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업계, 심사역 인력난에 발굴 실험 나섰지만..."역시 구관이 명관"
입력 2021.06.16 07:00|수정 2021.06.17 07:41
    VC 신규투자 60% 늘때 인력충원은 10%
    인력수급, 여전히 업계 고질적 고민거리
    대형 VC 위주로 20대 사회초년생 채용 '실험'
    경력자보다 실무숙지 장기간 소요...훈련 고민
    • 심사역 인력난은 벤처캐피탈(VC) 업체들에게 여전한 고민거리다. 벤처시장이 빠른 속도로 규모를 키우지만 심사역 충원 속도는 이에 비하면 여전히 더디다. 업계 내에서 인재를 영입해오는 방법도 더이상 여의치 않다. 최근 VC업계에선 30대 산업 경력자뿐 아니라 대학 졸업반·유튜버 등 신입을 채용하는 등 투자심사역 발굴 실험에 나서고 있다.

      역대 최대 유동성이 유입됐던 지난해엔 한 차례 대규모 영입이 있었다. 증권사, IT회사, 제조사, 제약사, 영화사, 대학 연구소뿐 아니라 그간 영입이 많지 않았던 새로운 업계에서도 대거 유입됐다. 각 산업계에서도 VC업계로 넘어 오려는 이직 수요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각 VC업체들은 여전히 인력수급 문제 해결을 시급한 과제로 꼽는다. 투자재원이 대규모로 확대된 만큼 우수 인력 채용에 나서고 있지만 전문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 3월 기준 올해 VC 신규투자는 558개사에 1조2455억원이 투입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405개사, 7732억원)과 비교하면 61%나 증가했다. 그러나 심사인력 증가율은 연간 10% 수준에 그친다.

      각 VC의 투자심사 인원은 대체로 7명으로 평균 6년 정도를 근무한다. 심사역 절반이 근속 3년을 채우지 못한다. 심사역들이 투자의무비율을 지키지 못한 채 이직·퇴직하며 변동이 생기면 모태펀드 자조합의 수익률에도 영향을 준다.

      투자 효율과도 연관이 있다. 심사역당 관리하는 펀드의 규모는 평균 200억원대로 전해진다. 벤처시장이 규모를 빠른 속도로 키우고 있는 만큼 심사역당 평균 관리 펀드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업무 과중 등 투자 효율이 떨어질 가능성과 함께 기업평가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펀드 수익률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거란 우려가 있다.

      한 VC업체 대표는 "지난해 한 차례 심사역들을 대거 채용했지만 인력난은 여전하다. 인력 충원 속도가 펀드 개수나 규모를 따라가지 못한다. 다른 VC들도 심사역 충원이 고민이다. 더 많은 자금이 유입될수록 인력난이 심해질 것이란 위기의식이 있다"면서 "각 VC 대표들이 모이면 '사람을 어디서 데려와야 하는 거냐'는 토로도 심심찮게 나온다"고 전했다.

      최근엔 대형 VC 위주로 심사역 발굴을 위해 새롭게 시도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한 대형 VC에선 지난해 대학 졸업을 앞둔 사회 초년생 위주로 대규모 신규 채용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사실상 모험 아니냐'는 평가가 많았다. 어떤 업체는 유튜버 출신 20대 심사역을 최초로 영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주목받기도 했다.

      대개 30~40대가 그간 주된 심사역 영입 대상이 돼왔기에 주목받는다. 벤처펀드 운용 및 포트폴리오 기업 사후관리 업무와 함께 위탁운용사(GP)로 선정되기 위해 대형 LP들을 설득하려면 어느 정도 사회 경험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있었다. 새로운 산업을 발굴하고 경쟁력 있는 기술을 찾아내야 하는 만큼 순수 기업투자 경력도 중요하지만 산업 경력도 중요한 평가 요인이다.

      다만 기대만큼 성과가 요원해 내부서도 '심사역 훈련이 쉽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또다른 VC업체 대표는 "각 VC들이 심사역 채용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안다. 사회 초년생 영입 등 여러 시도를 하고 있는데 사실 '구관이 명관'이라고 IB출신이 확실히 손이 빠른 건 있다. 어렵게 신규 심사역을 채용해도 세무·회계·금융·펀드 원리 등 실무 숙지까지 장기간 소요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