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약해진 이베이코리아, 롯데·신세계·SK에 얼마나 절실할까
입력 2021.03.23 07:00|수정 2021.03.24 09:55
    이커머스 1위 사업자 경쟁의 시작
    5조원대 금액은 부담, 뺏기면 상당한 위기
    SKT, '11번가-아마존' 연합으로 오픈마켓 확장
    신세계, 네이버-CJ 조력자 역할에 기대
    롯데, 확장 필요성은 절실, 능력은 글쎄
    FI 합종연횡 가능성도 충분
    • 이베이코리아(이하 이베이)는 이커머스 시장의 지형 변화에 따라 점점 경쟁력을 잃어가는 시점에 매물로 등장했다. 이베이가 보유한 국내 최초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인 옥션과 G마켓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매각 측 입장에서 한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쿠팡이 성공적으로 뉴욕 증시에 입성하며 잠재 인수후보자들, 즉 유통 대기업들의 불안감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풀필먼트 서비스 확대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려는 쿠팡의 의지는 상당히 강하다. 유통 대기업들은 쿠팡에 대항하기 위한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기 위해선 최소 4조원대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입찰에 참여한 모든 후보들(SK텔레콤·신세계·롯데·큐텐·MBK파트너스)에게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그 값을 지불하고 충분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인수는 부담스럽지만 온라인 시장의 확대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그보다 경쟁 업체에 기회를 빼앗겨서는 안된다는 위기감이 엿보인다.

      1+1≠2 드라마틱 성장 어려워…오픈마켓에 대한 정교한 전략이 필수

      이베이코리아(옥션·G마켓·G9)는 16년 연속 흑자를 기록중이다. 지난해 매출은 약 1조3000억원, 영업이익은 850억원을 기록했다. 거래액은 약 20조원 규모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 정도로 추산된다. 그러나 시장 점유율(M/S)은 하락세다. 쿠팡과 네이버의 M/S가 매년 상승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결국 쿠팡과 네이버의 성장이 오픈마켓 시장을 잠식해 나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 과거 철저하게 가격 중심이었던 이커머스 시장은 이제 접근성과 편의성을 고려하는 시장으로 변모했다. 직매입과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장악하는 쿠팡, 압도적인 플랫폼 파워를 앞세운 네이버의 영향력 확대는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사실 이베이의 인수로 인해 트래픽 유입이 급증하고, 이에 따라 매출이 수직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에 확신을 갖는다면 수조원의 투자금도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커머스 시장이 확대할 것이란 점에는 이견이 없고 상위 몇몇 업체가 과점 체제를 이뤄가는 시장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 유통업 담당 한 연구원은 “이베이를 인수하기 위해선 경쟁력이 저하하고 있는 오픈마켓의 경쟁력을 고취시킬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것은 결국 트래픽을 확대해 나가는 것인데 플랫폼 통합 없이 해낼 수 있는 사업자는 극히 드물다”고 했다.

      실제로 주요 후보들은 온라인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트래픽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는 ‘롯데ON’, 신세계는 ‘SSG닷컴’이 중심이다. 이베이 인수 후 플랫폼 통합을 고려하기 위해선 상당히 세밀한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커머스 시장은 크게 직매입 형태 혹은 셀러(판매자)가 다양한 플랫폼에 입점해 제품을 공급하는 오픈마켓 형태로 이뤄져 있다. 이베이는 국내 오픈마켓 기준으론 1위 업체로, 이베이 인수는 결국 판매자 풀(POOL)도 흡수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오픈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후보들(SK텔레콤, 롯데, 큐텐)은 자사 플랫폼의 입점 셀러들과 상당수 겹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즉 이베이의 셀러 수만큼 순증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단 얘기다.

      오픈마켓 시장에 아직 진출하지 않은 신세계의 경우 인수를 통해 비교적 높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자체적으로 오픈마켓 시장에 진출했을 때와 비교해 이해득실을 따져봐야한다.

      '아마존 후광' 효과의 SKT, 내친김에 상장까지?

      SKT는 아마존과 제휴를 맺고 11번가에서 아마존의 제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아마존은 출혈없이 한국 진출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고, 11번가는 아마존의 후광효과에 힘입어 이커머스 시장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측면이 있다. SKT는 전체 매출의 66%에 달하는 이동통신서비스(MNO)에 집중된 사업 포트폴리오의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11번가의 기업공개(IPO) 추진 및 자금확보, 이를 통한 재투자 등도 비슷한 맥락이다.

    • 11번가의 지난해 거래액은 10조원, 시장 점유율은 약 6%다. 네이버, 쿠팡, 이베이의 뒤를 잇고 있지만 과거 이베이에 이은 2위 사업자였던 점을 고려하면 성장동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예비입찰 참여를 통해 SK그룹의 온라인 사업 확대 기조는 명확해졌다는 평가다. 11번가는2018년 분사를 전후로 끊임없이 매각설에 시달렸을 정도로 그룹 내에서 주목받지 못한 사업중 하나였으나 아마존과의 제휴, IPO의 구체적 가이드라인 마련 등을 통해 SKT의 핵심 신사업으로 떠올랐다.

      과거 11번가 분사 당시 내부적으로 상당한 내홍을 겪었다는 점은 인수 과정에서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앱스토어, 11번가 분사 당시 밀어내기 식이라며 상당한 반발이 있었는데 이번엔 이베이를 인수해 키운다고 한다면 내부적인 불만이 굉장히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SKT는 이베이 인수를 통해 쿠팡과 네이버에 대항하는 온라인 신흥 강자로 부상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대 5조원에 달하는 인수금액은 상당한 부담이다. 각 계열사들의 상장을 통해 자금을 끌어들이는 작업을 진행중이지만, 중간지주회사 전환과 같은 거버넌스 이슈가 가장 큰 현안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물론 SK그룹의 M&A 특성상 재무적투자자(FI)와 연합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는 평가도 있다.

      신세계, 네이버에 CJ까지…숨은 조력자의 역할에 기대?

      이베이 매각 예비입찰 당일 신세계는 네이버와의 지분 교환을 발표했다. 네이버가 보유한 자사주와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 그리고 이마트의 지분을 맞교환하는 방식이다. 이커머스 사업부터 물류와 멤버십 분야에서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 지분 교환에 이은 이베이 인수전 참여는 쿠팡을 견제하겠단 측면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이미 거래액 기준 네이버는 약 17%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하고 있으나 12%의 점유율이 더해진다면 쿠팡을 압도할 수 있는 수준으로 거듭날 수 있다. 어디까지나 점유율의 순증이 발생할 경우를 가정한 단순 합산이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무조건 낙관하긴 어렵다.

      신세계는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등 오프라인 거점과 네이버의 다양한 물류 파트너사의 협력을 통해 주문 후 2~3시간 내 도착하는 즉시배송 서비스 구현을 논의중”이라며 “공동 물류 관련 신규투자까지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실제로 네이버는 지난해 CJ그룹과 지분교환을 통해 물류사업 협력을 강화했다.

      신세계가 네이버에 힘입어 오픈마켓의 최대 단점으로 꼽히는 ‘느린 배송’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계기를 마련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는 평가다. 다만 각각 1000억원, 1500억원 규모의 구속력 없는 지분 교환만으로 양사의 협력관계가 공고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네이버와 CJ대한통운의 구체적인 지분스와프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물류 선진화에 대한 청사진도 다소 이른감이 있다는 평가도 있다.

      예비입찰에 참여한 주체는 신세계다. 네이버가 이번 인수전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는 미지수다. 업계 1위 사업자인 네이버가 이베이 인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는 이미 쇼핑이 잘 되고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데 수조원의 자금을 이베이에 쏟아부을 니즈가 있을지 미지수”라며 “네이버가 이베이 인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선 상품군에 대한 차이가 명확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 기존 채널과의 잠식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했다.

      롯데, 필요성은 절실한데…통합 능력이 관건

      전통적인 유통 공룡으로 꼽히는 롯데가 이번 이베이 인수전에 참여할 것이란 점은 예견돼 있었다. 쿠팡과 네이버, 신세계를 견제한다는 측면도 강하지만 주력인 유통사업 강화를 위해선 어떠한 방식으로든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롯데는 이커머스 업체들이 M&A 시장에 등장할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후보이기도 하다. 롯데 또한 신세계와 마찬가지로 이베이 인수를 통해 업계 3강 체제를 굳힐 수 있는 기회다.

      이베이 인수를 통해 롯데그룹 계열사들간 시너지 효과를 노려 볼 수 있다는 점이 거론된다. 제과와 푸드, 음료 같은 식음료사들과 백화점도 그 대상 중 하나로 꼽힌다. 롯데로지스틱스를 통해 자체 물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강점 중 하나다.

    • 3조원을 투입한 롯데그룹의 통합 온라인 몰인 롯데ON은 출범 직후 오픈마켓으로 전환하며 입점 셀러의 수가 급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온라인몰 통합과정에서는 예상치 못한 오류와 문제점들로 인해 플랫폼을 안정화하는 데 6개월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이 시기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와는 반대로 오히려 소비자들의 이탈을 경험하기도 했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는 시장 선도보다 안정적인 시장에 2~3위 업체를 인수해 M/S를 늘리는 전략을 사용해 온 기업”이라며 “상당히 부담스러운 가격임에는 분명하지만 롯데ON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를 만회하기 위해 오히려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나설 유인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소 경직됐다고 평가 받는 롯데의 조직 문화와 이베이의 통합에 대해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투자자들도 있다.

      PEF 업계 한 대표급 관계자는 “사실 이베이가 최근 몇 년 새 실적이 부진하면서 핵심 인력들이 경쟁사로 이탈하는 사례가 상당히 많이 늘었다”며 “장기적으로는 통합의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과정을 전후로 이베이의 인력들의 이탈이 가속화 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사항”이라고 말했다.

      일단 우군 없이 인수전에 참여한 롯데가 끝까지 단독으로 인수전을 완주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롯데그룹은 최근 대규모 M&A 성과는 없었으나 과거 FI 및 IB업계와 상당히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던 그룹 중 하나이기 때문에 언제든 FI와 함께 연합 전선을 구축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열린 비딩, 조용히 지켜보는 FI들

      예비입찰은 끝났으나 아직 참여의 기회는 남아있다. 5조원에 달하는 예상가격에, 예비입찰에 참여한 후보들의 경쟁이 시들해진다면 거래 성사여부도 사실상 장담하기 어렵다.

      일단 이번 입찰에 불참한 국내외 주요 PEF들은 이베이에 대한 일정수준의 스터디를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베이 매각이 공식화한 것은 올해 초지만, 사실 수년전부터 꾸준히 가능성이 제기돼 왔고 1년전만 해도 매각설이 한 차례 돌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상당히 많은 기업이기도 했다.

      8조원 규모, 아시아 최대 블라인드펀드를 보유하고 있는 MBK파트너스 외에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가 가능한 PEF는 사실상 많지 않다. MBK 또한 일부 후보들과 컨소시엄 구성에 합의할 가능성도 충분히 남아있다. 드라이파우더(미소진 투자잔액)가 충분한 PEF 시장에서 5조원에 달하는 매물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일단 캐시플로우가 보장된 사업이란 점에서 인수금융을 일으키기도 용이하고, 수천억원 이상의 에쿼티 투자자금을 댄다면 쏠쏠한 관리보수(management fee)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 대형 SI가 나서 이커머스 시장의 규모의 경제가 달성된다면 추후 상장을 통한 투자금 회수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PEF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입찰에 참여하진 않았으나 대형 PEF들은 밸류에이션에 대한 검토가 얼추 마무리 됐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PEF 여러곳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SI와 손을 잡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