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부터 '학폭'까지…법적리스크 증가에 긴밀해진 엔터社와 로펌들
입력 2021.02.26 07:00|수정 2021.03.02 08:48
    M&A·IP보호·JV 설립…엔터 영역 '무한 확장'
    '연예인-소속사' 분쟁 범위도 다양·복잡해져
    대형 엔터사 '법적 리스크 예방'·로펌 '홍보 효과'
    업계 특수성 높아 각 로펌 '강점' 키우기도 분주
    • 국내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확장하면서 국내 주요 로펌(법무법인)들도 대응에 분주하다. 엔터 업계 내 대규모 투자 및 인수합병(M&A), JV(합작법인) 설립 등 다양한 부문의 법률 자문 수요가 높아졌다. 네이버, 카카오 등 IT 기업들도 엔터 콘텐츠 사업을 키워가면서 시장 파이가 커졌다. 엔터 산업 특수성이 높은 만큼 대형 로펌들은 전담 팀을 내세워 사건 수임에 나서고 있다.

      실제 국내 로펌들의 엔터 산업 관련 법률 사건 수임 건수는 매년 급증세다. 단순 연예인-소속사 간의 분쟁을 뛰어넘어 영화·음악·스포츠·e스포츠 업계에서의 계약 문제, 해외 기업과의 크로스보더(cross border) 딜, 지적재산권(IP) 이슈까지 엔터 산업 내 법적 영역이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특히 로펌 업계에서는 영화·음악·게임·스포츠 등 업계 전반에서 IP과 관련된 업무에 공을 들이고 있다. OTT(온라인 스트리밍) 시장 성장과 더불어 ‘콘텐츠’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웹툰 등 오리지널 콘텐츠의 IP와 관련된 법률 이슈도 떠올랐다. 콘텐츠 관련 국내 엔터 기업의 해외진출과 투자, 해외기업의 국내투자 등도 활발해지면서 법률 자문 필요성이 커졌다.

      최근 스포츠 선수, 배우, 아이돌, 가수 등 업계 전반에서 연이어 터지는 ‘학폭(학교폭력) 논란’도 향후 전속계약 관련 손해배상 등 법률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유명 연예인일수록 여러 업체의 광고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데, 통상 ‘사회적 물의’를 야기할 경우 계약 파기 및 소송 제기가 가능하다. 실제로 대형 로펌에까지 ‘급격한 ‘이미지 추락’을 겪는 연예인들의 광고 계약과 관련된 광고주 측의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해진다.

      최근엔 인플루언서(SNS 유명인), 유튜버(Youtuber), 스포츠 스타까지 소속사와 계약 문제 등 법적 공방이 많아졌다. 엔터 업계에서는 인물의 ‘이미지’가 가장 중요한 자산이자 수익원인 만큼 보안이 민감해 판결 과정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중재제도’ 이용도 증가하고 있다. 판권, 공동투자 계약 등 중재로 해결하는 사건 종류도 다양하다.

      무엇보다 국내 엔터 산업 자체 덩치가 커지면서 주요 엔터사와 로펌 간의 관계도 긴밀해졌다. 대형 엔터사의 경우 주요 로펌 여러 곳과 고문 계약을 맺거나, 사건 별로 법률 자문을 맡기면서 넓은 관계를 맺는 전략을 보이고 있다. 물론 사건마다 필요한 강점이 있는 로펌과 업무를 하는 것은 일반적인 사례다. 다만 한편으로는 혹여나 향후 법적 이슈가 생겼을 때, 해당 로펌이 '상대방'이 될 가능성을 차단하는 효과를 노리는 면이 크다는 분석이다.

      예로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국내 주요 로펌들에 ‘골고루’ 고문계약 및 업무를 맡기고 있다. 빅히트는 세종, 율촌 등과 고문계약을 맺고 법률 자문을 받고 있고, 태평양과도 고문계약을 맺고 전속계약 이슈를 포함해 주요 법률 이슈 자문을 제공받고 있다. 최근 네이버와의 지분 교환을 통한 투자 건 자문도 수행했다. 광장에선 2019년 ‘BTS’ 상표권과 이미지, 로고 등의 지적재산권(IP) 보호 대리 건을 비롯해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인 ㈜수퍼브 인수 자문을 받았다. 지난해 코스피 상장 당시에는 김앤장을 자문사로 선정했고, BTS의 월드투어 관련해서도 법률 자문을 맡겼다.

      한 대형로펌 관계자는 “법률 자문도 ‘믿을만한 곳’과 주로 하던 전통 대기업들과 달리 대형 엔터사나 네이버, 카카오 등은 여러 곳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며 “로펌 입장에서 엔터 산업 일은 대기업 대비 수임료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지만 인지도가 높은 회사와 계약을 맺는 자체가 홍보가 되기도 하고 향후 업무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엔터업계 사건은 수임 자체로 광고 효과가 크다. 화제성이 높아 수많은 언론 보도 등 대중의 관심이 쏠리면서다. 율촌의 경우 2019년 인기 아이돌 강다니엘과 소속사의 전속계약 분쟁에서 강다니엘을 대리해 승소한 이후 엔터 관련 소송 사건을 적극 수임하고 있다. 강다니엘 사건 승소 이후 엔터 관련 문의가 늘어났고, 글로벌한 인기가 있는 아이돌인 만큼 해외에서도 문의가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국내 대형 로펌들은 각각 엔터테인먼트 및 미디어 전담팀을 앞세워 영역을 넓히고 있다. 광장은 30여년간 엔터테인먼트 전문 변호사로 활동한 최정환 변호사가 미디어·엔터테인먼트팀을 이끌고 있다. 국내 '1세대' 엔터 변호사로 오랜 기간 쌓인 경험을 바탕으로 넷플릭스 등 다양한 해외 기업의 국내 자문을 맡아왔다. 율촌은 스포츠엔터분쟁팀을 운영 중이며 팀장인 염용표 변호사를 필두로 엔터업계 내 소송 등 분쟁에 특화를 보이고 있다.

      태평양은 엔터테인먼트·스포츠팀을 꾸리고 IP분야 전문 민인기 변호사가 리더를 맡고 있다. 세종은 2009년 국내 대형 로펌 중 처음으로 엔터테인먼트 전문팀을 구성했다. 현재 한국엔터테인먼트법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임상혁 변호사가 대표 전문가다. 김앤장도 은현호 변호사를 필두로 하는 게임·리조트·엔터테인먼트 그룹을 두고 있다.

      각 로펌 별로 팀별 규모는 상이하지만 통상 10~30명 내외의 변호사들이 팀을 꾸리고 있다. 최근에는 엔터 업계에서 투자나 M&A 등 대형 딜이 많아지면서 해당 부문 변호사들과 협력도 잦아졌다. 로펌 내의 인기도도 높아진 분위기다. 전통 법률 시장과 다른 면이 많다 보니 흥미를 갖고 뛰어드는 주니어 변호사도 늘어나고 있다고 전해진다.

      또 다른 대형 로펌 관계자는 “엔터사들이 최근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고, 국내외를 넘나드는 투자 건도 늘어나는 등 시장이 커지면서 포괄적인 자문 업무가 많아지고 있다”며 “다만 각종 업무에서 법률 자문을 받는 해외와 달리 아직 국내에서는 대형사들 말고는 법률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사례도 많아 향후 시장이 성숙해질수록 관련 법률 시장도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