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이니마, '외자기업 지주사 국내상장의 저주' 전철 우려
입력 2021.03.31 07:00|수정 2021.04.01 07:04
    두산밥캣·LS전선아시아 등 참패 전례
    해외 자회사 SPC, 실사도 문제로 거론
    "해외 수처리는 뭐가 다르냐" 혹평도
    • 외국기업지배지주회사제도를 통해 기업공개(IPO)를 할 것으로 예상되는 GS건설의 자회사 GS이니마(GS Inima Environment S.A.)가 해당 제도의 '징크스'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상장 당시 수요예측에서 참패하거나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급락한 전적이 있는 두산밥캣과 LS전선아시아, 그리고 적정 기업가치 평가에 어려움을 겪으며 상장을 결국 철회한 CJ CGV 베트남홀딩스 모두 이 제도를 통해 상장했거나 상장을 시도했다.

      해외법인이지만 코로나19로 현장실사가 어려워진 게 한계로 거론된다. 공모청약에 참여할 투자자들은 기업에서 제공하는 자료만을 참고해 투자해야하는 부담이 있다. GS이니마의 경우 수처리 자체가 정부사업인 만큼 사업 구조에 매력을 느끼기는 힘들 수 있단 지적도 있다.

      GS건설은 최근 GS이니마의 보통주 100%를 글로벌워터솔루션에 현물출자하고 해당 회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공시했다. 유상증자 규모는 6292억원이다. 이를 두고 증권업계에서는 국내 법인인 글로벌워터솔루션을 중간 지주사로 삼고 외국기업지배지주회사제도를 활용해 GS이니마의 한국 상장을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2016년 상장한 두산밥캣, LS전선아시아와 유사하게 해외현지법인을 지배하는 한국 특수목적회사(글로벌워터솔루션)를 통해 국내에 상장시키는 과정이 진행될 전망이다"라고 밝혔다. 두산밥캣과 LS전선아시아는 외국기업지배구조회사제도를 통해 상장한 법인이다. 이 경우 GS이니마는 4번째 해외 상장사가 된다.

      외국기업지배지주회사 제도는 한국거래소가 2011년 도입한 제도로, 해외 법인도 해외 우량 자회사를 묶은 외국기업지배지주회사(SPC)를 만들면 이를 통해 국내 시장에 상장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를 활용한 상장 사례들이 매번 참패를 겪으면서 논란이 일었다. 일부 기관에서는 '저주'라고까지 부른다. 2016년 상장한 화승엔터프라이즈는 기관경쟁률 48.46대 1을 기록하며 공모희망가 밴드(1만4600~1만6500원)의 중간인 1만5000원으로 공모가를 결정했다. 상장 이후 주식의 시초가도 공모가 대비 10% 빠졌다. 두산밥캣과 LS전선아시아도 각각 기관경쟁률 9.81대 1, 30.57대 1이라는 저조한 성적을 거두었다. LS전선아시아는 상장 이후 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10%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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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뿐만 아니라 2018년 말 해당 제도를 통해 국내 코스피시장에 상장하려던 CJ CGV베트남홀딩스는 결국 IPO 의사를 철회했다. 당시 CGV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고밸류' 논란이 일었고 수요예측에도 실패하면서 공모가가 희망가격 범위 최하단으로 정해지자 의사를 접은 것이다.

      해외 실사가 어렵고 지배구조가 복잡하다는 점이 외국기업지배지주회사 상장의 핵심 리스크로 거론된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해외 실사가 어려워진 만큼 투자자들이 기업이 제공하는 자료에만 의존해야 한다는 단점이 극심해졌다는 평가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 자회사들을 SPC로 묶어 상장시키면 그 회사들을 모두 실사를 해야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된다"라며 "통상적인 수처리업체와 달리 성장세가 높다는 점도 어떤 근거로 이야기하는 건지 충분히 궁금해 할 수 있는데 해외 수처리 업체는 무엇이 다르기에 성장성이 높은지 구체적인 자료가 나올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GS이니마의 수처리 사업이 정부사업인 점도 사업구조의 매력을 경감시킨다는 평이다. 주식보다는 인프라 채권투자에 가깝다는 것이다. 안정적인 실적은 기대할 수 있지만 사업 자체의 성장성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수처리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의 주가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자연과환경은 2015년 5600원대였던 주가가 1500원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코오롱생명과학도 2019년 9만원대였던 주가가 최근 1만9000원까지 곤두박질쳤다.

      게다가 수처리사업은 대기업도 하나 둘 철수하고 있는 사업이다. LG전자는 2년전 '선택과 집중'을 이유로 테크로스에 수처리 사업을 영위하는 LG히타치워터솔루션을 매각한 바 있다. GS건설도 GS이니마를 2015년 매각하려 시도했지만 매각 조건에 대한 잠재인수대상 업체들과의 이견으로 잠정 중단했던 경험이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수처리사업의 경우, 정부사업은 맞지만 브라질의 경우 민영화하기도 했고 안정적인 사업이다"라며 "투자자 반응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