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도, 외부 펀딩 고려한 물적분할…파트너는 누가 될까
입력 2021.06.15 07:02|수정 2021.06.16 11:39
    자율주행 사업부 물적분할해 100% 자회사로
    성장동력·조달계획 제시 못해 주가 11% 하락
    SI 유치 가능성에 무게…누구와 함께할지 주목
    현대차 등 완성차업체 외 글로벌 스타트업 등 후보
    • 만도가 자율주행(ADAS) 사업부 물적분할을 추진하며 외부 투자자 유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분할 비율과 주주 반발을 고려하면 독자 성장 전략보다는 펀딩을 감안한 구조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왜 분사했느냐보다는 누구와 함께 갈 것인가로 관심이 이동하고 있다.

      오는 7월 분할안이 주주총회를 통과하면 9월1일부로 ADAS 사업부는 만도의 100% 자회사가 된다. 기존 주력 사업인 자율주행 고도화 외에 자율주행 로봇과 데이터 서비스 등 신사업에 자원을 집중해 솔루션 기업이 되겠다고 청사진을 내놨다. 지난 3월 지분 100%를 인수한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는 신설 법인 아래로 위치시켜 만도의 손자회사가 된다.

      신설 만도모빌리티솔루션즈(MMS)의 예정 재무 상태는 자본금 10억원, 자산총계 3658억원 규모로 분할 비율은 약 9대1 수준이다.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 수요가 높은 분야임에도 비율 상 재무 상태는 비교적 영세하다. 만도 측에서도 기업공개(IPO)나 재무적 투자자(SI) 유치를 고려한 분할 구조임을 인정했지만 구체적인 조달 계획은 제시하지 못했다.

    • 분할 공시 다음 날인 10일 만도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1.17% 하락했다. 신설 법인의 구체적인 성장 동력이나 자금 조달 계획이 제시되지 않았다 보니 주가 희석 우려가 더 큰 탓으로 풀이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만도 측이 IPO를 통해 자체 성장 재원을 마련하는 것보다 SI 유치를 통해 고객사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막강한 파트너십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분할 비율 역시 SI 유치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분사하는 ADAS 사업부는 섀시 사업부보다 시장에서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인정받고 있다.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 역시 신설 법인의 자회사로 내려가기 때문에 사실상 알짜 사업부를 묶어 떼어내는 그림이다. 신설 법인에 비교적 적은 자산을 배정하더라도 SI 유치 이후 자산 규모 대비 높은 기업 가치를 이끌어낼 수 있는 구조를 짰다는 평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만도 측에서 이번 분사 계획을 2년여 동안 준비해온 것으로 전해진다"라며 "자율주행 기술을 중심으로 완성차 업계가 재편되고 있는 만큼 변화에 적시 대응 가능한 애자일 조직이 필요해 방향성은 공감하지만 문제는 누구와 함께 가느냐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I 후보군으로는 만도의 기존 고객사인 현대자동차그룹 외 폭스바겐과 GM 등이 거론된다. 3사 모두 테슬라를 제외하면 현재 완성차 업체 중에서 자율주행 전기차 시장에서 선두 지위를 다투고 있다. 신설 법인의 모빌리티 신사업에 담긴 내용도 이들과 겹치는 내용이 많다.

      신사업에 포함된 무인순찰·무인충전 로봇과 수소 충전 정보 서비스 등을 이유로 신설 법인과 현대차그룹과의 관련성도 궁금증을 낳고 있다. 그러나 한라그룹 역시 그룹 건설 사업에서 무인 로봇 활용을 준비하고 있어 단순히 연결 짓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자율주행 쪽에 강점을 지닌 글로벌 스타트업을 우군으로 확보할 경우 만도의 기업 가치 제고에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현대차를 SI로 참여시켜 대형 그룹사 성장 전략에 보폭을 맞추는 것도 분사를 통한 기업 가치 확대에서 유력한 방안이긴 할 것"이라며 "그러나 특정 SI를 고려했다기보다는 불특정 다수 SI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만도 측이 신설 법인에 대한 자금 조달 계획을 구체적으로 내놓기 위해선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IPO에 나설 경우 분할 기일 이후 6개월여 시간이 필요해 내년 상반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SI 유치로 가닥이 잡힌다 하더라도 그룹 지배 구조 상 증손회사가 되는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와 신설 법인의 합병 필요성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