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레코드'와 '인사'의 엇박자...시끄러운 KB證ㆍ대안없는 신한證
입력 2021.04.15 07:00|수정 2021.04.17 15:18
    통합 1위 목전 KB證, 학연ㆍ지연 인사 논란
    하향세 신한證은 교체설 최고임원 연임 가닥
    하나證 CEO 변경 따른 정통 IB 진출 관심
    "그룹 차원 지원 불구 인사가 발목 잡는다면..."
    • 주식ㆍ채권발행을 담당하는 정통 기업금융(IB) 업계에서 '실적'과 '인사'의 엇박자로 인한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올해 '통합 권좌'를 차지할 예정인 KB증권은 인사로 인한 내홍과 평판 저하로 내년 경쟁력이 벌써부터 의심 받고 있고, 최근 하락세가 뚜렷한 신한금융투자는 아직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최고위 임원을 유임시키며 'IB 확장 의지'가 시험대에 올랐다.

      '사람이 재산'인 IB 업계에서 인사로 인한 갈등은 일상이다. 다만 금융지주 계열로서 영향력을 갖추고 성장하는 두 증권사 IB부문의 잡음은 지주의 자본배분 우선순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증권가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KB증권 IB부문은 올해 리그테이블에서 주식자본시장(ECM) 및 채권시장(DCM) 통합 1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DCM은 지난 2010년부터 줄곧 1위를 달려왔고, 올해엔 드디어 ECM이 1위를 목전에 두고 있다. 최근 10년래 두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오른 증권사는 없었다.

      KB증권은 올해 1분기 ECM 리그테이블에서 '전통의 3강'인 미래에셋증권ㆍ한국투자증권ㆍNH투자증권을 따돌리고 1위에 올랐다. 2분기 이후에도 카카오뱅크ㆍLG에너지솔루션ㆍ한화종합화학 등 올해 예정된 초대형 빅딜(big deal) 파이프라인을 고루 보유하고 있어 1위 수성이 불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다.

      축배를 들어도 이상하지 않지만, KB증권 IB부문 내부 분위기는 다소 침체돼 있는 모양새다. 지난해 인사 및 성과급 배분 과정에서 그간 수면 아래 잠겨있던 '사내 정치 이슈'가 불거졌다. 최근 수 년간 IB부문에서 인력 이탈이 이어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IB부문을 총괄하는 김성현 대표와 박성원 IB1총괄본부장(부사장)이 진원지로 꼽힌다. 다수의 KB증권 내부 및 외부 관계자들은 두 최고위 임원이 학연ㆍ지연에 얽매인 인사를 해왔다는 주장들을 펼치고 있다. 김성현 대표의 출신 학교인 순천고ㆍ연세대와 박 부사장이 졸업한 성균관대 출신들이 인사에서 혜택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인사는 '코에 걸면 코걸이'식이라 부정이나 편법을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 이 같은 주장이 힘을 얻는 것은 KB증권 IB부문의 중추에 해당 '라인'으로 불리는 인력들이 다수 포진해 있어서다. 심재송 ECM본부장(전무)은 전남 순천 출신으로 순천고를 나왔다. 송원강 성장투자본부장(전무)과 고영우 부동산금융본부장(상무)은 연세대, 강진두 기업금융2본부장(상무)과 전남 여수 출신인 주태영 기업금융1본부장(상무)은 성균관대를 졸업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개인적인 부분이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성과급도 이들 위주로 돌아갈 거란 언급이 안팎에 무성하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KB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대표이사 제외 고액연봉자 상위 5위 안에 박성원 부사장, 문성철 상무, 이진욱 상무 등 IB 부문 임원이 3명이나 포함돼 있다.

      KB증권 IB부문은 한동안 실무자급 인력 확보에 애를 먹어왔다. 최근엔 외부 영입한 팀장급 실무자가 관리직 임원과의 마찰 끝에 퇴사하기도 했다. 최성용 전 상무 등 KB증권의 'ECM 암흑기' 시절 고군분투 했던 주요 인력들도 상당수 이탈했다. 고객과의 관계가 주요 자산인 정통 IB 부문에서 실적 상승세에 있는 증권사가 인력난과 인력이탈로 고심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일감이 충분한데다 향후 지속적으로 높은 성과급을 기대할 수 있는 까닭이다.

      이는 주관사로서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ECM 부문의 경우 이전의 트랙레코드가 충분치 않고, 경험치도 부족한 상황이다. 인력들이 처우 등에 불만을 품으면 안 그래도 IPO 호황장으로 눈 높이가 높아진 고객들을 상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거란 우려가 많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KB증권이 최근 카카오뱅크와 LG에너지솔루션으로부터 대표주관사로서의 역량을 의심받고 있다"며 "일정상 물리적으로 불가능함에도 불구, 경쟁사들은 대표주관사 지위 변경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정 반대의 경우다.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교체설이 크게 불거졌던 제이슨 황 기업금융본부 전무를 유임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JP모건 서울 ECM 대표를 역임한 제이슨 황 전무는 지난 2019년 신한금융투자에 영입됐다. 첫 2년 임기가 오는 4월30일 만료된다.

      ECM 부문을 담당하는 신한금융투자 기업금융본부의 실적은 뚜렷한 하향세다. 신한금융투자는 2016년 주관 4위에 오르며 '빅3'에 이어 상위권을 차지했다. GIB 출범 이후 그룹 연계 영업이 활발해지며 일궈낸 성과였다.

      신한금융투자는 제이슨 황 전무가 영입된 2019년 주관 5위로 한 계단 내려왔고, 지난해엔 종합 7위로 밀렸다. 올해 1분기 ECM 리그테이블엔 아예 '탑10'에 포함조차 되지 못했다.

      인력이탈이 경쟁력 약화의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제이슨 황 전무가 인력을 다독이고 영업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게 회사 안팎의 공통된 전언이다. 이에 실망한 실무자급 인력이 대거 이탈하며 신한금융투자는 수임한 거래 관리에조차 애를 먹고 있다. 영입 당시 연봉과 직위 등 대우가 과도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 신한금융투자는 제이슨 황 전무의 유임을 택했다. 역시 외국계 출신인 이재원 투자금융본부장(전무)을 보직해임 한 상황에서 마땅한 대안이 없었을 거란 분석이다. 그룹 GIB 차원에서 황 전무를 한 번 더 믿어보자는 목소리가 나온 것도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같은 은행계이자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던 하나금융투자는 비교적 조용하다. 은행 CIB부문장이자 그룹 IB 매트릭스 부문을 담당했던 박지환IB1그룹장과 편충현 IB2그룹장이 진영을 이끌고 있다. 정통 IB 부문보다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화, 인수금융 등에 비중을 두고 있는 전략 역시 크게 변하지 않았다.

      만약 신한과 KB가 경합 중인 정통 IB 부문에 하나까지 도전장을 내민다면 '인력 블랙홀'이 될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주요 은행계 증권사들은 지주의 비은행 확장 정책의 수혜를 받아 몸집을 불려왔고, 특히 IB 부문은 은행 영업망의 도움을 크게 받았다"며 "지주 입장에서는 자본과 영업망을 충분히 지원했는데, 계열사 해당 부서 리더십 문제로 성장이 정체된다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