해, 근무환경, 수수료 등 각종 이슈에 대응하는 보도자료 또는 해명자료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혁신'은 미국 현지에서 김범석 의장 등 외국인 경영진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 있는 쿠팡 CEO의 최우선과제는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관리'에 방점이 찍혀 있는 모양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2월 17일 14:07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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