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코리아 새주인 목전 둔 신세계…'수조원짜리' 결실엔 물음표
하지은 기자 | hazzys@chosun.com | 2021.06.16 16:36
Edited by 이도현 차장 | dohyun.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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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 약 3.5조에 지분 80% 확보 전망
인수가액 중 차입 85% 추정...재무 악영향 우려
배송인프라 구축 등 제반비용 고려하면 금액 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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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그룹이 이베이코리아 최종 인수자로 낙점될 전망이다. 정확한 인수가와 거래구조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경영권 지분 80%를 3조5000억원에 인수할 것으로 파악된다. 이 경우 전체 기업가치는 4조4000억원 수준이다.

올해 인수·합병(M&A) 시장 최대 매물로 꼽히는 이번 거래는 '롯데와 신세계의 자존심 싸움'을 관전하는 차원에서 흥행했던 측면도 있다. 본입찰에 롯데와 신세계만이 참여하면서 유통 라이벌 기업 2파전으로 좁혀졌다. 누가 인수하든 유통업체 중 한 곳은 이커머스 빅2까지 노려볼수 있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두 경영자 간 자존심 싸움으로도 주목을 끌었다.

이베이코리아는 최종적으로 롯데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한 신세계 품에 안길 것으로 보인다. 정용진 부회장과 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절박한 심정으로 인수 의지를 어필한 것으로 전해진다. 강 대표가 직접 이명희 회장을 찾아가 이례적으로 인수 계획을 보고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시장 점유율 3%를 가진 5위 업체 SSG닷컴은 업계 3위 이베이코리아(12%)를 인수하며 최대 15%까지 점유율을 키울 수 있게 됐다. 쿠팡(13%)과 11번가(6%), 롯데ON(5%)을 제치고 2위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당장은 롯데를 제치고 승기를 잡은 모양새지만 신세계가 수조원 가격을 베팅한 만큼의 결실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남았다. 일각에선 "신세계가 진짜 승자인지는 알 수 없는 것"이란 평가와 함께 '승자의 저주' 우려가 나온다.

수조원대의 인수금융이 불가피하단 점에서 그룹 재무구조에 끼칠 악영향이 우려된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자기자금 5000억원 이외에 3조원을 보유 부동산을 담보로 금융기관으로부터 조달할 계획으로 파악된다. 인수가액 중 차입 규모가 85%를 넘기는 셈이다.

진짜 관건은 인수 이후 들 추가 비용, 그리고 인수 실익에 있다. 배송 인프라 구축 및 인적자산에 대한 사회적 비용까지 고려하면 상당한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이를 고려하면 적정 인수가는 3조원이 최대치라고 말한다.

앞서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인수가가 3조원이 넘는다면 인수자가 누가 되든 ROE(자기자본이익률)와 ROIC(투하자본이익률)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마트가 인수한다고 가정해 식품사업에 초점을 맞춘 SSG닷컴이 공산품 쪽으로 범위를 넓힌다면 신규투자가 필요할 것이고 비용·손실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커머스 업체 대부분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이베이코리아만큼은 수년간 꾸준히 현금을 벌어왔단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자산가치나 성장성에 있어선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게 관계자들의 평가다. 이베이코리아의 시장점유율과 영업이익률은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플랫폼이 아닌 로지스틱스에 투자해야 할 결정적인 시점에, 4조원 규모의 이베이 인수가 신세계그룹에 어떤 이점을 가져올지 잘 모르겠다"는 평가도 다수 제기됐다. 이베이코리아는 풀필먼트 시스템을 비롯해 자체 물류망을 갖추지 못했다.

대체로 신세계의 적극적인 투자행보에 우려를 표하는 분위기다. 오프라인 쇼핑 부문 계열사인 이마트는 수년 전부터 오프라인 점포를 유동화하면서 현금을 마련하는 전략으로 선회한 상태였다. 전문점·할인점·편의점 오프라인 점포는 순차로 폐점하거나 보수적으로 출점, 신세계푸드 및 해외 오프라인 외식사업도 모두 점포 효율화를 키워드로 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체질이 전격적으로 달라졌다. '플랫폼'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야구단 SSG랜더스(전 SK와이번스)를 인수했고, 자회사 SSG닷컴은 온라인 여성패션 플랫폼인 W컨셉을 사들였다.

내부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온라인의 핵심은 플랫폼이 아닌 로지스틱스(물류)다. 점차 물류단가가 인상하는 상황에서 이 산업이 성장 고점을 찍으면 배송 최종단계까지 자체 공급이 가능한 역량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산매각으로 부채를 줄여놨는데 M&A 한번에 부채가 3조원 늘게 된다. 같은 돈을 쓰더라도 로지스틱스가 아닌 플랫폼 인프라 투자로 들어가는 건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계속 약점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수조원 거래의 이점은 실상 그룹 전체 거래액이 크게 늘 수 있다는 점 외엔 요원하다. 안정적 현금흐름을 내고는 있지만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성장률을 회복해 새로운 성장 스토리를 마련해야 한다는 과제도 남았다.

네이버와의 향후 관계도 관전거리다. 동맹 여부도 불확실해졌고 결국은 양사가 오픈마켓 시장 경쟁자란 점에서 불편한 '적과의 동침'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6월 16일 16:31 게재ㆍ6월18일 17:00 업데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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