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모이는' 판교에 힘 쏟는 로펌…IT에서 PEF·VC로 타깃도 확장
입력 2021.06.16 07:00|수정 2021.06.17 07:42
    네이버·카카오에 대기업·VC·PEF까지
    "판교는 지금 가장 돈이 많이 도는 곳"
    유니콘 딜에는 여러 로펌 붙어 경쟁도
    • 국내 주요 로펌(법무법인)들이 판교 거점 강화에 나서고 있다. 판교 대표 기업으로 꼽혀 온 네이버나 카카오, 넥슨과 엔씨소프트 등 대형 게임사들 뿐 아니라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대기업, 사모펀드(PEF), 벤처캐피탈(VC) 등이 늘어나면서다. 유니콘 기업의 투자 유치, 국내 기업의 해외 JV(조인트 벤처) 설립 등 '판교 먹거리'를 선점하기 위한 로펌들의 경쟁도 한층 심화할 전망이다.

      최근 법무법인 세종은 판교 사무소를 확장 이전하고 상주 변호사를 추가 충원했다고 밝혔다. 2018년 판교 분사무소를 로펌 중 처음으로 열고 약 3년 만이다. 기존 판교 사무소를 이끌던 조중일·정해성 변호사 외에도 이호연·박기훈 변호사 등이 합류한다.

      세종 측은 “PEF, VC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나 인수합병(M&A)이 활발해지는 추세에 따라, 늘어나는 법률 수요에 신속하고 종합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판교 분사무소를 확장 이전했다”고 밝혔다.

      주요 로펌에서 판교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대기업, PEF, VC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나 M&A가 활발해지면서다. 대형 자본의 스타트업 투자가 많아지면서 그들과의 긴밀한 업무도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예로 세종은 올 상반기 카카오의 크로키닷컴 인수 거래를 자문했고 소프트뱅크벤처스의 래디쉬(Radish) 투자, IMM인베스트먼트의 크래프톤, 위메프, 무신사 투자 등에 참여했다. M&A를 통한 확장전략을 이어가는 카카오의 경우 투자하거나 인수하기 위해 계속해서 여러 회사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판교 진출 초기 플랫폼 기업을 비롯해 대형 게임업체들이 주요 타깃이었다면, 이젠 판교에서 네트워크를 확장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다. 두산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전통 대기업들도 판교로 몰리고 있고, 현재 조성되고 있는 판교 제2테크노밸리 등도 기대 요소다.

      한 대형로펌 관계자는 “요새 가장 돈이 많이 도는 곳이 판교”라며 “네이버나 카카오도 물론이지만 최근엔 VC들도 사이즈가 커져서 PEF 조성해서 크게 투자하는 경우도 있고, IT 업계 외의 대기업들도 본업하고 엮을 수 있는 비즈니스에 투자들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로펌 관계자는 “아무래도 가까운 곳에 있으면 기업들과 한번이라도 더 자주 보게 되니 도움이 된다”며 “판교에 네이버 카카오 등 대표 판교기업 말고도 외국계 기업들도 많고 전통 대기업들도 늘어나는 등 향후 이쪽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니콘 기업 등 대형 스타트업도 주요 클라이언트로 떠올랐다. 무신사나 크래프톤 등의 딜에는 각각 판교 사무소와 본사의 협력으로 여러 로펌이 달라붙고 있다.

      최근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는 점도 새로운 먹거리다. 특히 현지 회사들과 JV를 설립하는 일이 많아 지배구조 등 법률 자문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현지 법령이 생소한 국가들은 현지 로펌의 도움이 필수이기 때문에 국내 로펌과 직접 협업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M&A 대상으로 국내 스타트업들을 살펴보는 해외 바이어들도 많아 이러한 기업법무 관련 변호사들 수요도 많다.

      각 로펌들이 판교 진출 명분으로 내걸었던 ‘스타트업 육성’ 등은 현재도 주요 비즈니스는 아니라는 평이다. 여전히 스타트업들은 ‘돈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지속적으로 투자를 받고 사이즈가 커지는 스타트업들 정도가 대형 로펌을 찾는다. 최근에는 로펌 측에서 향후 해당 기업이 성장해 주요 고객으로 성장하길 바라며 ‘적정선 할인’을 해주는 경우도 있다.

      세종의 공격적인 확장 예고로 판교에서의 ‘세종 대 태평양’의 경쟁구도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주요 로펌 중 판교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곳은 두 곳 뿐이다. 2018년 진출 당시부터 오픈 시기를 두고 ‘누가 국내 최초냐’를 두고 사소한 기싸움이 벌어진 바 있다. 현재 태평양 또한 변호사 충원 등 확장을 계획 중이라고 전해진다.

      한 대형로펌 관계자는 “아무래도 판교 진출 당시 목표 중 하나가 김앤장 클라이언트였던 회사들의 수요를 가져와보자는 거였는데, 판교에서 스킨십을 늘려가면서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로펌 관계자는 “판교에선 대형 딜들 외에도 투자나 투자유치 등 워낙 중소형 딜들이 상당히 많은 상황인데, 경쟁 로펌의 클라이언트라 지금까지 일을 하지 않은 회사들 뿐만 아니라 판교에서 돈 잘버는 기업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계속 확장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