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 ECM 인력 확보 신경전 불구, 고착화된 이미지 고민
입력 2021.04.01 06:50|수정 2021.04.01 06:50
    부서개편·인력확충 나서는 證
    포지셔닝은 이미 진행…"늦었다"
    證간 신경전에 '주관-인수단' 갈등도
    • 올해 1분기 ECM 시장은 1분기 공모 발행 규모만 10조원에 달했다. 규모가 폭증하니 증권사들도 인재를 영입하고 관련 부서를 늘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딜을 따내기 위해 기업금융(IB)부서 인력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업에 대한 분석이 가능한 리서치센터 직원도 중요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ECM 호황기를 거치면서 증권사별 특색이 굳어졌다는 평이 많다. 인력 규모가 거래 수임에 중요하지 않아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사간 신경전이 거세지면서 주관사와 인수단 사이의 갈등도 부각되는 모습이다.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을 비롯한 여러 증권사들이 ECM 관련 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동분서주(東奔西走)하고 있다. KB증권은 기존 3개의 ECM 부서를 4개로 늘리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유안타증권과 키움증권도 IB인력 수혈을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주식시장의 호황으로 기업들이 대거 ECM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수요가 늘어난 까닭에서다. 실제로 인베스트조선이 집계한 2021년 1분기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ECM 딜 거래 규모는 1분기에만 9조731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누적 기준 ECM 시장 규모가 11조원이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논의되기 시작한 딜들이 올해부터 실제로 진행되기 시작하면서 ECM 딜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집계되는 듯 하다"라며 "지금 진행되고 있는 딜도 상당히 많아 아마 하반기 정도 지나야 어떤 증권사가 이번 ECM 황금기를 제패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중소형을 비롯한 대형 증권사들도 ECM 인력 확충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IPO 경력이 있는 인재들의 몸값은 높아지는 추세다. 신한금융투자에서 1년간 IPO 경력을 쌓은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국내 두 증권사가 경쟁적으로 몸값을 높여 부른 사례마저 회자되고 있다.

      다양한 기업을 고객으로 모시기 위해 기업 분석에 능한 리서치센터 직원을 데려오는 것도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입찰제안요청서(RFP)를 차별화되게 써서 내는 데 리서치센터 연구원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해졌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움직임은 다소 늦었다는 평이 나온다. 이미 발행사나 관련 업계에서는 인력 구하기가 어려워진데다, 이미 증권사별로 주 거래 라인과 이미지 등이 굳어져 '인력 규모'는 주관사 선택의 기준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빅3 증권사들은 상당한 견제를 받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지난해 대형 거래를 잇따라 수임하며 '다른 딜을 더 맡기엔 인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소문이 크게 돌기도 했다. NH투자증권은 발행사의 심기를 잘 살피지만, 덕분에 규제 강화에 나서고 있는 한국거래소에게 밉보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2018년 전후로 쌓인 '높은 공모가ㆍ높은 수수료율'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털어내는 데 애쓰고 있다.

      다른 증권사들도 이미지 차별화에 적극적이다. KB증권은 카카오 그룹 전문 증권사라는 선입션이 생겼다. 덕분에 카카오의 경쟁사인 네이버 관련 거래엔 발을 들이기 어려울 거란 지적이 나온다. 대신증권은 중견-중소기업 발행사가 다소 억지스러운 요구를 해도 받아주는 이미지를 쌓고 있다는 평이다.

      증권사들끼리 딜 수임 경쟁이 심화하면서 대표주관사와 인수로만 참여하는 증권사 사이의 신경전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기업의 주거래 은행들이 인수단에 어려움 없이 포함되는 것에 있어서 무기력함을 느낀다는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은행계 증권사가 주거래 은행 라인을 타고 인수단으로 내려오는 걸 보면 부러운 마음" 이라며 "대주주가 바뀐 SK증권은 SK 거래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고, LG에너지솔루션때 엇갈리긴 했지만 범LG가에 대한 NH투자증권(옛 LG투자증권)의 영향력도 아직 남아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