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도 뉴욕증시行'...신기루 쫓는 발행사, 편치 않은 주주사
입력 2021.04.01 06:52|수정 2021.04.01 06:52
    쿠팡이 쏘아올린 공...국내 기업 해외 상장 붐
    정작 투자자 및 주주들은 부담스럽다는 평
    유지비용 많이 들어 초기 기업에겐 배보다 배꼽 더 커
    국내와 다른 의무 보호예수(락업) 기준도 부담
    • 국내 기업들이 해외 증시의 문을 두드리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정작 투자자와 주주들은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모두가 쿠팡과 같은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가운데, 오히려 해외 시장의 상장 유지비용이나 보호예수(락업) 기간 등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의견이다.

      상장을 앞둔 스타트업의 경우, 아직까지 견고한 실적을 못 내고 있는 만큼 해외 상장은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야놀자, 마켓컬리 등 국내 스타트업들이 잇따라 해외 증시 상장을 검토하자 벤처캐피탈(VC) 등 투자자들도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야놀자는 국내와 함께 싱가포르나 미국 등 해외 증시 상장을 고려중이며 마켓컬리는 외국계 증권사들을 새 주관사로 선정했다.

    • 이외에 글로벌 교육 플랫폼 스마트스터디, 전자책 플랫폼 리디북스, 가상화폐 거래소 두나무 등도 미국 상장 가능성을 점치는 기업으로 꼽힌다. 해당 회사의 투자자 및 모기업의 주가도 들썩이고 있다.

      그야말로 해외 상장 ‘붐’이 일어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들 회사의 주주들이나 VC들은 관련 현상에 대해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해외 상장의 실익을 면밀히 따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칫 ‘신기루’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주주 입장에서 가장 큰 부담 요인은 연간 수십억원씩 드는 상장 유지비용이다. 뉴욕증권거래소보다 저렴한 나스닥 시장조차 상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년 약 35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진다. 회계 감사 및 공시 등 기본적인 업무에만 약 15억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법률 등 유사시를 대비한 비용까지 모두 합치면 '분기'에 10억~20억원의 비용이 들어간다는 평가도 있다.

      현재 미국 상장 가능성이 거론되는 기업들은 이제 막 흑자를 냈거나, 앞으로 추가 투자계획이 많은 회사들이 대부분이다. 마켓컬리는 지난해 약 1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봤고, 야놀자는 지난해에서야 겨우 적자에서 벗어났다. 스마트스터디나 두나무 등도 연간 순이익이 100억~200억원 규모에 그친다. 여기에 추가 투자비용까지 감안하면, 수십억원씩 드는 유지비용은 향후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까다로운 미국 증시에서 꾸준히 주가를 부양하고, 이를 기반으로 VC들이 안정적으로 투자금 회수(Exit)를 할 수 있을지 여부도 주요 포인트다. 나스닥이나 뉴욕 증시는 대부분 의무 보호예수(락업) 기간을 180일로 정한다. 대개 1주일에서 3개월 정도로 락업 기간이 짧은 국내 증시와 비교하면 상장 이후 주가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는 평가다.

      더욱이 전문가들은 쿠팡의 성공적인 뉴욕 증시 상장이 ‘제2의 쿠팡’을 담보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쿠팡의 뒤를 잇겠다는 기업들 대부분은 ‘플랫폼’이라는 업종에 속하는데, 업계 선두주자가 아니라면 쿠팡과 같은 밸류를 받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쿠팡은 약 150조원 규모의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에서 1위 사업자인 네이버 다음의 자리를 확보했기에 가능했던 밸류이기도 하다. 뉴욕증시행이 점쳐지는 다른 회사 중 바탕이 되는 시장 규모가 크거나, 해당 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플랫폼기업은 마진율이 중요한데 업계 1등이 아니라면 영업이익률 10%를 내기는 어렵다. 쿠팡이 약 100조원이라는 밸류를 인정받은 데에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주도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인데, 나머지 업체들이 이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해외 상장에 성공한 이후에도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는 것이 관건이라는 평가다. 그렇지 않은 경우 단순히 해외 증시의 부푼 꿈만 안고 있기에는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국 증시는 국내보다도 상장 이후 ‘따상’까지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우상향하는 기업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라며 “미국 시장의 기준이 훨씬 까다로운 데다 통상적인 락업 기간인 6개월까지 기다려야 한다면 투자자 입장에서 수익률을 내기가 상당히 부담스러운 요인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