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여성 의류 1위 플랫폼 '지그재그' 인수 추진
입력 2021.04.09 08:34|수정 2021.04.12 07:48
    지그재그, 2019년부터 경영권 매각 검토
    롯데·쿠팡 등 SI '러브콜' 와중 카카오 낙점
    인수 측 법률 자문사 세종...몸값 1조 평가
    • 카카오가 여성 의류 플랫폼 1위 '지그재그(ZigZag)' 인수를 추진한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여성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크로키닷컴의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 투자자인 스톤브릿지벤처스·알토스벤처스 보유지분을 포함 창업자 지분 등 구체적 규모를 논의 중이다.

      정확한 인수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기업가치 1조원을 인정받고 40% 수준의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는 구조로 파악된다. 인수 방식은 특수목적회사(SPC)나 자회사를 통한 합병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는 이를 위해 자회사 신설을 고려하고 있다. 신설 회사명은 지그재그의 이름을 딴 '카카오Z'가 거론된다.

      인수 측 법률 자문사는 세종으로 파악된다. 세종은 앞서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의 합병(통합법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업무를 자문한 바 있다.

      지그재그는 수년 전부터 전략적 투자자(SI), 재무적 투자자(FI) 할 것 없이 눈독을 들인 매물이다. 유통 대기업뿐 아니라 사모펀드(PEF) 등 다수가 지분 투자 및 경영권 인수를 검토해왔다. 신세계그룹 SSG닷컴이 최근 최종 인수한 W컨셉, 무신사, 브랜디 등 업계 주력 사업자들과 함께 유력 매물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서정훈 지그재그 대표는 2019년을 기점으로 경영권 매각을 검토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쿠팡이 진지하게 인수를 검토했지만 거래 직전 협상이 무산된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그룹도 신동빈 회장이 직접 서정훈 대표를 롯데 본사로 데려와 사업 설명을 들었다. 통매각 혹은 지분매각 등 다방면으로 열어두고 거래를 논의했지만 결국 결렬됐다. 플랫폼 M&A 대신 자체생산부터 판매까지 체계적으로 상품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최종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롯데의 플랫폼에 대한 미련은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 신세계그룹에 매각된 W컨셉의 예비입찰에도 참여, 대규모 자금 투입을 염두에 두고 면밀히 검토했다. 자체 온라인몰인 롯데ON 사업이 부진한 상황에서 유력 플랫폼 사업자 M&A를 지속 검토할 수밖에 없을 거란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도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지그재그를 들여다 봤다. 네이버, 쿠팡 등 경쟁사와 비교해 비교적 커머스 분야가 취약하다는 점에서 거래액을 한번에 키울 수 있는 플랫폼 인수에 관심을 가졌다. 지그재그는 10~20대 젊은 여성 사이에서 인기있는 여성 플랫폼 1위로, 2015년 설립 이후 거래액이 급증했다. 지난해 거래액은 7500억 원 수준으로 차기 유니콘기업(기업 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사) 후보로도 꼽혀 왔다.

      한 관계자는 "최근 5조원 규모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은 카카오가 커머스 역량을 키우기엔 적절한 규모의 매물"이라며 "MZ(밀레니얼+Z)세대 공략에 힘쓰고 있는 카카오가 시너지를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