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 한계 보이자…'글로벌 성장' 목매는 식품사들
이상은 기자 | selee@chosun.com | 2021.02.24 07:00
Edited by 이도현 차장 | dohyun.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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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식품사들, 해외 매출 비중 60~70%까지
해외비중 낮은 곳들 "우리는 뭐했나" 위기의식
쉽지 않은 해외 공략, M&A 등 대규모 투자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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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식품업계의 화두는 단연 ‘글로벌 성장’이다. 지난해 전 세계적인 코로나 영향으로 가정간편식(HMR) 수요가 증가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 업체들이 호실적을 기록하면서다. 해외 비중이 크지 않은 업체들도 뒤따라 ‘해외 드라이브’를 내걸고 있지만,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한 만큼 수익성을 확보하기까진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최근 종합식품기업 대상은 2030년까지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매출 1조40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깜짝’ 선포했다. 인도네시아를 ‘할랄 식품’ 생산 거점으로 해 세계 인구 25%를 차지하는 무슬림 인구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대상의 인도네시아 사업 매출액은 3694억원 수준이다.

2월 중순 ‘신년사에 나올법한’ 발표가 나오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발표한 서면 자료를 임정배 대표가 직접 챙겼다는 후문이 돌기도 했다. 목표 시기와 규모를 제시했지만, 투자 계획 등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있지는 않아 업계에서는 사실상 경영진이 내부에 “우리도 뒤쳐질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낸 의미가 크지  않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식품사가 ‘글로벌 성장’에 드라이브를 거는 데에는 국내 식품 시장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려있다. 최근 국내 경쟁사들이 글로벌 매출 비중이 50~60%대로 증가하면서 대폭 개선된 실적을 보인 데에 비해, 대상의 국내와 해외 매출 비중은 70대 30정도로, 아직까지 내수 비중이 높은 편에 속한다.

지난해 국내 식품사의 희비는 해외 부문이 좌우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식품 부문에서 매출 8조9687억원, 영업이익 5100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0.8%, 64.3% 증가한 수치다. 비비고 만두 등의 해외 인기가 오르면서 해외 매출 비중이 60%를 넘겨 실적을 견인했다.

농심 또한 글로벌 특수가 눈에 띈다. 지난해 상반기 미국 진출 24년 만에 미국법인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해외 성장에 힘입어 농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03.4% 오른 160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12.6% 오른 2조6397억원 수준이다.

오리온도 지난해 연간 최대 영업이익(3756억원)을 기록했다. 해외 매출 비중이 70%에 육박한다.해외 법인들은 지난해 두 자릿수 이상의 매출 성장을 보였다. 중국 매출은 12% 늘어난 1조916억원을 보였고, 러시아는 전년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5.2%, 31.3% 올랐다. 베트남에선 매출은 15.7% 성장한 2920억원, 영업이익은 33.2%가 뛰어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국내 식품 시장 상황은 긍정적이지 않다. 오리온의 경우도 한국 법인 매출액은 5% 성장에 그쳤다. 지난해 국내 식품시장은 코로나 영향으로 가정간편식 부문 성장에도 불구하고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식당이나 급식소 등 B2B(기업 간 거래) 수요가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CJ제일제당의 식품 부문은 국내에서 B2B 수요 감소에 따른 소재 역성장으로 합산 매출이 전년 대비 4% 감소했다.

해외 매출 비중이 낮은 식품사들은 코로나로 전 세계적으로 라면·간편식 시장이 급격히 커진 수혜를 비교적 보지 못했다. 오뚜기는 지난해 양호한 실적을 보였지만 여전히 낮은 해외 비중으로 아쉬움을 남겼다는 평이다. 오뚜기의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해외매출 비중은 9.9% 수준이다. 경쟁사인 농심(40%대), 삼양식품(50%대)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오뚜기는) 중장기 성장 동력이 되는 해외 매출 비중이 경쟁사 대비 낮아 개선이 필요하다”며 “캐시카우인 소스류 및 유지류 부문 시장이 축소하고 있고 성장하는 라면, 간편식, 냉동 제품은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해외에서 단기간 내 고성과를 내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식품 사업이야말로 각 국가별 문화와 유통 산업의 특수성이 강하게 반영되는만큼, 긴 시간과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향후 현지 업체 인수합병(M&A), 생산기지 구축 등 지속적인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삼양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시장 강화를 위해 미국의 식품용 특수화학회사 인수전에 뛰어들었으나 무산된 바 있다. 인수하려던 에메랄드칼라마케미컬은 탄산 음료에 들어가는 착향 소재 부문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지난해 초 김윤 삼양그룹 회장은 '글로벌 역량 강화’와 ‘적극적인 M&A’을 경영 키워드로 제시한 바 있다.

CJ제일제당이 ‘비비고’ 브랜드를 미국에서 확장시킬 수 있던 것도 현지에서 인지도가 높은 슈완스의 역할이 컸다고 전해진다. CJ제일제당은 2018년 약 1조5000억원에 미국 식품·유통업체인 슈완스 컴퍼니를 인수했다. CJ제일제당은 올해 식품사업에만 6100억원 투자를 계획중이고 이 중 4000억원은 해외 부문 몫이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2월 21일 09: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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