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vs 웨이브, '토종 OTT 1위' 두고 兆단위 투자 경쟁
입력 2021.06.04 07:00|수정 2021.06.07 10:00
    CJ ENM "대규모 투자로 티빙 국내 1위 OTT 만들 것"
    現 '토종 OTT 1위' SKT 웨이브와 본격 경쟁 예고
    향후 1~2년, 국내 OTT시장 선점할 '골든타임' 긴장감
    • 국내 OTT(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자들이 본격적인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국내 콘텐츠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다. '토종 OTT'들이 지금까지 콘텐츠 차별화를 보이지 못하면서 글로벌 OTT에 밀린 상태인 가운데, 향후 1~2년이 국내에서 주도권을 선점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란 긴장감이 오르면서다.

      이에 토종 OTT 중 CJ ENM-JTBC-네이버 ‘3자동맹'의 티빙(TVING)과 SKT의 웨이브의 '1위 싸움'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최근 CJ ENM은 2025년까지 콘텐츠 제작에 5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국내 콘텐츠 기업이 발표한 투자 금액 중 최대다. CJ ENM은 올해 8000억원의 콘텐츠 투자 비용이 잡혀있다. 해당 투자 금액은 자체 OTT 플랫폼인 티빙 투자도 포함돼있다. 글로벌 OTT 사업자와 협상 및 제휴를 통해 공동제작이 이뤄지는 경우 투자 금액이 더 늘어날 계획이다.

      강호성 CJ ENM 대표는 “무리한 것이 아니라 이제까지 해온 것에 비해 늘리겠단 것으로,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어 글로벌로 더 커질 것이란 생각에 책정된 금액”이라며 “티빙이 국내 1위 OTT로 성장하도록 아낌없이 투자하고 티빙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플랫폼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티빙 국내 1위’ 목표를 선언한 가운데 CJ ENM은 JTBC, 네이버와의 ‘OTT 동맹’도 공고히 하고있다. 네이버는 티빙 지분의 10% 수준을 확보해 3대 주주에 오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티빙은 현재 CJ ENM이 지분 83.3%을 보유해 계열사로 두고 있고, JTBC스튜디오가 16.7%의 지분을 가지고 2대 주주에 올라있다.

      네이버가 티빙의 주주로 올라서면 멤버십 혜택, IP(지식재산권) 기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등 여러 방면으로 시너지를 도모할 것으로 관측된다. 네이버와 CJ ENM은 최근 웹소설 사이트인 문피아 공동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자금력 등을 고려하면 일단은 ‘국내 1위’를 공고히 하는 것이 국내사들의 단기 목표라는 분석이다. 글로벌로는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디즈니플러스,아마존프라임,훌루, HBO맥스,애플플러스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의 뉴스 채널인 CNN도 OTT 시장에 뛰어든다고 알려진다. 아마존 등 글로벌 회사들은 콘텐츠 사업 강화를 위해 수 조원 단위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 결국 ‘국내 콘텐츠’를 찾는 이용자들이 어떤 국내 OTT를 선택하는가가 핵심이다.

      현재 토종 OTT 중 가장 많은 유료 회원을 둔 곳은 SKT의 웨이브다. 다만 각 OTT의 유료 가입자 수는 웨이브가 200만명을 넘어섰고, 티빙은 약 150만명 수준으로 격차가 크지 않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유료 가입자를 보유한 OTT는 넷플릭스로, 약 380만명 수준이다.

      웨이브도 올해 조단위 투자 금액을 밝히며 드라이브를 건 상태다. 웨이브의 모회사인 SKT는 올 초 2025년까지 콘텐츠 제작에 총 1조원 규모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4월엔 SKT가 콘텐츠웨이브(웨이브)에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SK텔레콤은 내년까지 웨이브 유료 가입자 500만명,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하겠단 계획이다. 웨이브는 최근 이찬호 전 스튜디오드래곤 CP를 콘텐츠전략본부장(COO)로 영입해 구체적인 오리지널 라인업 등의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SKT는 외부투자 유치 계획도 밝힌 바 있다. 웨이브 측은 “외부투자 유치가 당장 급한 건 아니다”란 설명이다. 현재 매출이 나오는 콘텐츠들의 수익을 재투자하면서 추이를 보고 있단 것. 외부투자 유치와 관련해서는 SKT 등 주주사들이 협의 및 투자 유치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SKT는 웨이브의 IPO(기업공개)를 내걸고 투자자 유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SKT 측은 2023년까지 자회사 웨이브 상장을 추진하겠단 목표를 밝혔다.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박정호 SKT 대표는 “원스토어 IPO 이후 다음은 ADT캡스나 웨이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 웨이브가 2000억원의 외부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SKT는 재무적투자자(FI)들에게 5년 내 IPO를 조건으로 연 20%의 기대수익률을 내건 바 있다.

      이외의 플레이어들도 콘텐츠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KT는 콘텐츠 자회사 ‘스튜디오지니’를 중심으로 향후 3년간 4000억원을 콘텐츠에 투자한다고 밝혔고, 카카오도 영상 스트리밍 기술 업체를 인수하는 등 OTT 플랫폼 준비에 나서고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카카오톡과 연계된 카카오 TV에 자체 콘텐츠를 방영하거나 기존 OTT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영상 콘텐츠 사업을 전개해왔다.

      쿠팡, 티몬 등 이커머스 업체의 콘텐츠 확장도 관심을 끈다. 쿠팡의 자체 OTT인 쿠팡플레이는 오리지널 콘텐츠로 ‘SNL코리아’를 선보이고, 영화 ‘미나리’를 독점 공개하는 등 서비스를 넓혀가고 있다. 쿠팡은 다양한 스포츠 경기 생중계 서비스와 어학 강의 등 ‘생활 밀착형’ 콘텐츠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티몬은 유튜브를 통해 자체 제작 웹드라마를 공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