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역 없는 '디지털 금융' 등장에 분주해진 로펌들
입력 2021.05.14 07:00|수정 2021.05.17 09:41
    금융 패러다임 변화에 관련 법률 자문도↑
    금융·IT·TMT·개인정보 등 전 영역 얽히며
    기존 팀 합치고, 새 팀 만들고 '역량 집중'
    • 금융 부문에서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법제 이슈가 한증 다양해지고 있다. 이에 로펌(법무법인)들도 조직 개편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관련 업무가 마이데이터, 정보보안 등 전 영역을 넘나들게 되면서 더 이상 기존 관련 조직으로만 ‘디지털 금융 시대’를 대응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제 금융은 유통, 의학 나아가 미래차의 결제까지 ‘융합 이슈’가 됐다. 네이버파이낸셜·카카오페이·토스 등 빅테크(Big-tech) 기업의 금융 서비스 등장으로 사업자 영역도 넓어졌다. 이에 지난해 9월 새 금융 시대에 맞는 규제 정비를 위해 금융위원회가 ‘디지털 금융협의회’를 출범한 바 있다.

      고환경 광장 변호사는 “금융의 주요 흐름 자체가 디지털이 메인이 되면서 전자금융업이 금융업으로 재정의 되는 시점”이라며 “기존 핀테크는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는 차원으로 주로 스타트업이나 유니콘기업을 지원하는 개념이 강했다면, 디지털 금융은 금융의 패러다임이 아예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광범위한 디지털 금융 이슈들을 유기적으로 다루기 위한 로펌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요새 디지털 금융, 핀테크 한다는 로펌들이 많은데 다들 고민이 많다. 변화가 빨라 블록체인 TF조직 및 확대도 이슈”라며 “수직적인 조직인 로펌이 각 영역별로 구획이 구축된 게 있었는데 지금은 개인정보 등 하나의 이슈도 각 산업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문제가 터지면서 이를 수평적으로 다룰 수 있는 조직을 구축하려는 게 대부분 로펌의 고민”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장 세종 변호사는 "실제로 금융회사 및 핀테크 기업들의 자문이 폭증하고 있고, 기존에 전례가 없는 이슈에 대한 검토를 요하는 것으로서 창의적인 해결책을 요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로펌 업계에서 최근 가장 주목하는 부문은 단연 마이데이터다. 8월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 서비스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부터 인허가와 관련된 자문 업무가 이어졌다. 각 로펌이 관련 팀을 조직하는 등 특히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는 무궁무진한 확장성 때문이다. 결국 마이데이터 자체는 하나의 과정이고, 해당 ‘데이터’를 가지고 어떻게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금융 뿐만 아니라 의료, 커머스, 모빌리티까지 전 분야에서 사업자가 계속 늘어날 수 있다. 예로 의료데이터의 경우 제약회사 뿐만 아니라 보험회사도 탐낼 수밖에 없다. 사용자의 보험정보와 의료 데이터를 합쳐 고도화된 마케팅에 접목시키는 등 파생 서비스가 계속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성구 김앤장 변호사는 “마이데이터는 지금은 금융분야에서 먼저 시작했지만 향후 공공·의료분야 등으로 확장할 것”이라며 “마이데이터가 가진 잠재력과 파급력을 고려하면 파생하는 법률문제도 매우 다양할 것으로 생각되고, 로펌의 총체적 역량을 집중해 대응해야 할 분야다”고 말했다.

      윤주호 태평양 변호사는 “단순 허가 문제가 아니라 마이데이터를 이용한 최종 수요물을 사용자에게 공급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고, 금융 이외에 영역을 확대할 때 어떻게 규제할 지에 대한 문제도 떠오를 것”이라며 “실제 데이터를 사용해 사용자에게 혜택을 주는 곳만이 살아남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서비스 고도화에 따른 M&A(인수합병), 투자까지 법률 수요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이슈가 중요한 금융 분야인 만큼 전통 금융과 빅테크 등 새로운 사업자들 간의 서로 다른 고민도 자문 업무로 이어지고 있다. 빅테크 회사들은 ‘인허가를 받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사업을 하고 싶은 것이 가장 큰 고민이고, 은행 등 전통 금융사들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어도 소위 ‘기울어진 운동장’ 비판을 받는 것을 어떻게 풀 것인가가 고민이다.

      현재 빅테크 사업자의 금융업 진출을 허용하는 내용의 ‘전자금융거래법 전면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 통과할 경우 종합 지급 결제업, 지급 결제 지시업(마이 페이먼트) 등 새로운 전자금융 사업자가 다수 등장할 수 있다. 정부에선 빅테크 사업자들도 체계적인 규제 속으로 넣어 소비자 보호와 금융 안정을 도모하겠단 취지인 가운데 빅테크와 기존 금융권은 각각 상반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준희 율촌 변호사는 “빅테크들은 기존에 없던 규제를 받게 되니 부담스러워 하는 입장이고, 강력한 규제를 받고있는 기존 금융사들은 빅테크에 다양한 서비스가 열릴 가능성을 주면서 그들에 대한 규제가 불충분하다고 보는 상황”이라며 “기존 금융사들은 빅테크의 파워가 커져서 본인들은 금융 상품만 판매하는 곳으로 전락할 수 있단 우려가 있고, 빅테크 쪽에선 아직 성장도 못했는데 규제 강화보단 좀 더 지켜봤으면 좋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 금융환경 변화에 따라 주요 로펌들은 조직 정비를 하고 업계 내 대표 변호사를 필두로 ‘원스톱 서비스’를 내걸고 있다. 김앤장은 국내 로펌 최대 규모의 '프라이버시·정보보안팀'과 더불어' 마이데이터팀'과 '핀테크팀'이 디지털 금융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프라이버시·정보보안팀과 마이데이터팀은 각각 김진환 변호사와 정성구 변호사가 팀장을 맡고 있다.

      광장은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디지털 금융팀’을 발족했다. 개인정보·신기술 분야 전문가인 고환경 변호사와 금융규제 전문인 강현구 변호사가 공동팀장을 맡고 있고, 전 토스 법무팀장이었던 이정명 변호사 등이 대표 변호사다. 태평양은 핀테크·TMT(방송통신기술)팀 등을 확대 개편한 ‘디지털 혁신그룹’을 출범했다. 오양호 변호사가 총괄하는 그룹 산하에 류광현 TMT 그룹장 변호사와 현대카드 법무실장 출신 성해경 변호사, 마이데이터 대응팀 팀장 윤주호 변호사 등이 소속돼 있다.

      율촌은 전문가들을 영입하면서 디지털 금융 역량을 키워왔다. 지난해 현대카드 법무실장·쿠팡 법무담당 부사장을 거친 이준희 변호사를 영입해 핀테크팀 팀장을 맡겼다. 지난해 금융위 출신 김시목 변호사를, 올해 한국거래소 출신 권준호 변호사를 영입했다. 세종은 핀테크 기업 자문을 해온 혁심금융팀을 위주로 해당 분야를 다루고 있다. 마이클 장 선임외국변호사가 팀장을 맡고 있고 금융규제 전문 변호사인 백상미 변호사, 황현일 변호사 등이 대표 변호사로 소속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