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는 '포스트 김정태' 체제...하나금융 3월 부회장단 인사 주목
입력 2021.03.04 07:00|수정 2021.03.05 08:07
    25일 임추위서 지성규 행장ㆍ이진국 부회장 교체
    3월말 부회장단 구성에 따라 차기 회장 후보군 갈려
    13년만의 비(非) 증권맨 대표 맞는 하나금투도 관심
    • 이번 하나금융그룹 계열사 사장단 인사는 김정태 회장 이후를 준비하는 하나금융의 고심이 엿보였다는 평가다. 회장직 승계와 세대 교체, 법률 리스크 대비까지 안배해야 할 변수가 많은데, 남은 시간은 1년 남짓에 불과한 까닭이다.

      그룹 안팎에선 3월 말로 예상되는 부회장단 인사를 주목하고 있다. 내년 3월까지만 회장직을 수행하기로 한 김정태 회장의 승계 로드맵이 그룹의 2인자라고 부를 수 있는 부회장단 인사에 드러날 전망이다.

      하나금융은 25일 오후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를 열고 하나은행, 하나금융투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마무리했다. 이번 임추위 결과의 핵심은 지성규 하나은행장과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지주 부회장)의 교체였다.

      지 행장과 이 부회장은 모두 차기 회장 후보로 꼽히던 그룹 내 핵심 최고경영자 그룹이었다. 이들의 포진에 변화를 준 것은 곧 그룹 지배구조의 변화를 의미한다.

      일단 함영주 지주 부회장의 입지는 공고하다는 평가다. 함 부회장은 올해 부회장직 1년 연임에 성공했다. 법률적 리스크에도 불구, 지난달 진행된 차기 회장 후보 최종 3인에도 포함됐다. 김정태 회장이 함 부회장을 '차기'로 점찍었다는 데 이견을 제기하는 이는 거의 없다.

      변수는 역시 징계다. 함 부회장은 채용비리와 관련, 재판을 받고 있다. 2018년 8월 시작된 1심이 아직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올해 초 나올 것으로 예상됐던 1심 결과는 재판이 연기되며 3월24일로 밀린 상태다.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관련 중징계 취소 행정소송도 오는 4월에야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연내 확정될 두 재판의 1심 결과가 함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나온다면, 함 부회장은 부담을 상당부분 내려놓고 회장직에 오를 수 있을 전망이다. 최근 법원의 판결 트렌드가 1심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상당 부분 흐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나금융의 지배구조도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

      비슷한 맥락으로 지성규 행장의 경우 3월 부회장단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선임될 거란 예상이 많다.

      지 행장은 2019년부터 2년간 하나은행장 역할을 수행했다. 이전에는 은행 글로벌 부문에서 주로 성과를 쌓아온만큼, 비은행 부문의 경영에 대한 경험이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다. 지 행장이 지주 부회장직을 맡아 그룹 차원에서의 경영 수업을 쌓을 거란 전망이다.

      만약 함 부회장이 올해 재판에서 부담스러운 결과물을 받아들었을 경우, 지 행장에게 힘이 실릴 수 있다. 지 행장은 금융당국의 징계 이슈에서 한 발 벗어나 있다. 최근 통보된 사모펀드 관련 징계에서도 하나은행이 기관경고에 포함됐을 뿐, 지 행장이 개인적인 징계 대상에 오르진 않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 행장이 부회장단에 합류하는 건 정해진 수순으로 보이는데, '플랜B'라는 말도 있고, 예우 차원이라는 말도 있긴 하다"라며 "함 부회장의 올해 재판 결과가 중요하다는 덴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은형 지주 부회장에게 하나금융투자 사장직을 넘긴 이진국 부회장의 경우 그룹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 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함 부회장이 연관된 법률적 리스크는 '조직' 차원의 이슈지만, 이 부회장은 주식 선행매매 등 개인적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까닭에 입지에 변화가 있을 수 있는 까닭이다.

      다만 이 부회장 본인은 "관여한 사실이 없다"며 결백을 주장하고 있는만큼 하나금융이 그룹 차원에서 이 부회장을 얼마나 신뢰할지가 3월 부회장단 인사를 통해 드러날 전망이다. 부회장단에 잔류한다면 지주에서 역할을 맡을지, 증권 부문 부회장으로 투자금융 부문을 담당할 지가 관건이다. 이번 인사에서 부회장직을 유지하고, 선행매매 관련 혐의가 해소된다면 차기 최고경영자 후보군으로 꼽을 수 있을 거란 예상이 많다.

      '비(非) 증권맨'이 사장으로 부임한 하나금융투자의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금융권의 관심이 쏠린다.

      이진국 사장이 부임한 2016년 이후 4년간 하나금융투자는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이 부회장 취임 전인 2015년 1298억원이었던 하나금융투자 연간 순이익은 지난해 4109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주 차원에서도 하나금융투자에 1조원 이상을 증자해주며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였다.

      이은형 차기 하나금융투자 사장 내정자는 2011년 하나금융지주 글로벌전략총괄 부사장으로 합류해 글로벌 투자 등을 담당하다 2015년 하나금융이 투자한 중국민생그룹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던 인물이다. 지난해 하나금융으로 돌아와 글로벌 담당 부회장으로 재직했다.

      중국 베이징대 고문교수를 역임한 중국통이며, 하나금융의 글로벌 투자건을 직접 챙긴 전문가라는 평이지만, 증권업에 대한 이해도엔 물음표가 제기된다. 국내 네트워크는 물론, 독자적으로 그룹내 2위 계열사를 경영할 경영 능력이 있는지도 아직 완전히 검증된 게 아니라는 평가다.

      이 부회장이 하나금융투자 사장으로 취임하면 13년만에 처음으로 '비 증권맨'이 하나금융투자 사장직을 맡게 된다. 2008년 취임한 김지완 전 대표, 2014년 취임한 장승철 전 대표, 이진국 현 대표까지 모두 30년 가까이 증권가에서 경력을 쌓은 증권맨이었다. 마지막 '비 증권맨' 대표는 2016년부터 2018년 2월까지 재임한 현 김정태 회장이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이미 1년 전부터 김정태 회장 1년 연임설이 제기된 건 아직 하나금융의 승계 체제가 자리를 잡지 못했고, 법률 리스크로 변수가 더욱 부각됐기 때문"이라며 "올해 하나금융의 핵심 테마는 '잡음 적은 승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