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카’ㆍ‘한온시스템’…한앤컴퍼니 엑시트 성사 변수는 현대차그룹
입력 2021.04.02 07:00|수정 2021.04.05 11:24
    한온시스템 주관사 내정 후 매각시기 조율
    최대 매출처 현대차, 궁합 맞는 인수후보자 찾아야
    현대차 중고차 시장 진출 가시화
    기존 중고차 업체 타격 불가피, 케이카 상장작업 시동
    • 국내 최대규모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본격적인 투자금회수(엑시트)에 나섰다. 올해 국내 기업 인수·합병(M&A)시장의 랜드마크 거래로 꼽히는 한온시스템 경영권 매각 작업을 시작했고, 중고차 거래 플랫폼 케이카(K car)의 기업공개(IPO)도 추진중이다. 현재로선 한온시스템 경영권 매각과 케이카의 IPO 모두 성사 여부를 예단하긴 이르지만 딜이 완료된다면 한앤컴퍼니의 성공적인 엑시트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변수는 현대차그룹으로 꼽힌다.

      한앤컴퍼니는 최근 모건스탠리를 매각 주관사로 내정, 한온시스템의 경영권 매각을 준비중이다. 한온시스템의 시가총액이 약 10조원 규모인 점을 고려하면 한앤컴퍼니(50.5%)의 지분가치는 최소 7~8조원가량으로 추산된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된 규모다.

      지난 2014년 한앤컴퍼니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온시스템을 인수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옛 한국타이어, 19.5%)가 우선매수권을 보유하고 있으나 현재 상황만 비쳐보면 유력한 원매자로 보기는 어렵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동원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은 최대 1조원 수준에 불과하고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진행중인 점을 고려하면 5조원이 넘는 규모의 딜을 성사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래차 시장으로 빠르게 변모하는 자동차 업계의 상황을 고려하면 한온시스템의 사업적 성장성에 이견을다는 투자자들은 많지 않다. 공조회사가 내연기관 자동차에선 냉각기술을 활용해 엔진의 열을 관리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면, 전기차에선 모터와 배터리 등 시스템 공조에 대한 중요도가 훨씬 높아지기 때문이다.

      전기차 도입 초기, 전반적인 부품사들의 밸류 체인이 변화하는 시점에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는 한온시스템이 매물로 등장했다. 한온시스템은 글로벌 자동차 부품 회사 가운데 매출액 기준 40위권을, 국내 시장 점유율은 약 48%를 유지하고 있다.

      걸림돌은 7~8조원에 달하는 경영권 지분 가격을 감내할 국내 대기업들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과 LG그룹, 미래차 분야에 가장 밀접한 국내 대기업들도 내부적으론 인수를 검토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우선매수권을 보유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과거 한라비스테온(한온시스템)을 매각한 한라그룹 등이 인수 한다면 상당한 시너지가 예상되지만 현재로선 여력이 없다고 평가한다”며 “결국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중심축을 옮겨야 하는 글로벌 부품회사와 대형 PEF 정도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온시스템 인수자 입장에선 현대차그룹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인수에 앞서 현대차그룹의 인정(?)을 받아야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실제로 한앤컴퍼니는 과거 주요 멤버들이 모건스탠리PE에 근무하던 시절 현대로템 지분 인수작업에 직접 참여하며 현대차그룹과 인연을 맺었고, 이 같은 레코드는 한앤컴퍼니의 한온시스템 인수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평가도 있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실제로 한온시스템의 최대 고객중 하나다. 달리 보면 현대차의 밸류체인에 포함하지 않은 글로벌 부품사들, 특히 다각도로 경쟁 관계에 놓인 중국업체들에 대한 경영권 매각은 상당히 어려울 것이란 의미로 풀이된다.

    •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에선 글로벌 부품사들과 비교해 기술력이 떨어지던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한온시스템 인수를 검토하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사업 다각화 및 미래차 기술 내재화에 일부 성공한 현대모비스가 굳이 한온시스템을 인수해 덩치를 키울 유인이 줄었다”며 “한온시스템의 최대 매출처인 현대차그룹의 발주에 따라 실적이 크게 좌우될 수 있는 상황에서 PEF든 글로벌 부품사든 결국 현대차그룹과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후보에 매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앤컴퍼니가 투자금 회수를 진행하고 있는 케이카도 현대차의 사업 영역 확장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 기업 중 하나다.

      한앤컴퍼니는 지난 2017년 SK그룹으로부터 SK엔카의 경영권을 인수해 케이카로 사명을 변경했다. 현재는 상장 주관사를 선정, 시기를 조율하는 중이다. 한온시스템·쌍용양회·에이치라인해운 등 본격적인 투자 회수를 위해 상당히 오랜기간 공을 들이는 한앤컴퍼니의 스타일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이 와중에 현대차그룹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가시화됐다.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중고차 매매업은 2019년 2월 기한이 만료했고, 대기업들의 시장 진출이 가능해졌다. 현대차그룹에서 이미 법인을 대상으로 중고차 경매서비스를 시작한 현대글로비스가 중기적합업종 지정이 해제된 직후 ‘온라인 중고차 거래 관련 일체’를 정관에 추가하며 사업 진출의 기반을 마련했다. 다소 혼탁하다고 평가받는 중고차 시장에 대기업이 참여하는 데에 대한 여론도 상당히 긍정적이다.

    •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려는 목적은 명확하다.

      각국의 친환경 규제에 따라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의 생산을 늘려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해당 차량들에 대한 안전성도 보장해야 한다. 신차 뿐 아니라 중고차도 이에 해당한다. 차량의 첫 판매부터 애프터서비스, 그리고 꾸준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까지 자동차가 단순한 기계를 넘어서 움직이는 컴퓨터에 가까워 질수록 완성차 메이커의 역할은 커질 수밖에 없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중고차 시장에 대한 불신,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정부도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라며 “중장기적으로 기존 중고차 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케이카의 투자금 회수 작업이 상당히 빠르게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