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레쥬르 '안판다→판다→안판다'…가슴앓이는 임직원·가맹점주 몫
입력 2021.03.15 07:00|수정 2021.03.16 09:51
    지난해 5월 매각 부인하다 3개월만에 매각주관사 선정
    매각결렬 후 "다시 사업하겠다"
    오락가락 의사 결정 피해는 고스란히 임직원 및 가맹점주에게
    • “당사는 뚜레쥬르사업부문 매각 관련 협상을 진행했으나, 가격과 세부조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해 매각 계획을 철회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지난 11일 CJ그룹은 위와 같이 매각계획을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뚜레쥬르 매각과 관련 공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5월 CJ그룹은 공시를 통해 “CJ푸드빌은 현재 뚜레쥬르의 지분매각을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사실이 아니다”라고 공시하며 뚜레쥬르 매각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8월에는 매각주관사를 선정하고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불과 3개월만에 기존 입장이 바뀐 것이다. 공시를 통해 회사 매각을 전면 부인한 진실성마저 의심되는 대목이다.

      뚜레쥬르 매각이 공식화하면서 점주들은 즉각 반대성명을 발표하며 대응에 나섰다. 뚜레쥬르 가맹점주 협의회는 서울중앙지법에 매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CJ그룹이 글로벌 사업확장으로 발생한 손실의 경영적 책임을 국내 가맹점주에 전가해 매각하려는 의도에 대해 우려한다”라며 “가맹본부와 가맹점 사업자는 주종 상하 관계가 아닌 동등한 계약 파트너 관계”라는 성명을 냈다.

      그럼에도 CJ그룹은 뚜레쥬르 매각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결국 글로벌 사모펀드인 칼라일과 협상 막바지 양측의 의견 차이로 매각이 무산됐다.

      CJ그룹은 지난 1년 동안 뚜레쥬르 매각을 두고 “안 판다”, “판다”, “안 판다”로 수 차례 의사결정을 바꾸더니 이제와선 브랜드 경쟁력을 제고하고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겠다고 한다. 회사를 사고 파는 중대한 일에 경영진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움직이는지 가늠이 안된다.

      그룹의 뚜레쥬르 경영의지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임직원들과 가맹점주에게 돌아가고 있다. 뚜레쥬르는 지난해 6월 말기준 국내와 해외에 1471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이 중 직영점은 94개, 가맹점은 1324개에 이른다.

      본사에는 CJ푸드빌 산하에 베이커리 본부가 뚜레쥬르 사업을 영위한다. 본부에 사업부, 마케팅/R&D, 음성공장부, 사업지원부, 해외법인부 등 5개의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뚜레쥬르와 관련된 임직원 및 가맹점주만 수천명인 셈이다. 이들은 회사에 의사 결정에서 소외된 채 회사가 팔리느냐 안 팔리느냐만 지켜보고 있다.

      회사가 내놓은 매각 결렬 사유는 협상 과정에서 가격이 맞지 않아서라고 말한다. 즉 회사를 비싸게 팔 수 없으니 매각을 접고, (어쩔 수 없이) 다시 본업에 집중하겠다는 셈인 것이다. 임직원과 가맹점주들은 이런 설명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CJ푸드빌의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CJ㈜가 96.02%, 이재현 CJ 회장이 2.56%를 갖고 있다. 이재현 회장은 CJ㈜의 지분 42.07%를 보유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뚜레쥬르가 비싸게 팔리면 최종적으로 그 수혜의 상당 부분은 이 회장에게 돌아간다. 회사는 매각 가격이 안 맞아서 다시금 경영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가격이 맞으면 언제든 매각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