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놀자'가 쿠팡처럼 뉴욕증시에서 환영 받을까
입력 2021.03.30 07:00|수정 2021.03.31 10:30
    최근 장외가ㆍ쿠팡 상장에 고양된 야놀자
    높은 가치 인정받는다면 뉴욕증시가 유리
    글로벌 1위 부킹홀딩스도 PSR 10배 남짓
    매출ㆍ이익 열위..."글로벌 경쟁력 아직 의문"
    • 급성장 스타트업의 당연한 시장논리일까, 쿠팡에 자극받은 무리수일까.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야놀자가 뉴욕증시 상장 검토에 들어가자 투자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야놀자가 '공모가'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상황이 시장 안팎에 알려진 상황에서, 일단은 후자에 무게가 실린다는 평가가 더 많다.

      플랫폼 기업 치고는 매출 등 '체급'이 아직 글로벌 OTA(Online Travel Agency)에 비해 매우 작다는 게 야놀자의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뉴욕 상장시 야놀자의 투자사이기도 한 부킹홀딩스나 익스피디아 그룹, 트립어드바이저 등과 경쟁해야 하는데, 투자자들이 야놀자를 굳이 선택할 유인이 적다는 것이다.

      24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야놀자는 최근 본격적으로 뉴욕 증시 상장 가능성을 타진하고 나섰다. 2019년 싱가포르투자청(GIC) 및 부킹홀딩스로부터 1억8000만달러(약2100억원) 투자를 유치할 때 주관을 맡았던 모건스탠리가 일정 역할을 할 전망이다.

      야놀자는 공식적으로 "상장 시장 결정과 및 상장 시점은 미확정이며 아직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증권가에서는 상당히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 중이다.

      야놀자가 최초로 상장 주관사 선정에 나선 2017년 하반기 이후 회사 안팎의 목소리를 종합하면, 야놀자 경영진은 IPO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상장 공모가와 기업가치에 대해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2018년 선정한 주관사단을 지난해 말 재구성한 것 역시 기업가치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장외 거래가 급상승에도 고무돼 있다는 지적이다. 야놀자 장외 거래가는 지난해 상반기 1만5000원대(액면분할 후 기준)대에서 최근 7만원대까지 급상승했다. 1년 새 370%나 올랐다. 장외 거래가 7만원을 기준으로 한 기업가치는 6조원까지 치솟았다.

      2019년 GIC가 야놀자에 투자할 때의 기업가치가 1조1000억원이었다. 2020년 주관사 재구성 당시 야놀자가 희망하던 기업가치는 2조원 안팎이었다. 장외 거래가 급등에 따라 야놀자 경영진의 눈높이도 올라갔고, 지금은 4조~5조원 이상을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투자사 관계자는 "지난 연말 장외가가 급등한 이후 '상장할 때에도 이정도 가치는 돼야 한다'는 인식이 경영진 사이에 퍼진 것으로 안다"며 "최근 쿠팡이 뉴욕에 상장하며 일시적으로 100조원 이상의 가치로 거래된 게 '영감'을 주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놀자 주요 주주 중 일부는 이번 상장 과정에서 투자회수(exit)를 준비 중이다. 2015년부터 일부 벤처캐피탈(VC)이 투자를 집행했고, 2017년 진대제펀드로 알려진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가 600억원을 투자하며 2022년 IPO 조항을 내걸었다. 2019년 주주가 된 GIC와 부킹홀딩스 역시 2022년 상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투자에 참여했다.

      2017년 이후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부여받은 임직원들의 행사가액은 주당 5만원(액면분할 후 기준)이다. 현재 장외 거래가격 정도를 상장 후에도 인정받아야 안정적인 수익권에 들어가는 셈이다. 쿠팡처럼 기대했던 것보다 높은 가치로 평가될 수 있다면, 뉴욕증시 상장은 경영진ㆍ임직원ㆍ주주들의 이익에 모두 부합하는 셈이다.

      다만 야놀자의 뉴욕행이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회사의 의지와 별개의 문제란 분석이 많다.

      일단 기본적인 덩치가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작다. 글로벌 OTA 1위 업체인 부킹홀딩스의 경우 올해 예상 매출액이 94억달러(약 11조원)에 달한다. 익스피디아 그룹은 75억달러(약 8조원), 트립어드바이저도 8억7000만달러(약 1조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야놀자는 지난해 매출액 3000억원을 달성했고, 올해 매출 4000억원 달성이 목표다.

      장외 거래가를 기준으로 할 때, 밸류에이션도 상당히 비싼 편이다. 부킹홀딩스의 12개월 선행 매출액주가비율(PSR)은 10배 안팎이다. 부킹홀딩스보다 덩치가 더 작은 트립어드바이저의 경우 올해 예상 매출액 대비 PSR이 7.6배에 머문다.

      야놀자의 경우 지난해 매출 대비 장외 시가총액 6조원 기준 PSR이 20배에 달한다. 올해 예상 실적 기준으로도 15배다.

      성장률이 압도적인 것도 아니다. 부킹홀딩스의 2022년 매출 예상치는 평균값이 141억달러(약 16조원)에 달한다. 2021년 대비 50% 이상 성장이 예상된다. 이런 성장률을 야놀자가 따라잡으려면 2021년 매출액 4000억원을 달성하고, 2022년엔 6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내야 한다.

      주가순이익비율(PER)로 따지면 더욱 갈 길이 멀다. 부킹홀딩스의 올해 주당 순이익 전망치는 65달러 안팎이다. 현 주가 대비 선행 PER은 34.2배 수준이다. 야놀자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600억원 수준이다. 설사 600억원을 당기순이익으로 번다 해도 PER 34배 적용 시 시가총액은 2조원에 머문다.

      야놀자는 지난해 인도기업 이지테크노시스를 인수했다. 이지테크노시스는 객실관리시스템(PMS) 전문 업체다. 야놀자는 앞서 2019년 국내 PMS 기업인 가람ㆍ씨리얼을 인수하며 국내 1위 PMS 사업자가 되기도 했다. B2C와 더불어 B2B(사업자 대 사업자)로 사업을 확장하는 모양새다.

      이지테크노시스가 야놀자의 기업가치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까. 채널 확장 측면에서는 큰 도움이 되겠지만, 재무적으로는 좀 더 시너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지테크노시스의 최근 매출액 등 재무상황은 밝혀진 바 없다. 다만 인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지테크노시스의 2016년 매출액은 300만달러(약 34억원)였으며 2017년 450만달러(약 51억원)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야놀자의 지난해 성장은 해외여행이 제한된 상황에서 '호캉스' 등 국내 여행 영향이 컸다"며 "코로나19 국면에서 회복되고난 후 OTA로서 경쟁력이 유지될 지, 현재 확장 중인 글로벌 여행ㆍ숙박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지는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