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해외 진출지로 '갈라파고스' 일본 택한 쿠팡
입력 2021.06.14 07:00|수정 2021.06.13 17:32
    일본 나카노부 지역 한정...파일럿 테스트
    소프트뱅크-네이버 라인 합작 구조 예상
    日, 배달문화 독특해 '갈라파고스'로 통해
    리스크 높지만 그만큼 잠재력은 크단 평
    • 쿠팡의 해외 시장 첫 진출지로 일본이 낙점됐다. 아직은 도쿄 시나가와구 나카노부 지역에 한정돼 시범운영되지만 시장 반응을 확인하면서 향후 사업모델을 확장시켜갈 것으로 보인다.

      형태는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B마트와 유사하다. 신선식품과 생필품 등이 배달 대상이다. 다만 국내 주문 다음날 배송하는 로켓배송과 달리 주문 즉시 라이더가 근거리에서 배달하는 식이다.

      소프트뱅크의 야후재팬과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을 통합시킨 Z홀딩스가 파트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지난 3월 TV도쿄의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쿠팡의 로켓배송 서비스가 일본에서도 실현 가능할지에 대해 검토를 시작했다"며 "야후재팬과 논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네이버도 앞서 올해 상반기 중 '스마트스토어'의 일본 시장 진출을 공개했다. 6월내로 라인과 스마트스토어를 결합한 메신저 커머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그동안 업계에서 '갈라파고스'에 가까운 시장으로 통해왔다. 일본 택배업계는 대면 수령이 원칙으로 수령자가 부재하면 배달원이 수차례 방문해 직접 전달하는 구조다. 한국에 뿌리내린 쿠팡·배민 등의 모델은 일본 내에선 안착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다수였다.

      글로벌 사업자들이 대거 진출해 있다는 점도 경쟁 부담을 키웠다. 현재 우버이츠와 데마에칸이 1·2위를 차지하고 있고 이외에 NTT·코모 D배달·라쿠텐딜리버리·중국 디디푸드·핀란드 월트 등도 진출해 있다.

      배민이 쿠팡에 앞서 일본에 진출했지만 진출 1년 만에 고배를 마셨다. 2014년 네이버 자회사 라인과 합작법인 라인브로스를 세우고 프리미엄 도시락 배달 서비스 '라인와우'를 출시했지만 당시 소비자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이에 쿠팡의 일본 진출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았다. 시장 후발주자인 데다 로켓배송 모델을 일본 내에서 안착시키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다수였다.

    • 쿠팡은 일본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일본 전자상거래 시장은 중국·미국·영국에 이은 세계 4위 규모다. 그럼에도 일본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10.4%로 전세계 평균(16.3%)에 못 미치고 있다. 그만큼 향후 성장 가능성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 이커머스 시장 비중은 전체의 35.8%로,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국내에서 폭발적인 추가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리스크는 다소 높더라도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으로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내부에선 아마존이 2010년 당시 압도적인 이커머스 선두였던 라쿠텐을 제치고 시장 1위에 올랐던 점도 의미있는 지표로 보고 있다. 아마존재팬은 당일배송이나 수령일 지정 서비스를 지정, 프리미엄 서비스로 빠르게 점유율을 키웠다. 아마존과 비슷한 사업모델인 쿠팡이 차별화 경쟁력을 갖추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있지만 쿠팡으로선 추가 성장 가능성을 본 셈이다.

      특히 간편결제 시장 잠재력을 봤을 것이란 분석이다. 페이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 간편결제 시장은 사실상 이제 시작이라고 봐야 한다. 잠재력이 높은 시장"이라는 설명이다.

      시장 흐름을 잘 탔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콘텐츠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현재 일본 배달시장 분위기는 비교적 호전됐다. 배민이 처음 진출한 시점은 6년 전으로, 그때와 지금은 일본의 배달 시장 분위기가 상당 부분 진전됐다는 점이 핵심이다. 펜데믹 여파로 배달 음식에 대한 시장 분위기가 좋아졌고 데마에칸·우버이츠 등이 이미 고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시장 잠재력은 충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보면 쿠팡의 일본 진출은 지금이 적기이며, 결국 어떻게 이길 것인지가 관건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쿠팡이츠의 경우처럼 일본에서도 비슷하게 규모를 키울 가능성이 있다. 진출 초기만 해도 배민은 국내 배달앱 시장에서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었지만 쿠팡의 공세에 점유율을 점차 빼앗기는 상황이다. 현재 강남3구에선 쿠팡이츠 시장점유율이 45%까지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아직까지는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 보인다. 일본의 독특한 배달문화와 고령화는 쿠팡 모델의 일본 현지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프라인 매장 위주로 발달된 시장인 만큼 배달 수요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

      일본에서도 수조원대 적자를 감수하고 물류 투자에 나설지도 미지수다. 쿠팡 로켓배송은 초대형 물류센터와 직고용 배송인력을 기반으로 한다. 초기 세팅 투자에만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당장은 일본에 안착한 라인과 손을 잡았지만 동맹 관계를 유지하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네이버의 일본 투자회사인 네이버제이허브와 Z홀딩스 라인은 일본 최대 음식 배달업체인 데마에칸의 최대주주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우버이츠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각 사마다 카니발라이제이션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