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실패한 롯데온, 외부 전문가가 온다고 살릴 수 있을까
윤준영 기자 | jun@chosun.com | 2021.03.02 07:00
print인쇄 print공유하기
+ -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부장 교체 예정...경질성 인사 평가
보수적인 롯데그룹에서 전권 없이 롯데온 혁신 쉽지 않을 듯

KakaoTalk_20210226_102659100_01

롯데그룹의 이커머스 책임자였던 조영제 이커머스 사업부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표면적 배경은 일신상의 이유지만 '롯데온'의 실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경질’로 봐도 무방하다.

지난해 4월 출범한 롯데온은 롯데의 백화점·마트·슈퍼·롭스·하이마트·홈쇼핑·닷컴 등 7개 유통 계열사를 통합한 쇼핑 플랫폼이다. 1만5000개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고객 정보를 통합해 개개인 맞춤형 쇼핑을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신동빈 회장의 야심작이라는 평가가 무색할 정도로 존재감은 없다.

롯데쇼핑은 후임으로 외부 전문가를 영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승부수’라고 한다. 보수적이기로 소문난 롯데그룹이 외부 전문가를 책임자로 앉히겠다는 것 자체가 파격이라는 평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롯데온의 반등은 쉽지 않다거나 관심이 없다고 한다. 지금의 조직 구성상에선 제아무리 뛰어난 외부 인사가 오더라도 결과를 내긴 어렵다는 것이다.

롯데쇼핑은 백화점, 마트, 슈퍼마켓, 홈쇼핑 등 각 사업부가 한 데 모여진 조직이다. 각 사업부는 전무 이상의 사업부장들이, 그룹 전체 유통 BU(Business Unit)장은 강희태 롯데그룹 부회장이 맡고 있다.

롯데온의 실무 총책임자는 공식적으로는 롯데쇼핑 내 사업부장들과 직책은 같다. 하지만 각 계열사들로부터 협조가 원활하지는 않았다는 후문이다. 수직적 위계질서가 강한 유통 대기업에서 전무 직위의 이커머스 사업부장이 온라인 사업에 대한 헤게모니를 쥐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평가다.

4개 계열사로 운영되던 롯데쇼핑은 2019년엔 단일대표 체제의 통합법인으로 재편됐다. 그리고 통합법인의 대표가 유통BU장인 강희태 부회장이다. 온라인 통합작업, 롯데온 실패와 관련해 강 부회장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할 수 없다.

경쟁사인 신세계그룹과 뚜렷한 차이가 있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는 지난해 10월 SSG닷컴 대표를 겸임하게 됐다. 당시 이마트는 "물류센터 배송 업무 등 이마트와 SSG닷컴의 사업이 겹치는 부분이 많은데 조율을 위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했던 것을 단일 대표 체제에서는 온·오프라인 통합적 사고로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어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SG닷컴의 성과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신세계그룹은 오프라인과 온라인 사업에서 일관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구조는 마련했다. 정용진 부회장 입장에선 분위기를 바꾸려면 그룹 내 전권을 가진 의사결정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다는 소식이 나온 이후 유통 기업들에 대한 재평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커머스 기업인 티몬, 위메프는 물론 IT기업 네이버와 카카오, 그리고 이마트의 SSG닷컴은 연일 비교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 와중에 롯데는 언급조차 못되는 실정이다.

롯데가 유통 혁신을 위해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겠다는 것까진 좋다. 하지만 롯데온이 다시 살아날지는 모르겠다. 현재로선 그 전문가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아보이지 않는다.

쿠팡의 증권신고서에서 보듯 온라인 사업 투자는 대규모 자금을 쏟아부어도 언제 '플러스'가 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전통적인 유통기업 입장에선 '손해보는 장사'는 애초에 말이 안되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판'에 들어오려면 유통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이 있든지,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 나서야 할 것 같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2월 26일 16:56 게재]

기사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