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한 달 앞 한화종합화학, '지주회사'식 가치 산정 유력
입력 2021.06.11 07:00|수정 2021.06.10 17:26
    작년 영업익 327억원 그쳐...올해 턴어라운드엔 성공
    사업 가치에 한화토탈 등 자회사 가치 별도 합산할 듯
    2018년 예상 가치 4조...목표 시총, 이보단 높을 전망
    • ‘삼성과의 약속’을 위한 한화종합화학의 상장 공모가 이르면 내달 진행될 전망이다. 올해 들어 실적이 급격히 좋아지곤 있지만, 아직 시장의 시선은 보수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 한화종합화학의 실적이 매우 좋지 않았던데다, EV/EBITDA(상각전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 배수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등 석유화학 업종에 대한 우려 역시 완전히 걷히지 않았다.

      한화종합화학으로서는 가장 규모가 큰 한화토탈을 비롯한 자회사들이 예상 시가총액을 끌어올릴 열쇠가 될 전망이다. 미래사업을 키워드로 밸류에이션을 높이기에도 자회사 가치를 최대한 활용하는 게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자연스레 에쿼티 스토리(상장 청사진) 및 밸류에이션(가치산정)이 '지주회사' 방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은 지난 4일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했다. 올해 초 주관사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상장 작업을 진행한 지 약 5개월 만이다. 패스트트랙(신속 심사제도)을 통해 심사 승인 절차가 기존 45영업일에서 20영업일로 줄어 이르면 6월 말~7월 초 심사 통과가 가능할 전망이다.

      상장 일정은 ‘속전속결’로 진행 중이지만, 한화종합화학이 원하는 밸류에이션을 맞추는 작업은 여전히 녹록지 않을 거란 평가다.

      한화그룹은 2014년 삼성과 맺은 ‘빅딜’을 통해 방산 계열 지분을 넘겨받았다. 당시 했던 약속을 위해서라도 한화종합화학 상장을 성공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기업가치를 무조건 보수적으로 산정하는 건 꺼림칙하다. 대기업인 삼성그룹과 거래인 만큼 적격 상장요건(Qualified IPO)은 없으나, 2018년 한 차례 삼성이 잔여 지분 매각을 시도할 당시 측정된 기업가치(약 4조원)보다는 높게 평가받는 것이 모양새가 좋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화종합화학의 실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연결 기준 매출 9982억원, 영업이익 376억원을 냈다. 2019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했다. 한화종합화학 매출은 크게 주력제품인 고순도테레프탈산(PTA) 매출과 지분법이익으로 구성되는데, 작년 지분법이익이 약 563억원으로, 전년(1592억원)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PTA 관련 매출 역시 2019년 1조4693억원에서 지난해 9383억원으로 약 36% 줄었다.

      올해 글로벌 공급 부족 현상 덕분에 실적이 턴어라운드한 점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분석이다. 모기업인 한화에너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한화종합화학의 매출액은 4239억원, 영업이익은 1191억원이었다. 당기순이익은 1435억원으로 최근 5년래 최고 실적이다.

      한화종합화학은 원하는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상승세인 주력 사업 가치에 더해 자회사의 평가가액을 별도로 계산해 합치는 방식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단순 연결 기준으로 잡히는 지분법이익은 순이익 기준으로 계산되는 만큼 매출 규모가 반영되지 않는다. 따라서 개별 자회사 매출을 기반으로 밸류에이션을 한 뒤 지분규모만큼만 더해줘야 합리적이다.

      이는 사업부문만 나눠 합산하는 일반적인 SOTP(Sum of the Parts) 방식과도 조금 다르다. 지난 2016년 호텔롯데나 2014년 에버랜드가 상장을 시도할 당시 비슷한 사례를 차용한 바 있다. 당시 호텔롯데는 각 사업부문을 호텔 및 리조트사업 등으로 나누고 롯데건설, 롯데렌탈 등 자회사의 기업가치를 평가가액으로 계산해 더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한화종합화학이 지주회사 특성이 있어 자회사 별로, 사업부문 별로 따로 기업가치를 매겨야 해 측정이 상당히 복잡한 편”이라며 “한화종합화학은 석유화학 업종에 속한 만큼 수소사업 등 미래사업과 관련이 있는 부분은 별도로 배수를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이 과정에서 한화토탈 등 한화종합화학 자회사의 평가가액이 어느 정도로 추산될지 여부다. 특히 자회사 중 가장 덩치가 큰 한화토탈의 기업가치가 열쇠가 될 전망이다. 한화토탈은 지난 1분기에만 매출 2조895억원, 영업이익 3448억원을 냈을 정도다. 또한 배터리 내 분리막의 원료인 폴리에틸렌(PE) 설비를 지니고 있다는 점도 단순 석유화학 회사와 달리 기업가치가 높게 매겨질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또한 에이치솔루션→한화에너지→한화종합화학 등으로 이어지는 지분구조를 감안하더라도 그룹 차원에서는 한화종합화학의 기업가치가 오르는 것이 유리하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그룹의 3남이 각각 3분의 1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한화종합화학 상장을 향후 승계자금과도 연결짓는 시각도 있기 때문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한화종합화학 상장은 단순히 한화그룹 자회사의 기업공개라고 보기에는 삼성그룹과의 약속, 한화그룹 내부의 승계 등 여러 문제가 엮여있는 복합적인 구조”라며 “밸류에이션 차원에서도 석유화학이라는 업종의 한계를 어떻게 벗어낼 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