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공작기계, 팬데믹 이전 회귀 불투명…투자 6년차 MBK 회수 '안갯속'
입력 2021.04.09 07:00|수정 2021.04.12 07:47
    글로벌 경기 침체에 팬데믹까지 연속 타격
    고점 2018년 대비 영업이익 절반 이하로
    올해 반등 기대되지만 폭은 제한적일 듯
    2017년 실적에도 못미쳐…회수 지연 가능성
    • MBK파트너스가 투자한 두산공작기계의 실적이 2년 연속 뒷걸음질쳤다. 재작년 미중 무역분쟁으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작년 팬데믹까지 이어지며 큰 타격을 입었다. 단기간에 코로나19 이전의 실적으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있다. 어느덧 투자 6년차를 맞은 MBK파트너스의 회수 전망은 불투명해졌다. 호실적일 때도 회수가 쉽지 않았던 터라 장기 보유 포트폴리오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두산공작기계는 지난주 감사보고서를 통해 2020년 매출 1조2210억원, 영업이익 1022억원을 올렸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매출은 16.3%, 영업이익은 42.5% 줄었다. 2018년 이후 2년 연속 내림세고, 첫 연간 실적이 나온 2017년보다도 부진했다.

    • MBK파트너스는 2016년 중 두산공작기계를 인수해 여섯해 째를 맞았다. 회사 실적은 2018년 정점을 찍은 후 꺾였는데 당시는 2018년 상반기 시작된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가 컸다. 미국 시장의 부진은 최소화했지만 중국 시장의 실적이 대폭 줄었다.

      두산공작기계는 작년엔 코로나19 타격을 입었다. 팬데믹 초기부터 2020년 실적 부진을 점치는 의견이 많았는데, 충격파가 예상보다 컸다.

      중국 시장은 기저효과로 실적이 소폭 개선됐지만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 북미와 유럽의 실적이 급락했다. 특히 피해가 심각했던 유럽에선 매출이 40% 가까이 줄었다. 전기·전자를 제외한 거의 모든 수요 산업이 침체하며 2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산업임에도 내수보다 수출 감소분이 더 컸다.

      올해 세계 주요국에선 코로나19 백신이 효과를 내기 시작했고, 경제성장률 전망도 상향 조정되는 추세다. 지난달 미국의 구매관리자지수(PMI)는 3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방산업이 안정될 조짐을 보이며 작년 4분기부터 공작기계의 수주와 생산도 증가세다.

      다만 이는 팬데믹 기저효과에 따른 반등으로 봐야 한다는 보수적인 시선도 있다. 각국의 정책 변화나 코로나 대응 차이에서 오는 불확실성도 여전하기 때문에 성장 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한국기계연구원은 '기계산업 2020년 성과와 2021년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공작기계 생산이 소폭 증가하겠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산업은 아시아 국가 주도로 회복하겠으나 완전한 회복까지는 최소 2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공작기계 산업이 다시 호황을 맞더라도 두산공작기계가 온전한 수혜를 입을 지는 불투명하다. 회사는 팬데믹 이전에도 기술력의 독일과 일본, 가격 경쟁력의 중국 사이에서 점유율 유지에 애를 먹어 왔기 때문이다. 2018년 성적을 재현할 수 있을지, 그 시기가 언제일지 점치기 쉽지 않다.

      MBK파트너스는 2018년 상반기 두산공작기계 인수금융 리캡(자본재구조화)으로 투자금 일부를 회수했고, 다음해부터는 경영권 매각도 추진했다. 2018년 실적을 업고도 성과가 없었던 터라 당분간 M&A를 통한 회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제조산업에 대한 투자 열기가 뜨겁지 않아 상장 기대감도 크지 않다.

      MBK파트너스로선 이미 배당과 리캡 등으로 투자금 상당 부분을 회수하긴 했지만, 실적 회복이 늦어지면 마치 네파처럼 엑시트 방안을 찾기 어려운 장기 보유 포트폴리오가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추가 리캡도 쉽지 않다. MBK파트너스는 작년 1조4000억원 규모로 두 번째 리캡을 진행했다. 주관 증권사의 경우 4000억원 가까운 미매각이 발생하는 바람에 담당 부서가 난처한 상황에 몰리기도 했다. 최근까지도 대형 증권사와 은행 등에 미매각 물량 일부를 받아줄 의향이 있느냐 묻고 있지만 대부분 손사래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두산공작기계는 제조업 선행지표업으로서 올해 실적은 개선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차주가 이미 투자금 상당부분을 빼간 회사에 돈을 더 빌려주는 것은 대주 입장에선 불편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