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하면 기회있을까"…주식·부동산 막차 놓치고 고민하는 30代 금융맨들
입력 2021.04.15 07:00|수정 2021.04.17 15:19
    증권사·부동산PF 등 금융업계 6인 간담회
    • "월급만 바라보면 뒤쳐진다"

      역대 최대 유동성이 바꿔놓은 시대상이다. 경제 주축이 돼야 할 30대는 근로소득에 대한 기대감을 접고 패닉 바잉에 빠졌다. 부동산에서, 주식에서, 코인에서 번번 막차를 놓쳐버린 듯한 자조가 이들 세대를 관통하고 있다.

      돈을 벌려면 돈에 가까운 업종으로 가란 말이 있다. 전 국민이 투자에 빠진 요즘 같은 때 평균 연봉 1위의 금융권에 속한 사람들은 어떨까. 간담회는 이런 궁금증에서부터 시작됐다. 평균연령 30세의 3년차 주니어 기자들이 모여 자리를 만들었다.

      증권사 IB,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 투자 업계 6명이 모였다. 경력 10년차 미만으로 평균연령은 33세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명문대 나와 좋은 직장에 취업, 소위 '엘리트 코스'를 밟았고 조직에선 주된 실무진으로 있다.

      연봉보단 '큰 한방'이 미래의 부자를 결정하는 시대에 이들의 고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둘 이상이 모이니 주식·부동산·코인 얘기가 제일 먼저 나왔다. '국책은행 주니어 3명이 최근 비트코인으로 돈 크게 벌고 그만뒀다더라', '요즘 로또 돼도 강남 집 못 산다' 등 재테크 얘기로 대화가 시작됐다.

      D 최근 몇년 이 업계엔 인생이 확 바뀐 사람들이 많다. 1차는 부동산이었고 2차는 주식, 3차는 비트코인이다. 부동산에 조기 투자한 사람들은 목돈을 크게 만졌고 시드(seed)가 충분하진 않더라도 뒤늦게 주식과 코인에 뛰어든 다수도 자산을 불렸다.

      B 펀드매니저라 직장에선 큰 돈을 굴리지만 실제론 월급과 성과급으로 만족해야 하니 '현타'가 올 때도 있다. 여러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편승하지 못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식은 전년 저점에 비해 30% 올랐고 부동산은 공시가격 기준 20% 올랐다. 1인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상승분은 3000만~4000만원 수준이다. 외벌이 가구 기준 자산소득 및 연봉으로 최소 3000만원은 올려야 현 위치를 보전할 수 있다는 얘기다. 4인 가구 기준으론 1억2000만원이다.

      '한탕주의' '박탈감'이란 키워드가 자주 오르내렸다. 하루 아침에 벼락부자가 된 몇몇 동료들이 업계를 떠났고 다수는 조직에 꿋꿋이 남아 있다.

      A 그나마 업사이드가 있는 금융권에 몸담고 있음에도 박탈감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한탕주의가 성행하면서 성실하게 일해 돈 버는 노동가치는 퇴색하고 있다.

      B 과거엔 높은 몸값에 스카웃되는 선배들이 많았다. 지금 여의도 사람들은 사실상 월급쟁이에 가까워진 느낌이다.

      자연스럽게 이직에 대한 고민으로 대화가 이어졌다. 현 직장에 만족하는지, 요즘 어떤 부서가 인기인지, 퇴사하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등 정보가 오갔다.

      이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최근 가장 인기가 몰리는 직종은 VC, PE,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다. 투자시장이 역대 최고의 유동성을 기록하면서 VC나 PE 같은 투자 사이드(Buy Side)도 덩달아 입김이 세졌다. 증권사 내에선 대체투자 중에서도 부동산PF가 부동의 1위다.

      부동산 업계의 높은 성과급 소식도 여의도에선 화두다. 최근 리츠 운용사인 코람코자산신탁은 지난해 부동산으로 수익을 크게 올리며 기본급의 5000%에 달하는 인센티브를 직원들에게 지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F 증권사에선 역시나 부동산PF다. 부동산 팀에서 한 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전체 부서를 통합해 40% 수준에 육박한다. 

      A 나도 '핫'한 부서에 있다는 것을 체감한다. 처음엔 이 정도 인기는 아니었기 때문에 중간에 커리어를 전환할 생각도 있었다.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됐지만 결과적으론 잘 됐다. 국민연금이나 자산운용사 등 여러 곳에서 이직 제의가 온다.

      D 증권사 IB 출신이 PE에도 많다. 회계사 등 전문직 자격증을 갖췄음에도 결국 투자 사이드를 종착지로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환상이 조금 있는 것 같다. 솔직히 PE를 한마디로 말하면 '남의 돈으로 재벌 행세하기'다. 똘똘한 애들이 골드만삭스 간다는 것도 옛날 얘기다. 

    • 증권사 사람들에겐 남을 것이냐, 떠날 것이냐가 최대 고민거리다.

      C MBA도 고려 중이다. '커리어 꼬일 것'이란 우려도 물론 있지만 먼 미래를 보면 지금 있는 증권사 IB로는 오래 일하기 어려울 것 같다. 기계처럼 재무제표만 뜯어보고 있는데 순간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조금이라도 어릴 때 가야 실패하더라도 나중에 업계로 돌아오기 수월하겠다는 생각도 한다.

      D 창업도 방법 같다. 내가 아는 사람은 증권사에서 퇴사해 현재 스타트업 대표로 있다.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어 만족하더라. 4살 어린 후배는 그새 회사를 2개나 창업하고 매각해 자산가가 됐다.

      F 사실 나는 떠날 생각은 아직 크지 않다. 계약직에 비해서 공채 출신은 순환보직이 자유롭다. 다른 곳에선 3년차부터 인센티브가 나오는데 그 전까진 거의 사람을 갈아넣는다. 물론 인센티브는 억 단위이다 보니 다들 '존버'하는 거다. 

      이직에 대한 고민은 제각각이지만 조직 문화에 대한 가치관은 비슷한 면이 있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국내외 명문대학교를 나와 평균연봉이 높은 인기 직장에 취업했다. 회사에선 '허리기수'이자 주로 실무에서 뛰는 위치다. 스스로 'Z세대와 윗세대 사이 끼인 중간세대' 혹은 '꼰대'라고 표현했다.

      B 요즘 대다수 조직은 모래시계 모양이다. 허리기수가 대부분 이탈하면서 일이 몰린다. 힘든 것도 물론 있지만 어쩌면 기회라는 생각도 있다. 금방 임원으로 치고 나갈 수 있다.

      D 증권사에서 PE로 오려는 주니어들이 많다. 이력서에 '전 직장 증권사에서 이 정도 큰 딜(Deal)을 담당했다'고 어필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회사의 성과이지 개인의 성과는 아니다.  

      A 요즘 MZ세대 정신차려야 한다. 열심히 일은 안 하면서 바라는 것 많다. 40대 이상 우리 윗세대는 예전처럼 정치로 조직에서 살아남으려는 생각을 버렸음 좋겠다. 회사는 일하는 곳이다. 열심히도 중요하지만 잘 해야 한다.

      4시간 남짓 대화를 마치고 기자들도 생각이 많아졌다. 연봉보단 '큰 한 방'이 미래의 등수를 결정하는 시대에 이들의 고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40대를 바라보는 30대 모두의 얘기지만 이들의 체감이 더 빨랐을 뿐이다.

      ※ 본 간담회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른 방역수칙을 준수해 2개 조로 나뉘어 진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