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되고 투자대상 모호하고…민간자금 매칭에 애먹는 뉴딜펀드
입력 2021.04.13 07:05|수정 2021.04.14 07:30
    앵커 비율 낮아지며 민간 자금 중요성 커져
    뉴딜펀드 투자자산, 이익 환수 확신 부족
    금융사는 정부당국 눈치에 출자 성의 고민
    • 정책형 뉴딜펀드가 민간자금 매칭에 애를 먹고 있다. 애초 뉴딜의 영역 설정이 모호해 투자 대상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던 데다 투자가 결국 이익으로 돌아올지도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결국 정부 당국의 눈치를 보는 금융사들의 출자 부담이 커졌는데 자산건전성 관리 부담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모습이다.

      산업은행과 한국성장금융은 작년말 2021년 정책형 뉴딜펀드 출자에 나섰다. 기업투자의 경우 투자제안형(국민참여형 제외)과 뉴딜성장형에 총 7450억원을 출자해 2조2000억원의 펀드를 결성하기로 했다. 투자 분야는 D.N.A.(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 미래차, 친환경, 녹색산업 등 6대 뉴딜산업이다.

      최종 선정은 2월말 이뤄졌다. 투자제안형에 아이엠엠인베스트먼트·아주아이비투자 등 11개사, 뉴딜성장형에 큐캐피탈·E&F PE·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 등 3개사를 뽑았다. 정책출자 규모는 6550억원, 펀드조성 규모는 2조원으로 정해졌다.

      운용사들은 분야별로 최대 4대1에 가까운 경쟁률을 뚫고 선정됐지만 실제 펀드 결성까지는 갈 길이 멀다. 산업은행과 한국성장금융 등 핵심출자자(앵커LP)의 출자 비율이 낮아지면서 민간에서 모아야 할 자금이 많아졌지만 호응을 이끌어내긴 쉽지 않은 분위기다.

      한 출자기관 관계자는 "앵커 자금 비율이 60%대에서 30%대로 낮아지며 민간에서 모아야 할 자금이 많아졌지만 매칭작업이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정부가 힘을 싣는 뉴딜펀드는 구상 초기부터 개념이 추상적이고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뉴딜펀드가 결국 성장 초기 기업에 돈을 넣는 개념이라고 하면 벤처캐피탈(VC) 입장에선 원래 하던 투자를 하면 된다. 운용사에 선정이 되면 보통의 블라인드펀드처럼 투자할 여윳돈이 생기는 셈이다.

      반면 VC보다 후속 투자를 하는 사모펀드(PEF) 입장에선 투자처를 찾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비상장기업 투자는 원래부터 회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데, 정부가 정해준 정책성 투자 테마로만 좁히려니 부담이 더 커졌다. 어떤 것이 뉴딜 테마에 적합하느냐 하는 해석이 갈릴 수 있기 때문에 아예 출자 지원을 포기하는 운용사도 없지 않았다.

      투자 자율성이 떨어지면 회수 성과도 예측하기 어렵다. 금융사와 손잡고 출자확약(LOC)을 넉넉히 끊어온 곳이 아니면 펀드 결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왔다.

      민간 LP들도 비슷한 부담을 느낄 상황이다. 인프라 투자의 경우 국가에서 일정 부분 수익 보장을 해주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안정적인 이익 흐름이 창출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PEF 출자는 운용상의 제약, 불확실한 투자처와 회수 가능성에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특히 시중은행 등 건전성 관리가 중요한 곳들은 굳이 위험가중치가 크고 회수 성과가 불투명한 PEF 출자에 나설 유인이 많지 않았다. 다만 금융지주들은 뉴딜정책에 앞다퉈 화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소속 계열사들도 어느 정도 성의 표시는 불가피한 것 아니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인프라 분야의 경우 원래부터 하던 것에 '뉴딜' 포장지만 씌우면 된다"며 "정부 당국에 껍데기만 씌웠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사 관계자는 "정부가 뉴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어 PEF 출자에도 어느 정도 성의 표시는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