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이탈에 세대교체까지…생존경쟁에 영업전선 뛰어든 외국계 IB 대표들
입력 2021.04.14 07:00|수정 2021.04.15 09:50
    MD 자리 제한적이라 인력이탈 많아
    대표들이 직접 영업 뛰어 다녀
    국내 증권사, 회계법인들은 IB 자리 넘봐
    경쟁강도는 강해지고 IB 인력에 대한 처우는 떨어져
    • 톱티어 투자은행(IB)들이 인력 부족으로 손이 모자른 공간을 후발주자들이 쫓고 있다. 국내 IB들도 이 틈을 타 발빠르게 인력확충에 나서면서 자본시장을 놓고 한판 승부가 펼쳐지고 있다. 이처럼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시니어 대표들까지도 영업전선에 나섰다. 그야말로 전쟁터다.

      요즘 글로벌 톱티어 매니징디렉터(MD)에 일이 몰리고 있다. 굳이 딜 소싱에 나서지 않아도 조단위 딜이 넘쳐나고 있다. 특히 딜을 쥐고 흔들수 있는 경험 많은 시니어들에 대한 수요가 크다.

      각 하우스별로 살펴보면 MD급 매니저는 많아야 한두명 정도다. IB 대명사로 불리는 골드만삭스는 정형진 대표 정도가 하우스를 이끈다. 최근에는 삼성과 현대차 딜을 주도했던 어호선 상무가 퇴사 의사를 밝혔다. 정 대표를 서포트 할 수 있는 시니어급 인력이 타 하우스보다 많지 않다. 자연히 정 대표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일이 몰린다. 그나마 '골드만'이란 명성 때문에 국내 영업에 크게 나서지 않아도 되는 것 때문에 버틴다는 평가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골드만이란 명성 때문에 미국에서 떨어지는 일만으로도 한국 법인이 버티는 것이다"라며 "정 대표 혼자서 대형 클라이언트를 커버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라고 말했다.

      다른 하우스들도 마찬가지다. 최근 M&A 딜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모건스탠리나 JP모건도 MD는 두명 정도에 불과하다. 자연히 이들에 일이 몰리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나마 씨티 정도가 시니어 인력이 많은 편이다. 어지간히 큰 딜 아니면 회사를 사기 위해서 톱티어 IB를 고용하긴 쉽지 않은 분위기다. 성공보수로 운영되는 IB업의 특성상 인수자문은 실패의 리스크가 크고, 정보전 등 품이 많이 들어간다.

    • MD 품귀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인력유출이 많은 업종이기 때문이다. 주니어 시절 몇 년 배우면 사모펀드, 스타트업 등 이들을 부르는 곳이 많아 중간 이탈이 많다. 상무급 중에서도 MD 승진을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대기업 M&A팀이나 스타트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게 일상이 됐다.

      결국 대표가 직접 영업도 뛰어야 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들은 주니어 못지 않은 열정으로 현장 영업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직업이 IB 대표(?)인 시니어들이 경영진 PT에서 마주치는 일은 흔하고, 일부 IB 대표는 대기업 오너와의 네트워크 유지를 위해 여전히 애를 쓴다.

      이 관계자는 “파이낸스에 대한 이해도뿐만 아니라 정무적 감각 없이 IB에서 버티기 힘들다”라며 “직접 프리젠테이션 뛰는 대표들이 대다수다”라고 말했다.

      톱티어 IB가 손이 모자른 틈을 타 후발주자들이 발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한동안 IB 업계에서 조용했던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최근 세대교체를 단행하고,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채비를 갖췄다. 외국계 IB 하우스 중에선 처음으로 40대 대표를 앉혔다. 세대교체를 단행한 만큼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에 눈에 띄지 않은 하우스에게도 기회가 가고 있다.

      SC증권, BDA 등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로 일감을 채 가고 있다. 아직까진 수조원 딜까진 치고 올라오진 못했지만, 그래도 1조원 안팎의 딜에선 이들을 찾는 고객이 늘었다. ‘가성비’ 좋은 IB의 범주가 넓어지고 있다는게 업계의 평가다.

      이들이 차지한 자리는 국내 증권사, 회계법인들도 노리는 자리다.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국내 증권사들은 외국계 IB 시니어를 영입해 이들과 경쟁할 채비를 갖췄다.

      다만 외국계 IB들의 아성이 이전만 못하다 보니 자리를 옮긴 인력들의 처우도 점점 박해지고 있다. 최근 국내증권사로 자리를 옮긴 한 외국계 IB 임원은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직급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를 두고 외국계 IB맨들 사이에선 좋은 시절 다 갔다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더불어 힘들게 영입했던 외국계 IB 인력이 보수만 높지 성과는 기대에 못 미쳐 국내 증권사에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외국계 IB 관계자는 "이전에는 외국계 IB 출신이라 하면 어딜가나 인정 받는 분위기 였다면 이제는 그런 프리미엄도 많이 사라졌다"라며 "대표급들의 처우도 이전만 못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