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릴 줄 모르는 현대모비스…'총수' 정의선 회장에 최적 시나리오
입력 2021.05.10 07:00|수정 2021.05.11 09:52
    현대차·기아, 코로나 이전으로 완벽 회귀
    현대차 동조효과 사라진 모비스
    미래차 중심이지만 저평가
    모비스 지분 필요한 정의선 회장
    눌림현상 최대 수혜 볼 듯
    • 정의선 회장이 공식적으로 현대자동차그룹 총수에 올랐다. 앞으론 그룹의 숙원 사업인 지배구조개편 작업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모비스(이하 모비스)가 현대차를 지배하는 큰 틀의 지배구조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정 회장이 모비스 장악력만 높힌다면 지배구조 개편 과정은 예상보다 복잡하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주력인 현대차·기아의 실적이 고공행진하는 것과 달리 모비스의 영업이익률이 뚝뚝 떨어지고, 주가가 연내 최저치를 연일 갱신하는 상황은 아이러니하게 정 회장의 경영권 승계의 최적 상황을 조성하고 있다.

      모비스는 올 1분기 매출액 9조8158억원, 영업이익은 490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5%, 영업이익은 35.9% 각각 증가했다. 전년 대비 실적 증가가 나타나긴 했으나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를 20%가량 하회한 수치다.

      그룹 핵심 계열사들과 비교해도 다소 아쉽다. 현대차의 1분기 영업이익은 1조6570억원, 기아는 1조760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91.8%, 142.2% 증가했다. 모비스와 달리 현대차와 기아는 모두 코로나 사태 이전의 실적을 훌쩍 뛰어 넘었다. 최근에 나타난 모비스의 실적은 그동안 현대차·기아의 실적과 연동했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영업이익률을 두고 봐도 마찬가지다. 현대차와 기아의 1분기 영업이익률은 각각 5년, 7년만에 6%대를 회복했다.  반면 모비스의 전동화 실적이 포함되는 '모듈 및 핵심부품' 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은 0.7%에 불과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매년 꾸준히 자금소요가 발생하는 설비투자(CAPEX) 비용, 현대차그룹 계열사 실적에 상수처럼 반영돼 있는 환율과 운송비 등의 영향으로 인한 실적 부진으로 꼽기에는 현대차와 기아의 실적과 상대적인 괴리감이 크다”며 “영업이익률 향상을 비롯해 실적 회복을 위한 구조적인 방안을 마련하는게 시급해 보인다”고 했다.

      글로벌 자동차 부품회사 매출 기준 7위권에 해당하는 모비스는 현대차그룹이 지향하는 모빌리티, 미래차 사업 분야에서 가장 선도적인 역할이 기대되는 계열사다. 모비스는 최근 플랫폼과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청사진을 내걸고 있지만 기업가치는 내연기관 전문 계열사에도 못미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단적인 예로 엔진과 모듈, 등속 조인트 등을 생산하는 현대위아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30배, 모비스는 17배 수준이다. 모비스의 동일업종으로 분류되는 상장회사들의 평균 PER은 41배이다. 이를 증명하듯 올해 초 35만원을 훌쩍 넘었던 모비스 주가는 현재 27만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1분기 실적발표 이후 각 증권사들은 모비스의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 사업적으로만 따져보면 모비스에 상당한 과제가 남아 있지만,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앞두고 있다는 시점에선 유리한 측면이 있다. 정의선 회장이 모비스를 중심으로 그룹 지배력을 강화할 것으로 가정한다면 모비스의 기업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 또는 현 상황이 유지되는 것이 득이 될 것이란 평가다. 투자자들과 주주들은 차치하고, 적어도 모비스 지분율이 미미한 정 회장이 수혜를 보는 구조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정의선 회장이 정몽구 명예회장의 모비스 지분을 승계하면 앞으로도 현재와 같은 그룹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모비스의 지분은 약 7.13%, 현재 시가총액(약 25조원) 기준 약 1조8000억원 규모다. 최근 모비스의 주가가 떨어짐과 동시에 지분가치도 하락했다. 연초 주가 35만원에 달했을 당시보다 지분가치가 5000억원가량 줄었다.

      정의선 회장의 금고로 여겨지는 현대글로비스는 성장 스토리를 차곡차곡 써내려가고 있다. 중고차 시장 진출, 수소유통, 스마트물류 시스템 등의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 급부상했다. 이는 곧 주가와 연동돼 글로비스의 주가는 지난해 초 대비 2배 이상 상승했고, 최대주주인 정 회장의 지분가치도 그만큼 높아졌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개편과 관련한 선택지가 얼마 없다는 점을 고려해 현대글로비스의 기업가치 상승과 반대로 현대모비스의 주가가 눌리는 상황이 예견돼 왔던 것은 사실이다”며 “다만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모비스에 투자한 투자자들 입장에선 계열사 성장 수혜를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 동시에 오너의 이해관계에 의해 주주가치가 훼손되고 있다는 점에서 불만이 커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