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분할 기운 SK텔레콤 중간지주…세금 문제·지주 합병 방식 등은 고민
위상호 기자 | wish@chosun.com | 2021.04.02 07:00
Edited by 현상경 취재본부장 | h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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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지배구조 개편 공식화…인적분할 방식에 무게
적격분할 인정받지 못하면 조단위 세금부담 생겨
지주사를 신설해야 적격분할 인정 유리하다 평가
SK㈜·중간지주 합병 서둘러야 하지만 주주반발 변수

SK텔레콤이 연내 지배구조 개편을 공식 선언했다. 과거 물적분할 방식이 거론됐으나 최근엔 SK㈜가 SK하이닉스를 직접 거느리는데 유리하도록 인적분할로 중간지주사를 세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아직 세부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인적분할 방식은 사업을 그대로 안고 가는 물적분할 방식에 비해 적격분할로 인정받기 까다롭다는 평가다. 적격분할로 인정받지 못하면 조단위 세금이 발생할 수 있다.

분할작업이 마무리되면 궁극적으론 SK텔레콤 중간지주와 SK㈜의 합병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너 일가로선 합병 시 지배지분의 희석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지주사보다 중간지주 가치가 낮아야 지배력 유지에 유리한 합병 비율이 산출되지만 이 경우 주주 반발이 예상된다. 중간지주 재상장까지 감안하면 그룹 지배구조 개편 마무리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22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는 반드시 지배구조 개편을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르면 내달 개편 청사진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박 사장은 2018년엔 SK텔레콤을 중간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물적분할하는 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중간지주가 이동통신(MNO), SK하이닉스, ADT캡스 등을 거느리는 구조로 SK하이닉스 지분율은 20%에서 30%로 높인다는 계획이었다.

작년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으로 인적분할에 힘이 실렸다. 신설 지주사의 상장사 지분 30% 보유 규정은 올해까지 유예기간이 부여됐다. 올해 통신사업회사와 중간지주사로 인적분할하면 SK하이닉스 지분을 30%까지 보유하지 않아도 된다. 평판에 민감한 SK그룹 입장에선 LG화학의 배터리사업 물적분할 때 후폭풍 사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회사는 증권사에도 현재로선 인적분할이 유력하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SK텔레콤

기업의 분할 실무에서 가장 먼저 따지는 것은 ‘분할 전후의 실질이 달라지지 않아 이익이 실현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느냐’ 즉 ‘적격분할’에 해당하느냐다. 적격분할에 해당하지 않으면 시가와 장부가액의 차이를 이익 실현으로 봐 그에 대한 세금이 발생할 수 있다.

법이 규정하는 적격분할 요건은 간단하다. ▲분할등기일 현재 5년 이상 사업을 계속하던 내국법인이 ▲독립된 사업부문의 ▲자산 및 부채를 포괄적으로 승계하는 방식으로 분할해야 한다. 분할신설법인은 분할등기일이 속하는 사업연도까지 승계 사업을 계속해야 하고 80% 이상의 근로자를 승계해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 사후관리 요건도 있다.

실무적으로는 따질 것이 많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어느 기업이 투자사업부문을 분할하는 경우엔 투자 주식을 넘겨야 하는데 이를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문제다. SKT 중간지주의 핵심은 결국 SK하이닉스긴 하지만 SK하이닉스만 넘어가고, 나머지 투자 기업들의 주식은 SKT 밑에 남아 있으면 분할의 명분이 모호해 보인다는 것이다.

한 대형 회계법인 회계사는 “신설 회사로 넘어가는 자산이 투자사업과 관련된 것이라면 투자 주식을 다 넘겨야 할텐데 원스토어나 십일번가 등은 SKT 밑에 남을 것”이라며 “이 경우 존속법인도 신설법인도 투자사업을 하니 적격분할로 봐야 하느냐는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분할 사업에 해외 자회사들이 포함되는 경우 적격분할로 인정되지 않기도 한다. 일단 내국 법인만 넘어가야 적격분할로 인정되고, 이 후 분할신설법인이 존속법인에서 해외 자회사 지분을 돈주고 사와야 한다. SK하이닉스 분할이 유력하지만, SK텔레콤의 통신 사업이 분할신설되는 방식이라면 그에 딸린 각국 통신관련 기업들 처리 문제도 신경써야 한다. 해외 기업 주식이라도 사업관련성이 있으면 함께 넘길 수 있긴 하지만, 자산 및 매출이나 업종분류에 따른 기준이 까다롭다.

한 증권사 기업 기배구조부서 담당자는 “과세 관점에서 보면 사업을 자회사로 계속 안고 가는 물적분할보다 주주가 두 회사 지분을 가져 이익을 실현했다는 인상을 주는 인적분할이 적격분할로 인정받기 까다로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를 거느릴 SK텔레콤 중간지주사가 적격분할로 인정받지 못하면 막대한 세부담이 생긴다. 시장가와 장부가 차이를 이익 실현으로 봐서 그에 따른 세금이 부과된다.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지분 20%의 장부가를 3조3747억원으로 평가하는데, 이 주식의 시가는 20조원에 달한다. 중간지주사가 그와 유사한 가치로 평가되고 적격분할로는 인정받지 못하면 20% 중반대, 수조원의 세금 지출이 발생할 수 있다.

SK텔레콤 중간지주를 신설하면 적격분할 문제는 크지 않을 것이란 평가도 있다. 지주사의 경우 투자 지분을 모두 가져가지 않아도 되고 지배 목적의 지분 일부만 가져가도 된다. 해외 계열사 이전 시 사업관련성 요건도 보통의 분할보다는 엄격하게 보지 않는다. SK텔레콤 이동통신사업을 존속 상장법인으로 하면 주주 구성이 유지되기 때문에 관련 당국 승인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지주사로 전환한 현대중공업도 사업회사에 얽힌 계약이 많고 당국 승인도 받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지주사를 신설 법인으로 정한 바 있다.

결국 SK텔레콤 중간지주가 SK하이닉스를 거느리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큰데, 궁극적으론 중간지주와 SK㈜가 합병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SK㈜는 SK하이닉스를 바로 지배해 직접적인 배당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오너 일가에도 유리한 방식이다. 합병 때도 적격분할과 유사한 적격합병 요건을 충족해야 세금부담이 발생하지 않는다.

사업회사가 상장사로 남는다면 신설 중간지주사가 재상장한 후 SK㈜와 합병을 추진해야 할 전망이다. 이사회, 주주총회를 거친 후 재상장까지만 수개월이 걸린다. 상장 후 주가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기다린 후에야 시가를 살펴 합병 비율을 정할 수 있다. SK텔레콤의 지배구조 개편과 합병은 별개의 문제이긴 한데, 연내 진행은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다. SK그룹은 이번 정권과 우호적인 관계를 보여왔다. 그룹 차원의 지배구조 개편까지 마무리 하려면 이번 정부에서 서둘러야 할 것이란 시선도 있다.

SK㈜와 비상장 상태의 중간지주사가 바로 합병까지 진행하는 안도 고려해볼 수 있지만 이 경우엔 중간지주 평가 문제가 남는다. SK하이닉스는 시가가 있지만 지주회사 가치는 자회사 가치로만 정해지지 않고, 할인 요소가 더해지는 경우가 많다. 가치 평가를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부담이 생긴다. 과거 삼성물산-제일모직은 상장사끼리 합병이었는데도 합병 비율 문제가 있었다.

다른 회계사는 “비상장 상태의 중간지주사를 평가하는 것은 부담이 크기 때문에 재상장 후 합병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며 “합병하더라도 최태원 회장 등의 지분율 희석, 합병 반대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등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3월 30일 16:52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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