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사업 내세운 IPO 매물만 3개...시점 고민 깊어진 주관사들
입력 2021.03.26 07:00|수정 2021.03.29 10:27
    중고차 매매 사업 보유한 3社 IPO 시동
    밸류스토리 "거기서 거기"…신사업이 관건
    '점유율'로 기업가치 갈릴 듯…"신경전 계속"
    • 중고차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 쏘카, 롯데렌탈, 케이카 등 3곳이 기업공개(IPO)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금으로선 시장에 기업가치 산정 포인트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이 중고차 사업 뿐이라는 평가가 주요하다. 그만큼 이들의 에쿼티스토리(상장 청사진)는 비슷해질 가능성이 크다.

      공모가 산정 공식을 짜고 있는 주관사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지금으로선 각 기업의 점유율 차이가 에쿼티스토리 차별화를 비롯해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에 더해 각 기업별로 신규 사업을 구상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존재감이 돋보일 수 있다. 상장 시점을 두고 '눈치 보기'에도 한창이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중고차 1위 브랜드 '케이카'(Kcar)는 연내 상장 추진을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이달 초 NH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SK그룹이 운영하던 중고차 브랜드 SK엔카가 케이카의 전신이다. 이후 사모펀드 한앤컴퍼니가 인수해 매출을 신장시켰다.

      이에 따라 쏘카, 롯데렌탈 등 중고차 사업과 연관된 기업 3곳이 IPO 매물로 나오게 됐다. 일각에서는 서로 경쟁사 관계인 3사가 일괄 상장에 나서는 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기업이 조금이라도 과장된 에쿼티스토리를 시장에 내놓을 경우 질타를 받을 수 있다.

      현재 자동차 렌탈업은 규제로 산업 활성화의 길이 막혀있다. 특히 쏘카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타다금지법)이 통과되면서 타다베이직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후 차량을 처분하며 중고차 판매 사업을 위한 초석을 닦았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렌탈업은 규제 때문에 날개가 다 꺾인 상태라 시장에 밸류 포인트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중고차 사업이다"라며 "다만 이 또한 사업 자체가 시장에서 느끼기엔 매력도가 그리 높지 않을 뿐더러 다 비등비등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미국 중고차 기업을 비교 기업(피어그룹)으로 삼는 것으로 차별화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3개의 기업이 모두 이들을 피어그룹으로 삼을 경우 밸류스토리에 대한 매력이 경감될 수 있다. 미국 중고차 매매 관련 기업으로는 카맥스(Carmax), 브룸(Vroom), 카바나(Carvana) 등이 있다. 업계 1위인 카맥스와 중고차 거래 스타트업인 카바나의 시가총액은 각각 2만1872달러(24조7542억원), 4만5282달러(51조2387억원)에 달한다.

      실제로 미국의 중고차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달러 및 개인 거래가 활발한 미국 중고차 시장은 코로나19 이후의 온라인 구매 선호도 상승 덕에 온라인 유통 시장이 확대되면서다.

    • 다만 미국과 한국의 중고차 시장 규모 차이가 크다는 점은 3사가 공통적으로 지적받을 문제점으로 꼽힌다. 미국의 중고차 시장 규모는 지난 6년간 3000~4000만대 정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의 중고차 시장 규모는 300만대 수준이다. 또한 B2C 거래보단 B2B 거래 규모가 더 크다. 국내 중고차 사업자 거래 규모는 220~230만대 수준인 반면 개인거래 규모는 130~140만대 정도다.

      결국 '시장 점유율'로 기업가치가 단순히 평가되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업체별 점유율 차이가 결국 투자자가 프리미엄을 부여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지적이다. 신사업 구상을 내놓거나 같은 사업을 영위하더라도 차별화를 할 만한 무언가도 함께 보여줘야 IPO 흥행이 가능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IPO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중고차 업계 신경전은 주관사 선정 당시부터 지속되고 있다. 롯데렌탈은 주관사 선정 당시 쏘카 IPO를 담당하고 있던 주관사인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을 배제한 채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배부한 바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주관사를 선정하는 작업부터 서로 사업전략이 노출될 것을 우려해 경쟁사 주관사는 배제하는 모습이 연출됐었다"라며 "중고차 매매업을 영위하는 여러 기업이 기업공개 시장에 쏟아진 지금, 이들이 서로 다른 에쿼티스토리를 내놓을지가 관전 포인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