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배터리 분쟁 '2조'에 합의…美 중재에 장기화 리스크 일단락
입력 2021.04.11 12:28|수정 2021.04.12 07:47
    LG·SK 각각 11일 이사회 개최해 확정
    거부권 하루 전 ITC 수입금지 조치 무효화
    美 공급망 확보전략·소송 장기화 부담 영향
    • LG에너지솔루션(LGES)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진행 중인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과 소송에 대해 2년 만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합의금 규모는 2조원으로 결정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을 하루 앞두고 합의가 이뤄지며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제재 조치도 효력을 상실했다.

      11일 양사는 각각 이사회를 열고 ▲SK이노베이션이 LGES에 현금 1조원과 로열티 1조원을 합의된 방법에 따라 지급하고 ▲관련 국내외 쟁송을 모두 취하하고 10년간 추가 쟁송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와 관련해 양사 경영진은 "한미 양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 발전을 위해 협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지난 2월 ITC는 SK이노베이션이 LGES의 배터리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최종 판결하며 10년간 미국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번 합의로 ITC 제재 결정은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사업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게 되었다.

      막판까지 거부권 행사를 두고 상반된 목소리를 내던 양사가 합의한 배경으로는 미국의 중재가 거론된다. 양사가 공동 작성한 합의문에는 "미국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는 배터리 공급망 강화 및 친환경 정책에 공동으로 노력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바이든 행정부는 현재 미국 내 제조산업 부활을 위해 공급망을 재점검하고 대규모 인프라 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상위권 배터리 업체인 LGES와 SK이노베이션 모두 미국 내 생산설비 투자를 지속하도록 적극 개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의 GM과 포드는 양사의 대형 고객사이기도 하지만 미국의 주요 완성차 기업이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선 현지 배터리 설비투자가 많을 수록 유리한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의 편을 들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었지만 양사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전략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소송 장기화에 따른 양사의 부담도 합의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선택에 따라 양사 중 어느 한 쪽은 사업 불확실성이 폭증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미국 사업의 불확실성이 무척 높은 상황이었다. 거부권 행사시한이 지나 오는 11일(현지시간) 예정대로 제재 효력이 발생했을 경우 3조원 이상이 투입된 조지아 공장의 처분 가능성도 거론됐다. 분리막 계열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 IET)의 기업공개(IPO)도 차질을 빚었을 거란 분석이다.

      LGES 역시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소송 장기화에 대한 책임을 나눠질 거란 부담이 있었다. 피해사실에 대한 합의금을 받아낼 때까지 법률비용을 지불하며 분쟁을 이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합의 내용에 따라 양사는 손해배상 청구와 특허침해 소송 등 기타 쟁송을 모두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4월 11일 12:27 게재ㆍ18:5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