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지배구조 개편' 특명…박정호 대표가 풀어야 할 제로섬 게임
한지웅 기자 | hanjw@chosun.com | 2021.04.06 07:00
Edited by 이도현 차장 | dohyun.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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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지배구조 개편 공식화
SK하이닉스 지배구조 상단 끌어올리기 유력
박정호 SKT 대표, SK하이닉스 대표이사 겸직
제자리 걸음하는 SKT 기업가치
SKT 보다 'SK하이닉스→지주사'에 무게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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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투자전문 회사를 지향하는 SK㈜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것이다.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과 합병 과정을 거치며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캐시카우를 SK㈜가 직접 지배하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를 진두지휘 할 인사는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겸 SK하이닉스 부회장(각자 대표이사)을 맡고 있는 박정호 대표다.

SK㈜와 SK텔레콤 투자자들이 모두 만족하고 오너 일가와 임직원이 지배구조 개편의 성과를 공유하는 일은 사실상 제로섬 게임에 가깝다. SK텔레콤의 기업가치 상승, SK㈜의 전반적인 밸류에이션을 끌어올리는 작업 등 양립하기 어려운 임무가 박 대표 앞에 놓여 있다.

박정호 SKT 사장 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SK하이닉스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SK하이닉스는 앞으로 박정호 부회장과 이석희 사장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이석희 대표이사는 기술과 제품 경쟁력 강화, 박정호 대표이사는 기업문화 부문을 담당할 예정이다.

SK그룹의 최대 현안이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 그리고 그룹 전반의 지배구조 개편인 점을 고려하면 핵심 계열사 2곳의 대표이사를 맡은 박 대표의 전략과 의중이 상당히 중요해졌다는 평가다.

박정호 대표는 올해 SK텔레콤 주주총회에서 연내 지배구조 개편을 공식화 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신설 지주사는 올해까지는 새로운 지분율 규제를 받지 않는다. SK하이닉스 지분 매입에 대규모 자금을 쓰지 않고 지배구조를 개편할 마지막 기회다. 중간지주사와 SK㈜가 합병하면 SK하이닉스는 보다 활발히 M&A에 나설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목표는 SK㈜가 SK하이닉스의 유동성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최태원 회장이 직접 지배하고 있는 SK㈜에 배당금을 극대화하거나 SK㈜의 직접투자에 필요한 재원도 마련할 수 있다.

장동현 SK㈜ 사장은 향후 5년 동안 투자재원 46조원을 마련하겠다 했는데 이는 외부 투자유치, SK㈜의 현금흐름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수치다. SK텔레콤의 분할 방법론이 어떻든 중간지주사 전환 이후 SK㈜ 아래 SK하이닉스가 위치하도록 하는 개편 작업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이유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의 분할 작업은 최태원 회장이 SK㈜를 통해 SK하이닉스를 직접 지배하려는 것이 목적이다”며 “SK㈜와 중간지주사를 합병하지 않는다면 SK하이닉스의 배당이 SK㈜로 직접 전달되지 못한다는 약점이 있다"고 했다.

박정호 대표가 그려낼 지배구조 개편 청사진이 SK텔레콤과 SK㈜의 투자자, SK㈜ 최대주주인 최태원 회장의 이해관계를 모두 합치할 수 있을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올해 SK텔레콤 주주총회에선 투자자들의 불만이 컸다. 회사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1.8% 증가했는데 주가는 여전히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SK텔레콤과 밀접한 사업을 추진 중인 카카오와 네이버 등의 주가 상승폭에도 크게 못미친다.

SK텔레콤의 주가가 억눌리는 상황이 추후 SK㈜와의 합병 과정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SK㈜와 SK텔레콤 분할 존속회사의 합병을 가정할 때 양사의 주가 흐름이 반비례 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는 투자자들도 있다.

어찌됐든 중간지주사 전환 과정에선 주주들의 동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SK텔레콤 자체적으로 일정 수준의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마련해 발표하는 작업도 중요했을 것이란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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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은 현재 11번가·원스토어·웨이브·ADT캡스·SK브로드밴드 등 자회사들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전략을 마련했다. 궁극적으로 캐시카우인 SK하이닉스를 떼어낼 개연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SK텔레콤 스스로 '파이낸셜 스토리'를 만들기에 집중했다는 평가다.

다만 각 계열사들의 업황과 경쟁 강도를 고려하면 모든 IPO가 성공적으로 완료될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중간지주사 전환과 합병 과정 이전에 모든 IPO 작업이 성사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각 계열사의 IPO, SK텔레콤의 분할합병, SK하이닉스의 지배구조상 위치 변화 등과 모두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모양새”라며 “SK텔레콤이 IR과 주주총회 등을 통해 꾸준히 기업가치 제고 전략을 발표하고 있는데 모든 계획이 현실화하기까진 세밀한 전략과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SK텔레콤은 전반적인 실적이 향상됐지만 올해 초 임직원들은 전년 대비 저조한 성과급을 받으며 불만이 확산했다. 작년 SK텔레콤 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2100만원으로 전년보다 4.3% 늘었다.

반면 박정호 대표는 사상 최고 연봉을 받아가면서 그룹 내에서 꽤나 화제가 됐다.

그는 작년 급여로 17억원을, 상여로 56억7900만원을 받아 총 73억7900만원을 수령했다. 이는 전년(45억3100만원)보다 무려 62.9% 증가한 수준. 그룹 오너인 최태원 회장보다도 많은 동시에, 실질적인 그룹 수장인 조대식 SK수펙스 의장(54억5200만원)를 능가했다. SK그룹 전 계열사 가운데 '톱'이다.

연봉이 책정되는 과정에서 SK수펙스 내부에서도 적지 않은 진통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정호 대표 측에서는 SK텔레콤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및 실적 턴어라운드와 함께   ‘SK하이닉스’ 이사회 의장으로서 옛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현 키옥시아)에 투자한 글로벌 딜(Deal)을 '성과'로 평가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이에 대한 성과가 그 정도 연봉을 제공해야 할 사안인가를 놓고 경영진과 수펙스에서는 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박 대표는 재계 10대그룹 오너들을 훨씬 능가하는 연봉을 받아갔다.

이제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의장에 선임되며 대외 활동 반경이 넓어질 전망이다. 사실상 최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그룹 내부 살림을 책임질 인사는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그리고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정도다.

이 상황에서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를 주축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이 마무리되면 박정호 부회장의 입지가 지금보다 공고해질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이번 지배구조 개편은 "박정호 대표에 의한, 박정호 대표의 이해관계와 가장 일치하는 거래가 될 것"라는 게 투자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키옥시아 지분 투자에 이어 박정호 대표의 더 큰 치적으로 기록될 SK텔레콤의 중간지주회사 전환, 그리고 SK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밑그림은 이르면 이달 발표된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4월 02일 10:35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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