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플랫폼 인수 경쟁 불 붙은 롯데와 신세계…결국 시선은 이베이로
입력 2021.04.09 07:00|수정 2021.04.09 09:58
    롯데·신세계 GMV 늘리려 플랫폼 M&A 나서
    W컨셉·중고나라 인수에 "특색 드러나"
    온라인 관련 내부 고민도 커졌다는 평가
    • "롯데가 울며 겨자 먹기로 신세계를 쫓아와야 할 것이다"(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의 라이벌 구도가 M&A 시장에서 다시 불붙고 있다. 양사 모두 사업영역이 비슷한 계열사와의 이해관계 조정 문제에도 불구, 온라인 시장 점유율을 선점하기 위해 이커머스사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각 투자 사례들을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양사가 전략 특색과 함께 고민도 드러냈다고 평가한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으로 매듭 지어질 두 기업 신경전의 결말에 관심이 집중된다.

      최근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은 연달아 이커머스사 인수 소식을 알렸다. 롯데쇼핑은 앞서 유진자산운용의 중고나라 인수에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했다. 투자금은 300억원 수준이다. 신세계그룹도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쓱닷컴)을 통해 온라인 패션 편집숍 더블유컨셉(W컨셉) 지분 100%를 2700억원에 인수했다.

      롯데그룹도 W컨셉 인수를 진지하게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예비입찰에도 참여, 대규모 자금 투입을 염두에 두고 면밀히 검토했다. 일본 패스트리테일링그룹과 공동 출자한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 유니클로가 끝없는 부진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W컨셉 인수로 대안을 모색하려 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들 기업의 인수·합병(M&A) 소식이 전달된 적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양사 모두 확연히 달라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M&A 성사뿐 아니라 매물로 출회된 기업들의 인수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여러 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롯데와 신세계가 본격적으로 움직임을 시작하면서 고민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평가를 내렸다. 롯데ON과 쓱닷컴 등 자체 온라인몰을 론칭했지만 쿠팡과 네이버 등 다른 이커머스사에 비해 온라인 전략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커머스 역량을 키우기 위해선 업계 내 유력 사업자를 인수하는 안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명품이나 마트 등 전통산업을 주로 고집했던 기존 유통 대기업들도 전략을 뒤집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다수 백화점들이 도메스틱 브랜드를 입점시키기 위해 수수료를 10%대 중반까지 낮춰주는 등 유입 전략을 고심 중이다. 다만 온라인 플랫폼에 특화된 이들 다수 브랜드들은 인력관리 및 재고 문제로 거절을 하는 경우도 왕왕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관계자는 "롯데와 신세계가 이전과 다르게 M&A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년간 그룹 내에서 자체적으로 성과를 내보려 노력했지만 M&A로 전략을 선회했다는 건 결국 그간의 전략이 통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했다고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롯데와 신세계 간 전략의 특색도 본격적으로 구분되는 양상이다.

      중고나라 인수를 두고 업계에선 '역시 롯데답다'고 입을 모은다. 롯데는 유력한 시장 지위를 갖췄지만 몸값은 다소 높은 매물보다는 가격 부담이 적은 2~3위 사업자 인수에 주로 관심을 두고 있다. "1위 사업자인 당근마켓이 아닌 3위인 중고나라를 인수했는데, 어느 정도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면서도 가격 부담은 적은 매물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무리한 시도 없이 안정성을 추구하는 전략"이란 평이 나온다. 신세계그룹은 보다 적극적인 모습이다. 야구단, 패션 플랫폼 등 공격적으로 매물 쇼핑에 나서고 있다. SSG닷컴을 중심으로 그룹 전체 거래액(GMV) 증대를 위해 외형을 키우려는 전략이란 분석이다.

      이들 유통사가 본격적으로 매물 쇼핑에 나서고 있는 만큼 자금 조달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그룹 자체적으로 인수자금을 조달하긴 어렵다 보니 사모펀드 등 재무적투자자(FI)와의 협업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이들 FI로부터 인수 동의를 얻어낼 수 있는지는 또다른 과제다.

      신세계그룹 M&A의 주된 인수주체인 쓱닷컴의 경우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BRV캐피탈 등을 FI로 두고 있다. 핵심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는 이마트와 이베이 공동투자 안을 협의 중으로 알려졌는데 향후 시너지 효과와 회수에 득이 될 것인지에 따라 FI들의 추가 투자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두 기업의 경쟁은 매각가로 5조원 수준이 거론되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으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롯데와 신세계는 숏리스트에 공동으로 이름을 올렸다. 두 기업 모두 인수 가격으로 4조원 이상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더블유컨셉을 인수한 신세계와 중고나라를 인수한 롯데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얼마나 배팅을 할지, 인수한 계열사들은 기존 사업부와 어떻게 인수후통합(PMI)을 진행할지 여부도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