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리지 거품 빠지면 어쩌지'...ELS 빈자리 못내 아쉬운 증권사들
이지은 기자 | itzy@chosun.com | 2021.02.19 07:00
Edited by 이재영 차장 | leej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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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운용수익 안겨주는 ELS 잔고 급감
잇단 정부규제에 "발행 부담 커지는 중"
외화유동성 관리도 부담…"ELS 안 팔려"

지난해 증권사들은 위탁매매수수료(브로커리지) 수익 상승 덕에 호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주가연계증권(ELS) 발행 감소에 대해선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증권사에게 ELS는 판매수수료 이상으로 운용수익까지 올릴 수 있는 상품인 까닭에서다.

발행 감소는 지난해 3월 외환시장 불안 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레버리지 비율 규제를 통한 ELS 발행액 규제에 팔을 걷어붙인 결과란 평가다. 최근엔 외화건전성 모니터링을 은행권 수준으로 제고한다고 밝히면서 외화익스포져(위험노출액)가 중소형증권사보다 높은 대형사는 고민이 깊어졌다. 브로커리지 거품이 꺼지고 난 뒤를 대비해야 하는 까닭에서다.

지난해 증권업계는 사상 처음으로 순이익 6조원을 넘겼다. 거래대금이 하루 평균 약 22조7000억원 수준을 기록하며 브로커리지 수익이 크게 증가한 덕이다. 그러나 대형사들은 ELS 발행잔고가 감소한 데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브로커리지 수익으로 순익 규모가 커지긴 했지만 ELS 발행잔고가 줄어든 것은 굉장히 안타까운 부분이다"라며 "사실 ELS는 증권사 내에서 판매수수료 외에도 부서마다 낼 수 있는 수익이 있는 상품이라서 그렇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ELS 발행잔고는 크게 감소한 모습이다.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ELS 발행 잔고는 지난해 7월 35조원 가량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꾸준히 감소해 12월 말 20조원까지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014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올해 들어서도 ELS 발행량보다 상환액이 3조원 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ELS 투자자들이 상환을 받고도 재투자를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규제가 발행잔고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에는 자기자본 대비 ELS 발행 잔액이 50%보다 큰 경우 레버리지 비율상 파생결합증권의 부채금액 반영비율을 가중하여 과다 발행 유인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금융당국이 증권사들에게 큰 짐을 하나 툭 던져놓은 것으로, ELS 발행을 점차 줄이라는 압박이다"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올해 1월에는 비은행권의 외환익스포져가 급증한 점을 감안해 규제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 외환시장 혼란이 규제의 배경이 됐다. 그간 증권사들은 판매수수료 뿐만 아니라 추가운용수익을 얻기 위해 백투백헤지(Back To Back)보단 ELS 관련 증거금을 직접 부담하는 자체헤지 비중을 늘려왔다. 그러다 3월 코로나19로 인해 증시가 폭락하면서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부요구)이 대거 발생했다. 자체헤지 비중이 높은 증권사들은 증거금을 마련하기 위해 달러를 구하러 다녔고 이는 고스란히 외환시장 혼란으로 이어졌다.

외환익스포저 등 그래픽

규제의 효과도 있었다. 자기자본을 기준으로 한 유동성 비율 규제 탓에 ELS 자체헤지 비중이 높았던 증권사들의 발행잔고는 큰 폭으로 감소했다. 발행잔고 상위 3위에 해당하는 삼성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하반기 6개월 동안의 잔고 감소율이 각각 45.9%, 27.2%, 42.3% 수준에 달한다. 이는 평균치인 27%보다 높은 값이다. 그 외에도 전 증권사의 ELS 발행잔고는 감소세를 나타냈다.

여기에 외화유동성 규제가 더해지면 발행잔고 추가 감소가 불가피하단 분석이다. 외화익스포져에는 해외 기초자산에 대한 ELS 뿐만 아니라 해외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해외 대체투자까지 포함된다. 해당 외화자산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곳은 주로 대형사다. 외환익스포저가 중소형사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는 대형사에게 해당 외화자산 비중을 줄이거나 기존 자산을 관리하는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투자자들이 ELS 상품을 외면하는 것도 발행잔고 감소의 원인 중 하나란 분석도 나온다. 유동성 랠리로 개인투자자들은 ELS보단 직접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ELS는 증시가 일정한 폭에서만 등락을 거듭하는 '박스권' 횡보를 지속할 경우에만 매력이 있는 상품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투자할 유인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규제를 다 떠나서 투자자들이 ELS를 외면하니 팔리지가 않는 것 아니겠나"라며 "최근 코스피 지수가 상승함에 따라 표면수익률(쿠폰)은 떨어지고 기준가는 계속 올라오니 ELS의 메리트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2월 18일 0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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